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이승호 작곡 김진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철이와 미애'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UTd4 U2 sjIP0? si=uaeMqCRlPVCiBqzX
너는 왜 아직도 모르는 거야
너만을 향한 내 사랑을
너는 왜 아직도 모르는 거야
남은 건 널 위한 사랑뿐
- 철이와 미애의 <너는 왜> 가사 중 -
철이와 미애는 1992년 데뷔했습니다. 남자 멤버인 신철과 여자 멤버 미애로 구성된 듀엣입니다. 신철은 1990년대 이태원의 유명한 나이트클럽인 문나이트 DJ 출신입니다. 탑 DJ였다고 전해집니다. 1989년에는 나미와 붐붐으로 활동했고 이후에는 철이와 미애로 활동했죠.
미애는 본명이 김미애로 문화방송 무용단 출신이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주노 씨가 만들려고 했던 3인조 혼성그룹 허니의 멤버이기도 했고 듀스 제3의 멤버로 물망에 올랐었다고 하네요. 그만큼 여성 힙합 래퍼가 당시 귀하기도 했고 잘 소화하는 가수였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데뷔하는 해에 1집과 2집을 발매했고요. 2집에서는 무용단 출신인 최윤애와 윤경수를 세 멤버로 해서 4인조로 변신을 했고 양준일이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뚜벅이 사랑'이라는 곡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활동이 없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1집 타이틀곡입니다.
신철은 이후 음악 관련된 일을 계속하면서 DJ DOC라는 그룹을 만들게 되고요. 이 외에도 구피, 유승준, 백지영, 제이 등 1990년대 중반 활동 활동 가수이 그의 손에서 만들어집니다. 미애는 미국으로 건너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고 하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너는 왜'입니다. 너는 왜 다음에 나올 법한 가사가 '아직도 그걸 모르니'입니다. 두 남녀의 입장 차가 아주 무지막지합니다. 약간 가스라이팅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네요. 여러분들도 한 번 판단해 보시죠.
'난 지금 화가 몹시 나있어/ 도대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널 사랑하는 나를 두고/ 또 다른 남자를 만날 수가 있어/ 허 세상에 이럴 수가/ 나 지금 너에게 걸어가고 있어/ 널 어떻게 쳐다봐야 하나/ 이런저런 걱정뿐인데' 부분입니다. 화자가 사랑하는 여자분이 바람이라도 핀 상황을 연상시킵니다. 놀라운 사실을 알아버린 후 심장이 벌렁벌렁하며 화자는 그녀를 찾아가죠. 무슨 말부터 해야 하나 하면서요.
2절에서도 '난 지금 뭐가 뭔지 몰라/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이 세상엔 나보다 더/ 더 잘난 남자가 있다는 걸 알아/ 허 세상에 그럴 수가/ 그토록 너만을 사랑했었는데/ 너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볼까/ 이런저런 걱정뿐인데' 부분입니다. 화자는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 같죠?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해는 하지 마/ 그 남자가 누구인지 얘기해 봐/ 사실이 아냐/ 그렇다면 사실을 내게 말해봐/ 너만을 사랑해/ 차라리 떠난다고 내게 말해줘/ 오~ 너는 왜 오오오~ '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남자는 추궁을 하고 여자는 아니라고 발뺌을 하는 대화형 가사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너는 왜 아직도 모르는 거야/ 너만을 향한 내 사랑을/ 너는 왜 아직도 모르는 거야/ 남은 건 널 위한 사랑뿐' 부분입니다. 변형된 가사도 나오는데요. '너는 왜 아직도 모르는 거야/ 추억이 돌 수는 없잖아/ 너는 왜 아직도 모르는 거야/ 사랑이 깊어만 가잖아 오~~ 오~~ 오오오~~' 부분입니다.
여자는 끝까지 오해라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진짜 믿어도 되는 걸까요? 남자가 오해한 게 맞을까요? 그냥 남자 사람 친구를 만난 것을 가지고 괜한 성질을 부리는 것일까요? 이 노래는 화내는 남자에게 여자가 너는 왜 아직도 내 마음을 곡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내용이네요.
음. 오늘은 가사 중 '화'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평소에 화를 자주 내시는 편인가요? 우리나라에만 있는 '화병'이라는 용어가 있죠. 화병의 주요 원인은 억울한 마음을 스스로 삭이지 못해서입니다. 그래서 흔히들 꾹꾹 참는 스타일이 화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죠.
화는 어떤 상황이나 사람 등이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을 뜻하죠. 주체의 입장에서 옳다고 믿는 A가 있고 그것으로부터 한참 멀어진 B를 볼 때 화가 치미는 것이죠. 누군가가 차가운 물을 먹고 싶은데 뜨거운 물을 내놓는 것과 같은 상황이죠.
