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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K의 <물들어>

작사/작곡 정지찬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BMK'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qleqH7_xeNU? si=xYFbQU30 QeAcNZmK

물들어..

너의 사랑 안에 나는


물들어..

벗어날 수 없는

너의 사랑에


나를 모두 버리고

커져만 가는 너의

사랑 안에 나는 이제..


물들어..


-BMK의 <물들어> 가사 중 -





내 머리를 쓰다듬던

너의 손길을 잊지 못해


내 아픈 가슴은

너의 익숙함으로

다시 감싸 줘야 해


너의 손이 내게 닿았던

그 순간부터

나는 점점 너에게 물들었지


봉숭아물이라도 들이듯

손끝에 분홍 꽃잎이 보여


너의 색으로

너의 익숙함으로

마치 네 안에 사는 듯

널 위해 변해 가는 듯


나를 잃어버렸어

내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어느 하나도 없게 됐어

나는 나를 버린거야


벗어날 엄두도 못 낼 만큼

너의 사랑에 빠져

커져만 가는 너의 사랑 안에서

나는 물들었어




BMK는 2003년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김현정 씨죠. 원래 예명이 풍채에서 느껴지듯 '빅마마 킹'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는데, '빅마마'가 출연하면서 영어 약자인 BMK가 되었다고 합니다. 뭐 워낙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 실용음악과 교수도 재직한 바 있고 보컬아카데미 원장님이시기도 했죠.

대표적인 곡으로 2집 타이틀 곡인 <꽃피는 봄이 오면>이라는 노래가 있죠. 이번 노래는 3집에 수록된 곡입니다. 2곡 모두 엄청난 성량이 동반되지 않으면 쉽게 따라 부를 수 없는 노래죠. 그래서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이 유튜브에 커버를 많이 올려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손승연 씨하고 윤성 씨 버전을 좋아합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이야기로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짚고 가보죠. <물들어>입니다. 노래의 화자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물든 존재라고 자신을 표현하죠. <물들어>라는 단어는 좋고 나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 중의적 의미이지만 노래의 톤 앤 매너를 보면 사랑보다는 이별 쪽에 더 가까운 노래가 아닐까 싶네요.

첫 가사가 '머리에 얹은 너의 손/ 나는 잊을 수가 없어서/ 내 아픈 가슴을/ 너의 익숙함으로/ 다시 감싸줘야 해'입니다. 머리에 얹은 상대방의 손을 잊을 수가 없다니 머리에 손을 얹는 대상이 어딘가로 떠난 상황이겠죠. 더 이상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존재의 부재 속에 가슴이 저며옵니다. 다시금 그 따뜻한 체온을 느껴보고 싶지만 그런다고 사라진 존재가 갑자기 나타날 리 만무하죠. 그리움의 감정입니다.

그다음 가사가 '나에게 너의 손이 닿은 후/ 나는 점점 물들어/ 너의 색으로 너의 익숙함으로/ 나를 모두 버리고'입니다. 여기서 손은 서로가 사귀고 있던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데요. 사귀는 동안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보니 내 것이 사라진 상황을 표현하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제목 <물들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이 동일시화된 상태를 나타내고 헤어짐 이후 동기화된 상태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러분. 봉숭아물 들여보셨죠. 연분홍색으로 손 끝이 물드는 거. 요즘은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더라고요. 네일숍의 힘일까요? 2절 처음이 '사랑은 손톱 끝에 물든/ 분홍 꽃잎처럼/ 네 안에 사는 걸/ 널 위해 변해 가는 걸'입니다. 외부에 존재하던 봉숭아잎이 손끝에 물이 들어 나와 한 몸이 된 상황이죠. 내 안에 함께 사는 것이고 내 손가락도 봉숭아잎의 색처럼 변해가는 상황입니다. 곧 사랑하는 이와 나는 일심동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겠죠.

그래서 이 노래의 후렴구는 '물들어/ 너의 사랑 안에 나는/ 물들어/ 벗어날 수 없는 너의 사랑에/ 나를 모두 버리고/ 커져만 가는 너의 사랑 안에 나는 이제/ 물들어'죠. 너무 블루투스로 동기화되어서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지라 더 의지하게 되고 블루투스가 끊어진 상황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워지는 거죠.

그다음은 '손끝으로 파고와/ 목을 스친 상처로/ 심장 안에 머물며/ 나는 이제 너에게/ 물들어' 부분이 이어지는데요. 전체적인 가사가 날카롭습니다. 떠난 사람을 못 잊는다는 느낌으로 다가오는데요. 손끝엔 이미 봉숭아 물이 들어 두 사람을 상징하는데 한 사람의 부재가 손 끝으로 파고 들어오는 것이죠. '목을 스친 상처'는 그 손 끝을 잘못 휘둘러 그만 목에 상처를 낸 상황을 말하는 것 같은데요.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 간에 맞는 파국을 연상시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와 나의 동기화된 기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거죠.

물들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유사한 말로 '스며들다'라는 단어가 연상됩니다. 데칼코마니처럼 한 번에 딱 똑같은 모양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는 표현처럼 처음엔 몰랐는데 얼마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보니 흠뻑 젖어 있는 상황이랄까요. 잔잔했던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내 마음에 들어와 앉아 있고 헤어질 시점에 보니 그 나간 자리가 큰 호수만큼 커다랐던 것이죠.

물든다는 표현은 아마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폭이 그만큼 넓어져 닮아간다는 말일 겁니다. 물론 물드는 데 필요한 것은 일정한 시간이겠고요. 즉흥적이고 즉각적인 것도 좋지만 사람에 관한 한 조금은 시간의 흐름이 더해지며 천천히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물들어야 여운이라는 것도 남으니까요.

여기서 하나 주목해 봐야 할 점은 어떤 사물에서 물이 들 때 물이 들게 된 대상은 본래 대상보다 연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본 대상이 가진 색을 추종하는 것이지 더 깊은 청춘어람 같은 빛깔을 내진 않죠. 그만큼 자신의 본래 색을 일정 정도는 유지할 수 있는 룸을 준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노래의 화자는 물들어가 아니라 데칼코마니를 한 것 같은 인상이네요. 그래서 아픔도 배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고요.

학창 시절 나쁜 친구 사귀어서 물들었다고 부모님들이 표현하죠. 사람만큼 가장 강한 색채를 가진 것도 강력한 물듦을 선사하는 것도 없죠. 여러분들은 어디에서 물들고 어디에 물을 드리고 싶으신가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말씀드린 대로 <가사실종사건> 보이그룹 편을 하기 전에 미분류 편 10곡을 먼저 진행하려고 합니다. 저는 다른 것들도 그렇지만 노래도 특정 장르나 특정 곡만 주야장천 듣는 것이 몸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주의입니다. 노래에도 다양성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런 차원에서 좀 혼란스럽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니 양해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정신 건강에도 그게 좋을 겁니다. 하하하. 여러분들도 저에게 좀 물들어 보심 어떨까요? See you. Coming Soon- (NO.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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