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르를 받아먹다
찬이가 온 지 3일째.
여전히 서재방 어딘가에 꽁꽁 숨어 계신다.
붙박이장을 뜯어낸 후엔 찬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었지만 모른 척하고 하루 두세 번씩 서재방에 들어가 화장실을 치우고, 모래로 지저분해진 바닥 청소를 하고, 물그릇과 밥그릇을 채워 넣는다.
환경이 바뀐 스트레스로 밥을 먹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침엔 밥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고, 배변도 잘하는 것 같다. 찬이는 여느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로열캐닌 습식 사료를 좋아하는 듯 하다. 희봉이가 워낙 잘 먹었던 사료라 찬이가 오기 전 몇 봉지 사두었는데 지금 찬이도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봉지씩 잘 먹어준다. 건사료보다 비싸지만 아기 고양이 땐 잘 먹는게 중요하니까 일단 충분히 먹일 생각이다.
그 난리를 치고 붙박이장 꼭대기를 철거했지만, 오히려 이제 올라가지 않는 것 같다.
이제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창 샷시 안쪽에 들어가(끼여) 있는 것이다.
오늘은 조심스레 츄르를 가져가 찬이 가까이 대어 보았다.
이젠 내가 조금 익숙해진 것일까? 조금 망설이는 듯하더니 다가와 츄르를 먹어준다.
이렇게 가까이서 무언가 먹는 찬이를 보는 건 처음이다.
엄마가 맛있는 츄르 앞으로 실컷 사줄게.
이제 츄르길 걷자. 김찬.
(구조자 분이 연락을 해 와 새로 이름을 지으면 알려달라는데 고민이다, 그냥 찬이로 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