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조정열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조갑경'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abordPvkfVI? si=vTq-6 xM1 ruP9 qpq4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이여(사랑하는 나의 님이여)
하늘처럼 소중한 그대여(그대여)
내 인생의 불을 밝혀 주신 님이여
그댄 내 곁에만 있어준다면
아무도 부럽지 않아요
- 이정석&조갑경의 <사랑의 대화> 가사 중 -
조갑경은 1989년 데뷔했습니다. (이정석은 전에 다룬 바가 있어서 스킵합니다) 1986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보컬그룹 '스케치북'의 보컬리스트로 참가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1988년 대학을 졸업하고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로 듀엣곡을 부르면서 알려졌고요.
1989년 그녀의 첫 앨범을 발표하게 됩니다. <바보 같은 미소>라는 곡이 타이틀곡이었죠. 이 노래로 그녀는 그 해 KBS 가요대상 신인상을 받게 됩니다. 그녀는 듀엣곡과 인연이 유독 많습니다. 솔로곡보다 듀엣곡이 훨씬 히트를 쳤기 때문이죠.
1990년 지금의 배우자인 홍서범과 <내 사랑 투유>라는 명곡을 탄생시키죠. 원래는 홍서범이 장필순과 녹음하기를 원했지만 소속사 사장이 계획을 변경하는 바람에 그녀와 입을 맞추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1992년 그녀는 3집을 끝으로 가수 활동을 마칩니다. 아마도 1994년 홍서범과 결혼한 게 결정적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많이 아쉽죠. 맑고 고운 목소리로 좀 더 가수 활동을 이어갔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가수보다는 방송인으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학가요제에 나가고 싶어 대학을 갔다는 그녀. 이제는 딸이 그녀의 꿈을 이으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아직 노래를 더 하셔도 괜찮을 듯싶은 바람은 저만의 상상일까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사랑의 대화'입니다. 자두가 부른 <대화가 필요해>라는 노래가 떠오르네요. 아마도 대화라는 공통점 때문이겠죠? 사랑의 대화처럼 달콤한 것은 없겠죠? 우리가 늘 하는 것이 대화인데, 사랑은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하하하.
'나는 그대를 사랑해/ 그대 곁에 있고 싶어요/ 나도 그대가 좋아/ 이 세상 모두가 변한다 해도/ 난 그대만 생각할래요/ 그대 반짝이는 두 눈을 보면/ 내 마음 나도 모르게 포근해/ 그대 미소 짓는 얼굴을 보면/ 내 마음도 흐뭇해 그대여' 부분입니다.
남자는 여자의 곁에 있고 싶다 말하고 여자는 만물이 변하다고 해도 한 남자만 생각한다 말합니다. 죽고 못 사는 사이 같죠? 두 사람은 서로의 두 눈을 보면 편안함을 느끼고 상대의 미소에서 흐뭇함을 느낍니다. 전자는 말이고 후자는 바디랭귀지죠. 한 마디로 모든 것이 통한다는 의미일 것 같네요.
2절입니다. '내 맘 알고 있는지/ 그대 마음 알고 싶어요/ 그대 사랑한다면/ 아무런 애기도 필요 친 않아/ 난 그대를 정말 사랑해' 부분입니다. 남자는 여자의 마음도 자신과 같은지가 궁금해집니다. 그러자 여자는 사랑하는 사이에는 사랑하는 확인의 말이 불필요하다 말하죠. 그러면서도 사랑한다는 말을 친절하게 덧붙여 줍니다. 남자를 잘 다루는 그녀일까요? 보통은 여자가 남자에게 묻는 것이 일반적인데, 남자가 여자보다 어리든가 아니면 더 사랑하더든가, 사랑 경험이 적은 인물이라고 추론해 봅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이여(사랑하는 나의 님이여)/ 하늘처럼 소중한 그대여(그대여)/ 내 인생의 불을 밝혀 주신 님이여/ 그댄 내 곁에만 있어준다면/ 아무도 부럽지 않아요' 부분입니다. 돌림노래처럼 부르는 구간이 화음이 아름답습니다. 그대가 님으로 호칭이 변경되며 약간은 떠받드는 느낌을 주죠. 반대로 자기 자신을 그만큼 낮추는 효과가 있죠. 하늘로 섬기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전략은 아니었을까요? 상대라는 존재만으로도 더 이상 필요할 것이 없는 단계로 보입니다. 축하합니다. 하하하.
