[영화] 오토라는 남자

차가운 이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함

by 가령


기본 정보

연출: 마크 포스터
각본: 데이비드 매기
개봉: 2023.03.29
장르: 코미디,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국가: 스웨덴, 미국
러닝타임: 126분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오토’는 죽고 싶을 타이밍마다 이를 방해하는 이웃들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인생 최악의 순간, 뜻하지 않은 이웃들과의 사건들로 인해 ‘오토’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는데…




소설 <오베라는 남자>가 원작인 영화 <오토라는 남자>. 유명한 소설이라 읽어보고 싶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아직 못 읽어본 상태이다. 그래서 원작이 어떻게 리메이크된 건지, 소설의 어떤 부분을 영화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오베라는 남자>를 먼저 읽고 <오토라는 남자>를 보았다면 감상이 지금과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을 영화로 처음 접한 입장에서는 꽤 흥미로웠다. 왜 소설이 그리 주목을 받았는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차가움 속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주인공이 무뚝뚝하면서 까칠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동안 내 마음은 왠지 모르게 편안했다.


주인공 오토는 원리원칙과 기본을 중요시하는 할아버지이다. 매일 아침 동네를 순찰하며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려 한다. 잘못 분리수거된 쓰레기는 올바르게 옮겨놓고, 주차 단속도 하고, 길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도 지정된 곳에 주차시킨다. 뭐 하나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으며 주민들을 나무라기도 한다. 이런 까칠한 성격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는 꼰대라 불린다. 규칙이라는 건 마땅히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이렇게까지 철두철미한 모습은 참으로 놀라웠다. 보통은 나이가 들면서 어느 정도의 융통성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는 오히려 고지식해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크면서 유연함을 배운 사람이라 오토의 행동을 명확히 이해할 순 없었다.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기보다 조금은 부드러운 모습으로 다가간다면 서로 기분 상할 일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에게 완전히 공감하기란 어려웠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오토를 꼰대라 느끼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츤데레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곤경에 처한 이들을 보고 머저리라고 말하면서도 모른 척 지나치지 못한다. 결국은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만다. 사실 그는 남몰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하고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누군가를 도와야 하는 일이 발생해 계속 실패한다. 겉으로는 인정머리 없어 보여도 알고 보면 인정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힘든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선뜻 도와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도 평소에는 타인에게 다정한 편이지만, 현실에 치이다 보면 잠시 인류애를 잃어버리는 때가 있다. 그래서 오토가 따뜻한 인물임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따스하게 느껴졌던 것도, 오토 곁에 좋은 사람들이 남아있던 것도 이 때문이지 않았을까.


그런 사람이 차가워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의 아내 소냐에게 있었다. 오토는 굉장한 사랑꾼 남편이었는데 어느 날 아내와 함께 타고 있던 버스에서 사고를 당한다. 많이 다치지 않은 그와 달리 만삭이었던 소냐는 아이를 유산함과 동시에 하반신 마비가 되어버린다. 버스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사고가 난 것이었다. 그리고 하반신 마비인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불편한 점이 여럿 존재했다. 이런 사연을 알고 나니 오토가 왜 그렇게 원칙을 중요시 여겼는지, 왜 그리 예민한 태도를 취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차가운 세상에서 자신과 주변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다정한 사람으로 살아가기에는 세상이 너무 매정했다.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사회에 대해, 그런 사회의 안일함과 무심함에 대해 적의를 품기에도 충분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이 다른 이에게는 엄청난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 다행스럽게도 오토의 곁에는 따뜻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해 왔던 이유는 유일한 내 편이던 아내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이상 살아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건데 이웃들이 그의 상처를 잘 보듬어준다. 특히 새로 이사 온 앞집 가족들에게서 정을 느끼고, 사이가 틀어진 줄로만 알았던 친구의 진심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세상을 마주할 용기를 갖게 되고, 부당한 재개발 회사로부터 동네도 지키게 된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게 어떠한 의미인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배울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이웃들도, 오토도 좋은 사람이었기에 이런 결말이 가능했던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웃들이 까칠한 오토를 외면해 버릴 수도 있었고, 오토가 이웃들을 무시한 채 생을 마감해 버릴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은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하며 마음을 열었다. '나라면 이웃에게 그렇게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까?'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그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렇듯 <오토라는 남자>는 마음이 따스해지는 작품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오토가 목숨을 끊으려 하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내와의 행복했던 기억을 함께 보여줘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결국은 죽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으나 불안한 마음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영화가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로 전개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더 좋았고, 원작 소설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오토라는 남자>는 개인주의가 짙어진 요즘, 세상이 삭막하게 느껴질 때 한 번쯤 보면 좋을 영화이다. 차가운 오토가 따뜻함을 되찾는 과정으로부터 진한 감동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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