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신아람 After Bium - 비움프로젝트 II
1. 신아람, 쓸쓸하고 정직한 여정
신아람의 공연은 '비우는 행위'를 새롭게 정의하는 데서 출발했다. 그녀에게 '비움'이란 단순히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필요한 것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일에 가까웠다.
이번 <비움 프로젝트 II> 라이브는 한 명의 감상자로서 표현하자면, '신아람'이라는 사람이 삶의 어떤 빈 공간을 인식하고 음악으로 나누는 과정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감성을 꾸밈없이 전달했고, 그 진솔한 태도는 관객들의 개인적인 감정들을 끌어냈다.
그녀가 스스로 공언했듯, 이번 공연은 마치 그녀의 일기장을 펼쳐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보통의 아티스트가 무대 위에서 자신을 ‘전문가’로 포장하는 것과 달리, 신아람은 자신의 감정과 음악 사이에 경계를 두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무대 위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신아람'의 실존과 음악을 생생하게 느꼈다. 그래서 나에게 그녀의 새로운 '비움'은 아름다운 한편, 쓸쓸하고 어려운 길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 여정을 상상으로 그려본다면 이렇다.
한 사람이 삶이라는 길을 정직한 발걸음으로 걷고 있다. 그 길은 복잡하고, 수많은 이들이 남긴 흔적들로 얽혀 있다. 그는 때로 후회하고, 부침을 겪으며 그 모든 것들을 비워내고 싶어 한다 (To My Youth). 하지만 결별은 쉽지 않다. 결별을 결심한 순간, 남겨진 빈자리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그는 사랑했기에 머무르고 싶었고, 쉽게 놓아주지 못했던 것이다. (The Farewell, Hometown Reverie). 결별의 과정에서 고독을 느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독이 모든 살아있는 존재의 숙명이라는 것을 느끼며 연민과 애정을 느낀다(밤고양이).
그는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삶의 궤도를 바꾸는 일은 어렵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악기로 태어나고, 그는 ‘피아노’였다. 오선지 위 질서정연한 화음, 눌러야만 울리는 건반. 자유로운 보폭을 기대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방식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자유로운 보폭).
완벽한 자유를 기대했지만, 삶의 형태를 바꿀 수 없는 그는, 자신의 본질을 마주하기 위해 돌아간다. 자신이 걷는 길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위로하며, 자신의 본질로 돌아가 자신을 긍정한다.(may all be peaceful, 엄마의 정원). 마침내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무대를 떠난다. 자유로운 여정은, 자신의 본질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긍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래서 그는 음악으로 자신과, 자신의 동료와, 관객들의 삶을 묶이지 않은 자유를 선물한다.(Journey Unbound).
공연 초반, 신아람은 “비움이란 결국 새로운 것을 인식하는 행위”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 말처럼, 그녀가 들려준 곡들에는 각기 다른 방식의 ‘비움’이 담겨 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그녀의 비움은 다른 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밤에 거리를 걷는 고양이, 동료들, 가족, 그리고 관객들까지. 비어내는 과정에서 빈 공간을 인식하고, 그 빈 공간에 누군가를 초대한다는 점에서, 이 ‘비움’은 오히려 공존의 은유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묘하게, ‘공즉시색’이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2. 진정성의 근원
나는 왜 그녀의 ‘비움’을 그렇게까지 쓸쓸하고도 정직한 여정으로 받아들였을까? 아마 그것은, 신아람이 자신의 감정과 음악을 분리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하게 연결하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라이브에서 그녀는 곡의 비하인드와 감상을 숨김없이 이야기했다. 때로는 실제 사건을 살짝 각색해 더 정확한 감정을 전달하려 했고, 때로는 공연 중의 사소한 감각마저 솔직히 전했다. 이 모든 태도는 공연자라기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들으러 온 친구에게 마음을 터놓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관객은 단순한 청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밤고양이」에서 떼창을 유도하고, 연주자들의 성격을 악기의 솔로로 표현했으며, 마지막에는 셀카를 찍고 웃으며 “마지막 곡을 들으며 나처럼 떠나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든 순간은 인사치레가 아니라, 음악의 감수성을 직접 나누려는 제안처럼 다가왔다.