음. 오늘은 가사 중 '그대 사랑한다면/ 아무런 애기도 필요 친 않아' 부분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말이 없을 당시에는 어떻게 사랑하는 마음을 전했을까 하고요. 먹을 것을 잡아서 냅다 던져주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했을까요? 하하하.
사랑을 할 때 말이 꼭 필요한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봄직 하죠. 누군가는 그럼 몸으로만 대화하냐고 핀잔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요. 흔히들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말을 통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원하는지를 확실히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합니다. 신이 아닌 이상 상대의 의사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면서요.
이런 맥락을 반영하면 오늘 다룰 가사 '그대 사랑한다면/ 아무런 애기도 필요 친 않아'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고 현실 버전은 아닌 셈이죠. 여러분들은 어찌 생각하시나요? 말 없는 사랑 아니 말이 적은 사랑이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책과 글을 좋아하는 1인으로서 언어는 제가 평생 곁에 끼고 살아야 하는 무엇이죠. 그래서 일반인보다 언어에 민감하게 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나 철학 따위에 자꾸 시선이 갑니다. 무엇인가를 말하지 않는 '무언' 역시 하나의 언어라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입을 떼지 못할 때는 많습니다. 어떤 것에 대해 몰라서 입을 다무는 경우도 있고요. 하고 싶은 말은 있으나 여러 정황상 꺼내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판단해서 의도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고 어떤 경우는 서로가 너무 공감하면 말없이 눈빛만으로도 교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랑이 극에 달했을 때 우리는 상대와 너무 죽이 잘 맞습니다. 내 마음이 네 마음이고 네 마음이 곧 내 마임인 물아일체의 순간을 경험하기도 하죠. 그럴 때는 많은 언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뭘 묻고 답하고 그럴 여지가 개입하지 않죠.
그런데 조금 지나면 어찌 되죠? 확실하게 물어보고 답해야 합니다. 현실판 버전이죠. 그러지 않고 자신이 맘대로 생각하고 무언가를 추진하면 오히려 안 하니만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사랑의 감정은 이전보다 훨씬 식었고 그 자리에 현실 감각이라는 아주 자연스러운 영역이 자리하기 때문이죠.
경상도 남자들을 희화할 때 말수가 너무 없어서 하루에 딱 세 마디 한다고 하죠. '밤 묵자. 아는?. 자자'입니다. 이 기준에서 보면 경상도 남자들은 다 사랑꾼들만 모인 것일까요? 하하하. 사랑을 너무 많이 해도 대화가 필요 없지만 사랑이 너무 낮은 레벨로 떨어져도 이와 같은 현상이 빚어집니다. 이론.
그런데 말이죠. 대화라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이 노래 가사처럼 많이 사랑할 때는 대화가 필요 없고요. 그다음이 문제인데, 그때부터 대화는 일방적인 혼나기 모드가 되거나 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 답답해합니다. 그래서 대화의 진전이 잘 안 생기죠. 특히 장기간 사랑 울타리에 놓여 있는 부부 관계가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랑이 빠지고 전우애가 싹터서인지 말은 짧고 굵게만 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경우도 있죠.
언어는 관계를 대변합니다. 관계가 깊어지면 크게 언어가 필요하지 않은 단계가 생기고요. 관계가 옅어지면 대화가 줄고 그래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때 확실함이 요구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높임말, 낮춘 말 등 언어에 이미 관계를 담고 있는지라 관계가 언어를 지배하는 기현상도 나타나죠.
'그대 사랑한다면/ 아무런 애기도 필요 친 않아'라는 가사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대화나 언어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라는 거죠. 여러분들은 이런 수준의 사랑을 해 본 적이 있으신지요? <사랑의 대화>라는 제목을 걸고 실제로 전달하고 싶었던 바는 '무지 사랑하면 사랑의 대화는 필요지 않아요' 혹은 '사랑은 대화가 없는 상태'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700회를 달성하고 강제로 3일간의 휴식을 저 자신에게 부여했습니다. 다시 시작하면 800까지 쭉 내달려야 하는 것을 알기에 그리 했습니다. 700회 기념으로 7일 동안만 놀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러다가는 안드로메다 가서 영영 못 돌아올 것 같아서. 하하하. 완연한 가을이어서 그런지 요즘 노래가 귀에 더 쏙쏙 꽂히는 듯한데요. 외출하실 때도 좋은 음악과 함께 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