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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의 <곰인형>

작사 : 윤민수, 민연재 작곡 : 윤민수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린'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ycZaS01BqHo?si=SzB3v5Dc1kvZxq9k

새빨간 하트를 지우고

저장된 일 번을 지워도

다른 번호로 바꿔 봐도

안돼 안돼 안된단 말야


모아 논 사진을 치우고

니가 준 편질 찢어 봐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도

안돼 안돼 안된단 말야 너


- 린의 <곰인형> 가사 중 -




너와 봤던 영화

그걸 기억하기 위해

간직하고 있던 영화표

그걸 태웠어


너와 함께

오락실에 들러

뽑았던 곰인형


네가 미워

답답함에 때려보지만

그래도 마음이 풀리지 않아


너와 추억이 담긴

핸드폰을 버리고

백일반지도 빼보지만

소용이 없어


사랑이 이런 건지 몰랐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


백일을 겨우 넘겼을 뿐인데

숟가락을 들어도

세수를 하다가도

네 생각에 눈물이 나


너를 떠올리게 하는

카톡 메시지, 저장된 번호

같이 찍은 사진, 편지

모든 걸 정리해 봐도


친구도 만나도 남자를 만나도

밥도 술도 먹어 보며

해 볼 건 다 해 봐도


웃긴 건

너를 잊는 것만은

안 된단 말이야




린은 2000년에 데뷔해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여가수입니다. 본명은 이세린이고요. 가수 이수 씨와 결혼을 하며 세간의 회제가 되기도 했죠. <사랑했잖아><자기야 여보야 사랑아> 등 인기곡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OST 강자로도 부상했죠. <해를 품은 달>의 OST인 <시간을 거슬러>나 <별에서 온 그대>의 OST인 <My Destiny>가 대표적입니다.

워낙 노래를 잘하는 가수입니다. 특유의 목소리가 매력적이죠. 대체불가죠. 무슨 노래든 부르면 구슬프게 들리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초창기 노래를 다시 들어봤는데 그때보다 뭔지 모르게 목소리가 성숙해졌고 감정이 깊어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번 노래는 2012년 7집 PART2 'Love Fiction'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참고로 이 노래는 바이브의 윤민수 씨가 작사 작곡에 참여했네요. 이 분 참 발이 넓습니다. 하하하. 제가 이 분 노래를 유독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곰인형>입니다. 저는 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게 오락실에 있는 '뽑기 기계'였습니다. 연예할 때 남자분이 뽑기 기계에서 곰인형을 뽑아서 여자분에 주는 장면 말이죠.

그게 뭐라고. 같이 환호성을 짓고 남자분들은 그걸로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하죠. 노래 제목 <곰인형>은 '서로가 함께한 추억'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쓰였습니다. 이별 상황에서 '그런 추억들을 다 지워봐도 상대방이 잊히지 않더라'라는 내용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첫 가사가 '함께 본 영화표를 태우고/ 네가 사준 곰 인형을 패도/ 엉엉 울어봐도 후련하질 못해'입니다. 노래의 화자는 답답합니다. 사귀던 사람과의 추억을 지우고 상대가 사 준 곰인형을 패며 화풀이를 하고 있죠. 하지만 결론은 그런다고 답답함이 떠나질 않죠.

그래서 더 강력한 처방을 해 봅니다. '함께 산 핸드폰을 버리고/ 네가 사준 백일반질 빼도/ 준 건 다 버려도/ 널 잊지를 못해' 부분입니다. 이쯤 되면 상대와 관계된 모든 것을 다 정리하는 것이라 봐야겠죠. 그런데 딱 하나 버리지 못하는 것이 남는 상황입니다. 그게 뭘까요? 네 그 사람이라는 존재입니다.

이 노래의 랩 가사에 보면 '백 년을 사랑한 게 아닌데/ 백일을 겨우 넘긴 너인데'라는 가사가 나오는데요. 여기서 추정컨대 사귄 지 100일을 약간 넘겨서 커플링도 하고 그러다가 헤어짐을 맞이한 상황이라고 추정이 되네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구슬퍼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네요. 시간을 뛰어넘는 스피디한 사랑이라도 한 걸까요?

당연히 이별 후엔 만사가 귀찮아지죠.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전화도 받고 싶지 않죠. 그러면서 노래의 화자는 '사랑이 이런 것인지 몰랐어요...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어요 난'이라고 말합니다. 얼마 사귄 것도 아닌데 그 사람 생각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찾아오는 자신을 발견하며 힘들어하죠.

이 노래의 후렴구는 '새빨간 하트를 지우고/ 저장된 일 번을 지워도/ 다른 번호로 바꿔 봐도/ 안돼 안돼 안된단 말이야/ 모아 논 사진을 치우고/ 네가 준 편질 찢어 봐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도/ 안돼 안돼 안된단 말이야 너'입니다. 한 마디도 아무리 발버둥처도 네가 잊히지 않는다는 표현입니다.

상대와의 추억들을 버리는 것 말고 상대와 사귀기 전 일상을 는 노력도 해 보려고 합니다. '친구도 만나보고/ 남자도 만날게/ 밥도 잘 먹어보고/ 술도 좀 마실게/ 근데 또 웃긴 게/ 해 볼 건 다 했는데/ 널 잊는 게 그것만 안 돼'라고 말하죠. 뭘 해도 상대를 잊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사귈 때 상대와 추억이 깃든 영화표, 선물 등을 싹 다 정리한다고 어느 날 불어닥친 이별이라는 단어를 받아들이 긴 쉽지 않습니다. 영화표를 찢고 곰인형을 패는 일은 하나의 상징인 듯한데요. '오늘부터 너 없는 삶을 살아보겠노라'하는 마음의 다짐이죠. 주변을 보면 많은 분들이 실제로 이렇게 하십니다.

이런 '추억 대청소 작업'이 일부 효과는 있지만 마음을 온전히 다잡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그 사람이라는 존재가 남기 때문이죠. 아무리 추억을 지워도 그 사람이라는 존재는 그 자리에 남아 있잖아요. 현존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일정한 시간뿐일 겁니다.

노래의 화자는 빨리 사귀던 사람을 잊고 싶어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봅니다. 하지만 그게 잘 안 되죠. 오히려 주변 사람이 그런 모습을 보면 애처롭다 할 겁니다. 그런다고 떠나 간 사람이 돌아오지도 당사자에게도 유익하지 않다는 뻔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이 노래에서는 그만큼 상대방을 사랑했고 지금도 많이 그리워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런 가사 전개를 한 것이겠죠. 하지만 세상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들이 즐비하죠. 특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랑과 이별 같은 문제가 유독 그렇고요. 그래서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랑과 이별 노래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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