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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라 Aug 21. 2022

유료상담이 원칙인데

개업변호사의 하루


재판을 하고 나오는데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통화가 와 있다.

변호사에게도 검찰청이라며 보이스피싱 전화가 오는 시대니 일반 전화번호라면 다시 걸지 않았을테지만 휴대폰 번호여서 전화를 걸어 보았다.


- 여보세요, 부재중 전화가 와 있어서요. 어디신가요?

- 아, 네. 뭐 물어볼 게 있었는데 해결되어서요. 됐습니다.

- 아.... 네..


누군가에게 변호사라고 휴대폰 번호를 소개 받은 사람인 것이다. 이럴 땐 무슨 콜센터 담당 직원이 된 기분이라 참 별로다. 누구에게 소개를 받아 전화를 걸게 되었는데 마침 해결이 되었다. 감사하다 정도의 말을 건네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인가? 변호사는 콜센터 직원처럼 전화해서 물으면 상대가 누군지 몰라도 당연히 법률 자문을 공급해줘야 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그래, 이 정도면 나은 걸지도 모른다.

전화를 걸어 누구 소개로 전화를 걸었다고 한 뒤 30분 이상을 상담을 받고 끊는 사람도 있다. 물론 사건을 진행하고 있는 의뢰인이라거나, 개인적으로 친분이 깊은 사람이라면 문제가 생겨 전화를 걸었을 때 그냥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도 않은 사람이 대뜸 전화를 걸어와서는 이것저것 본인이 묻고 싶은 것을 다 묻고 끊을 땐 무전취식하고도 염치없이 구는 사람이라도 만난 듯한 기분이다. 대화는 이런 식.


- (간략히 듣고 대답을 해 준 다음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저, 사안이 단순한 건 아닌 듯 한데.. 

  이럴 경우엔 직접 방문하셔서 정식으로 상담 받으시는 게 정확하실거예요.

- 아, 네... 안그래도 사건 선임하려구요. 그래서 전화한건데, 한가지만 더 물어볼게요.

- 네....;;

- (블라블라.. 한가지 아니고 일곱가지.. 열가지..)


이런 사람치고 정말 선임하는 경우는 없었다. 변호사 쇼핑하듯 여기저기 전화해 묻는 것이다. 사건을 선임할거라고 하면 변호사가 솔깃해서 열심히 상담해 줄 거라 생각하고 사건 맡길거란걸 미끼로 내걸고 본인 궁금한 걸 묻기만 한다.


난 변호사가 되기 위해 정말 오래, 치열하게 공부했다. 돈도 많이 쓰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운도 따라줘야 가능했다. 그렇게 딴 전문직 자격증이다. 전문 분야의 경우는 지금도 정기적으로 전문연수를 듣고 공부한다. 여러 사건들을 진행하면서 사건마다 새로운 분야의 연속이라 항상 책을 보고 공부해야 한다. 법무법인의 동료 변호사들과 매주 사건 회의를 하며 어떻게 풀지를 궁리하고 연구한다. 의사가 진료 후 간단한 진료라도 진료비를 받는 것과 같이, 변호사도 전문성을 활용해 시간과 지식을 내어주었다면 상담료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변호사 무료상담을 해주는 법률구조공단이나 공공기관 같은 곳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변호사 상담은 유료상담이 원칙이다. 그거 잠깐 설명해주는데 뭘 돈을 받고 그래라는 생각은 그거 잠깐 설명해주기 위해 들인 노력과 시간과 운까지.. 그 모든 것을 허무하게 만든다. 


이런 경우도 있다.

이미 사건을 진행하고 있는 의뢰인이 다른 일이 생겼다며 연락을 해 왔다. 사건을 하고 있는 분이시니 더 자세하게 해결책을 알려드렸다. 


- 이건 형사 범죄가 될만한 사안은 아니고, 민사소송으로 하시는게 맞아요. 

  소송 제기하시거나, 간단히 지급명령신청하시거나요. 청구는 이런 손해액 2300만원 정도 청구하시면 되겠    네요.

- 그래요? 그럼 소장 하나 변호사님이 써주시면 안될까요?

- 그럼요. 가능하죠. 복잡한 사건은 아니라서 비용은 --- 정도만 하시면 될 것 같아요.

- 에이. 뭐 돈을 받고 그러세요. 그냥 간단히 한장 써주면 되지. 너무 돈돈 그러면 안되지요. 변호사님.

  이런건 그냥 한장 써주면 제가 법원에 얼른 갖다 낼게요.


내가 사건을 하나 맡겼으니, 혹은 나와 알고 있는 변호사니,  다른 일들은 다 처리해주는게 당연하다는 마인드다. 까페에서 커피를 마신다고 마들렌 한조각이 공짜는 아니지 않나. 어떤 사람들은 소송을 맡겼으니 다른 일 도와주는 건 커피에 시럽 타주는 정도의 공짜 서비스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그런 사람들에게 세상에 그냥 한잔 써주면 되는 소장, 고소장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도 소리 높여 외쳐본다. (방안에서 나 혼자)


변호사 상담은 유료상담이 원칙입니다.
상담 방식은 전화, 방문, 화상 상담까지 가능하구요.
30분당 5만원 상담료를 받고 있으며, 
사건 선임시 상담료 내신 건 공제해 드려요.



[글 빚는 변호사 / 포항 변호사 / 법무법인 로힐 / 김세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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