그녀의 공연은 단순한 수록곡 공개도, 사적인 고백도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실존의 언어로 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소한, 나라는 관객에게는 그 언어가 또렷이 들렸다.
3.체계적인 언어
앞서 음악가 신아람의 태도, 진정성, 전달방식을 위주로 썼지만 사실 그녀가 선택한 형식은, 단지 음악의 외피가 아니라 감정과 실존을 전달하기 위한 체계적인 언어기도 했다.
이 공연의 곡 배열은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내면적 서사를 따라간다. 초반의 「To My Youth」와 후반의 「Journey Unbound」는 비움 → 인식 → 수용 → 해방이라는 정서의 단계들을 따라간다.
전체적인 리듬의 흐름 또한 처음엔 고요하고 중간에 정서적 파동이 있으며, 마지막에 힘 있는 긍정으로 마무리된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부분만 소개하자면 이렇다. 「Hometown Reverie」 서서히 피아노와 드럼으로 서서히 시작되어 보컬같은 섹소폰으로 시작되는 이 음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피아노의 솔로부분이다. 다른 악기 없이 어딘가 익숙한 멜로디로 섬세하게 연주되는 이 부분은 드럼이 부드럽게 들어오면서 점점 강한 멜로디로 연주된다. 동네를 상상하며 작곡했다는 이 음악을 들을때면, 동네에서 종종 들었던 피아노 연습곡과 그 시절의 아릿한 향수가 폭죽터지듯이 밀려들어오는 느낌이다. 피아노의 전개도 듣기좋지만 미세하게 흩어지는 드럼의 심벌 소리, 사람의 목소리처럼 느껴지는 묵직하고 부드러운 색소폰은 고향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밤고양이」는 일련의 음악적 서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음악만 들어도 훌륭한 곡이다. 재즈 특유의 스윙이 아니라 _묘하게 불균형한 피아노의 박자와 음과 음 사이의 ‘텀’이 주는 공간감이 두문분출한 고양이의 모습과 밤의 속성을 잘 드러낸다.
관객의 떼창이 등장하는 이 곡은, 연주자와 청중이 함께 만드는 리듬이라는 점에서 ‘고독하지만 혼자가 아닌 밤’이라는 주제를 강화한다. 하지만 솔직히 관객으로서 고백하자면, 사람들의 메시지가 소개되는 부분은 집중력을 흐트리는 부분도 있어, 그 의도는 충분히 전달되지만 기회가 된다면 라이브로 이 부분만 들어보고 싶긴하다.
「자유로운 보폭」은 빠른 템포, 변화무쌍한 전조, 각 악기의 적극적 솔로가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부러 삐뚤게 걷는듯한 피아노의 도입부를 좋아한다. 음악가가 의도했는지 알 수 없지만, 피아노 파트에서 '나다움'을 찾는 과정에서 느끼는 모순의 직시가 이 음악에 있다고 생각한다. 각 악기의 솔로 파트가 연주자의 성격을 드러냈다는 설명도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전반적으로 ‘해방’이라는 주제가 리듬의 해방, 조성의 해방, 즉흥성의 확대라는 식으로 구현되는 것이 재밌다.
4.나가며
이 공연은 결국, 음악이 어떻게 감정을 구체화하고, 감정이 다시 음악의 형식을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여정이었다. 신아람은 자신의 진심을 말했고, 음악은 그 진심의 구조가 되었다.
나는 이 공연을 통해, 한 연주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음의 배열과 여백, 즉흥의 흐름 속에 깃들 수 있는지를 경험했다. ‘비움’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주제가 아니라, 그녀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었다.
신아람은 자신의 삶을 음악으로 연주했고, 나는 그 음악을 들으며 정직한 감정이 얼마나 멀리 닿을 수 있는지를 실감했다.
혹시 당신도 이 공연을 보게 된다면, 어느 순간 그녀의 숨결을 느꼈는지, 어떤 곡에서 당신의 마음이 움직였는지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