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더 재미있어지는 세 가지 노하우
나는 2천 개 넘게 가지고 있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보드게임이고, 다른 하나는 책이다.
내 평생의 취미 두 가지가 바로 보드게임을 하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이다.
모든 보드게임이 재미있지는 않다.
책도 그랬다. 모든 책이 재미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러 책을 읽다 보니 어떤 책을 읽더라도 좀 더 재미있게 읽는 요령은 생긴 것 같다.
나만의 재미있게 책 읽는 방법 세 가지를 소개해 본다.
(1) 먼저 목차를 읽고 질문을 적는다.
책을 살 때도 목차를 보고 고르고, 책을 읽을 때도 가장 먼저 목차를 본다.
목차를 쭉 보면서 책의 각 장이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예측해 본다.
그러면 책의 전체 흐름이 잡히고 어떻게 이 책을 읽어야 할지 촉이 온다.
순서대로 읽을지, 원하는 부분만 읽을지, 빠르게 훑어보며 읽을지 아니면 천천히 생각하며 읽을지 어느 정도 감이 온다.
목차를 다 파악했으면 떠오르는 궁금증을 적어둔다.
책의 전체 주제에 대한 질문과 각 챕터별 질문을 책에 메모해 둔다.
전체 주제에 대한 질문은 이 책을 읽고 얻을 단 하나의 중요한 질문이다.
기존의 내 생각은 어떤데 책을 읽고 나면 어떤 것을 알고 싶은지에 대해 적어 둔다.
단 하나의 질문만 하는 이유는 어차피 여러 가지 질문을 해 봐야 나중에 기억을 못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각 챕터별 소제목을 보고 특별히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별도로 적어 둔다.
이 질문은 하고 싶은 만큼 적는다.
기억하기 보다는 나중에 책을 다시 보면 기억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무조건 행복할 것'이라는 책이 있다.
책의 목차를 보니, 이 책은 저자가 1년 동안 실행할 행복 프로젝트를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주제를 정해 실천한 내용을 기록한 책이었다.
목차를 보고 떠오른 전체 주제에 대한 단 하나의 질문은 이것이었다.
'사십대 중반에 들어선 내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변해야 할 것이 딱 한가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다음으로 각 챕터 소제목을 보고 떠오른 질문들은 다음과 같았다.
- 저자가 잡동사니를 해치운 요령은 뭘까?
-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세련된 방법이 뭘까?
- 행복한 기억을 잊지 않는 방법은 뭘까?
- 저자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요령은 뭘까?
- 지출이 용납될 만한 경험 확장의 기준은?
(2) 책을 밖에서, 펜을 들고 읽는다.
나는 집에서는 책에 집중이 안된다.
다른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은 주로 이동할 때나 카페에서 읽는다.
그 시간에는 다른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책 읽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일이 된다.
물론, 밖에서 짬이 날 때 독서보다 핸드폰을 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핸드폰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것 보다 책을 읽는 것이 더 재미있다.
책을 밖에서 읽을 때 주의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책은 종이책으로 딱 한 권만 가방에 넣고 나갈 것.
이북도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여러 책을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오히려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되었다.
자꾸 새로운 책이 읽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북에 책을 한 권만 담아서 외출한 적도 있었는데, 결국 새 책을 다운받는 나를 보고는 이북은 과감히 때려치웠다.
지금은 외출할 때면 항상 종이책 딱 한권과 펜 딱 한개를 가방에 넣고 다닌다.
그러면 다른 피할 곳이 없으니 그 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펜을 들고 읽는 이유는 마음에 드는 문장에는 밑줄을 긋고, 새로운 질문이 떠오르면 책에 바로 적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책이 지저분해 지는 것이 보기 좋지는 않지만, 그 책이 아닌 다른 곳에 적으려면 뭘 또 꺼냇다가 넣었다가하는 노력이 들고 결국 귀찮아서 안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각 챕터를 읽을 때에는 목차에서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읽는다.
새롭게 떠오른 생각이 있다면 적어 둔다.
(3) 다 읽었으면 메모를 훑어 본다.
책을 다 읽었으면 책에 줄친 문장들을 다시 한 번 쭉 본다.
그리고 끄적였던 메모들도 읽어 본다.
이 때 목차에서 적어 두었던 하나의 질문에 대해 생각하면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책 한 권당 단 하나의 질문과 답변에 충실한 이유는 다 기억을 위한 것이다.
책을 많이 읽다보니 결국 기억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좋은 책이라고 하고 나중에 또 읽어야지 생각하지만 보통 그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책 한 권에 단 하나의 의미만이라도 건진다면 그걸로 족하다.
뭔가 기억을 못해도 무의식의 직관력이 높아질거라는 막연한 생각도 없진 않지만, 구체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면 내 것으로 응용하기에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래서 결국 '무조건 행복할 것'을 읽은 후,
'사십대 중반에 들어선 내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변해야 할 것이 딱 한가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은 무엇이었나?
그것은 바로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쓸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