그래서 화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고정관념이나 편견 등이 깊게 관여한다는 사실이죠. 이 노래에서 남자는 여자분이 다른 남자를 만난 것을 두고 화가 납니다. 자신과 사귀고 있는데 다른 이성을 만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바람피우는 현장을 들킨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만약 이 남자분이 남사친을 만날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던가 뒤통수 맞는 것이 나만 피해 가는 건 아니구나라는 평소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미치고 팔딱 뛰진 않았으리라 생각되네요. 그만큼 평소에 세상을 보는 시선이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처럼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인품이 좋다고 말합니다. 누가 봐도 크게 화를 낼 상황인데도 그렇게 하지 않으니 범상치가 않아 보이는 것이죠.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 사람은 화내는 버튼이 제거된 걸까요?
불교에서는 일반인 수준에서 화가 나는 것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고 말하죠. 그래서 알아차려라, 마음 명상 뭐 이런 말들을 꺼내게 됩니다. 그런데 화만 나면 앞뒤 안 가리는 사람에게 이걸 알아차리기란 쉽지가 않죠. 물론 이 방법으로 되는 분들도 있지만요. 어렵습니다.
예전에 화와 관련해서 들었던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각나는데요. 평소에 잘 참다가 한 번 화를 내는 사람은 진짜 무섭다고요. 여러분들 곁에 그런 분들이 있으신가요? 평소엔 모든 게 오케이였는데 어떤 이유로 인해 그 버튼이 눌린 사람은 자잘하게 화를 내는 사람과는 상대가 안 된다는 이야기죠. 저도 이 부류 일지도. 하하하.
아무튼 화가 많아진 세상입니다. 더 문제는 그 화가 해소가 되지 않고 누적되고 있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재깍재깍 초를 다투고 있는 형국입니다. 개인 입장에서도 화가 날 상황인데 참는 일이 반복되고 그 억울한 마음을 잘 흘려보내지 못하면 압력밥솥처럼 압력이 높아지다 어느 날 폭발을 하게 되죠.
타인이 혹은 상황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화의 시작이 아닐까 싶네요. 병의 경우 병이 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고죠. 화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화가 난 다음은 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물론 그때라도 뭔가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긴 하지만 애초에 화를 안 낼 수 있게 하는 게 좋죠.
그러려면 평소 이해의 폭을 넓혀 놓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이런 정신의 소유자가 되어야 하죠. 물론 말과는 다르게 거의 도달 불가능한 것도 압니다. 하지만 10개 중에 반 정도만 이런 사고로 넘길 수 있다면 삶의 질이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여러분들은 어떤 상황, 어떤 사람에게 화가 나시나요? 모두가 싫어하는 상황이나 사람은 있겠죠. 그런데 자신이 생각했을 때 유독 남들보다 못 참는 상황이나 사람 이런 게 있잖아요. 예를 들어 자식이 방 청소를 잘 안 한다 뭐 이런 것을 그냥 웃고 넘길 수도 있지만 못 참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사람마다 감수성이 다르니 같은 상황을 보고도 저어하는 정도가 각기 다릅니다. 다른 사람에겐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에도 누군가는 버럭 화를 내기도 하니까요. 특정 부분에서 극단의 사람을 만나보면 도가 트죠. 벌레 나오는 집을 보면 웬만한 집은 괜찮다 말할 거니까요. 그만큼 화를 다스리는 데는 많은 경험도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나이 지긋이 드신 노년층이 화를 내는 장면을 보면 유독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화를 내는 사람을 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긴 한데, 어린 사람들은 그러려니 해도 노년층에게는 좀 기대하는 바가 있어서 그런지 그런 상황을 저는 보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주변에 보면 화를 잘 내는, 다혈질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화도 잘 내고 잘 풀기도 하면서 어찌어찌 잘 살아가더군요. 화를 잘 내지 않는 분과 화를 잘 내지 않는 분들 간의 조합은 그런대로 봐 줄만 한데 둘 다 다혈질인 경우도 못 봐주겠더군요. 하하하.
불의를 보면 화도 나고 그래야 하는데, 나이가 들어 세상에 대한 깊이를 더듬는 사이 용기마저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 봅니다. 타인이나 환경을 향한 화는 좀 접어두고 사회와 인류를 위한 화는 좀 내도 괜찮을 듯한데요. 화를 변화의 동력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요.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제목 '너는 왜'는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의미가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화살의 방향을 바꿔서 '너는 왜'가 아니라 '나는 왜'부터 본다면 어땠을까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