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준의 <그날에 나는 맘이 편했을까>
작사/작곡 이예준
안녕하세요?
이번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예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날에 나는 맘이 편했을까
다신 안 보겠단 각오로
네가 못한 숙제 한 거잖아
나는 사랑이 필요해
이만큼 아프면 충분해
네가 핀 담배만큼 난 울었어
- 이예준의 <그날의 나는 마음이 편했을까> 가사 중 -
네가 변하지 않는 걸까
내가 변하지 않는 걸까
우린 늘 같은 문제로 싸웠어
그러다 이젠 지쳐버렸지
끝날 때 됐나 봐
그런 우리 모습
더는 볼 자신이 없어
입 밖으로 내면 안 되는 말들
네가 제일 싫어하는 말들만
골라서 쏟아냈어
그날에 내 속이 어땠겠니
다시 안 보겠단 각오로
네가 주저했던 우리 이별
내가 대신해준 거잖아
네가 미안함 갖지 않도록
내가 그 이유를 만들어 준 거잖아
정말 널 미워했다면
그냥 등 돌리면 될 일이었어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우리 사이 되돌리고 싶었던 거야
이 정도 했으면 됐어
네가 핀 담배만큼 울었잖아
나는 다른 사랑이 필요해
내 말이 상처였다는 말은 하지 마
서로에게 조금만 더 잘해줬더라면
이런 상황은 오지 않았을까
차라리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다면
우린 행복했을까
이예준은 <보이스 코리아>2의 우승차 출신 가수로 2014년 데뷔했습니다. 고3 때 뮤지션의 길을 결심했다고 하죠. 실용음악과를 졸업하고 보컬트레이너 등으로 활동하면서 코러스 등에 참여하면서 가수가 되고자 하는 꿈을 놓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승 후에도 OST 등 활동을 꾸준히 해 왔습니다. 그러다 2014년 첫 미니앨범을 발매하며 정식으로 가수 출사표를 낸 것이죠. 그러다가 2020년 이별송 <미친 소리>를 발매했는데, 그녀의 가수 여정에 큰 전환점이 되어 준 곡이 아닐까 합니다. 자기 색깔을 찾은 것 같다거든요.
이번 노래는 2020년 12월에 싱글 앨범입니다. <미친 소리>에 이어 이예준이라는 가수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훌륭한 곡이 아닐까 합니다. 이 두 노래로 감성 보컬리스트라는 칭호가 잘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본인이 직접 작사 작곡한 부분에도 박수를 보내줘야겠죠. 그런 까닭인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있을 법한 사랑과 이별이 아니라 내 주변 친구의 이야기 같은 인상을 받게 되네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연인 사이에서 자주 싸우는 문제가 무엇일까요? 매번 새로운 문제로 싸우기보단 똑같은 일로 싸웁니다. 어느 한쪽이 상대가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던가 아니면 다른 한쪽이 참고 넘어가면 될 일인데 그게 참 안됩니다. 그런 부조화를 끓어 안고 만남을 이어가다가 그것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폭발하게 되죠. 그래서 첫 가사 이렇게 시작합니다. '늘 똑같은 일로 싸우다 지친 우리/ 끝날 때가 됐나 봐'라고요.
노래의 화자는 결국 세상에서 가장 심한 말, 상대방이 들으면 치가 떨리는 말들만 골라서 상대에게 투척해 버리죠. '다시 주어 담기 힘든 말들/ 쏟아내고 집에 돌아왔어' 이 부분이요.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버젓이 하는 상대에게 진절머리가 났지만 그렇게 한 데는 숨은 의도가 있었죠.
이 노래의 제목 <그날에 나는 맘이 편했을까>는 그런 독설을 뱉어낸 상황에서 화자의 심경을 표현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화자의 마음도 복잡다단했다고 말하고 있죠. 뒷부분 가사 '정말 널 미워해서 이랬을까' 부분도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정도 충격을 주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한 말이었던 것이죠.
그런 자신의 행위를 '다신 안 보겠다는 각오로/ 네가 못한 숙제를 한 거야'라고 말하고 있죠. 이 가사로 추정컨대 상대방은 더 이상 이 관계를 이어갈 의지를 보이지 않으며 화자의 복창을 터지게 해 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화자는 '나를 떠나는 이유가/ 너는 필요했던 거니까/ 내가 그 이유를 만들어줄게/ 미안한 마음들 갖지 않도록'이라고 말하죠.
제가 이 노래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나는 사랑이 필요해/ 이만큼 아프면 충분해/ 네가 핀 담배만큼 난 울었어' 부분입니다. 여기서 '담배'라는 가사를 노래 속에 담은 것도 아주 예외적인데 이런 식으로 많이 울었다는 표현을 한 것에 감탄하고 말았지 말입니다. 하하하.
하루에 한 갑 피는 사람이면 20번, 한 달 피면 600번, 1년 피면 7,200번, 30세라면 21만 번쯤 울었다는 말은 아니겠죠? 하하하. 그냥 아재 개그 한번 해 봤습니다. 용서해 주시와요. 슬픔을 일상의 모습에 매치시켜 독창적으로 표현한 부분이라서 너는 이런 가사에 잘 꽂힙니다.
이 노래에서 화자의 진심을 표현한 주제절은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우릴 되돌리고 싶었는데' 부분이 아닐까 하네요. 그러면서 서로 더 많이 사랑했다면 혹은 처음부터 만나지 않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을까라고 하며 이렇게 된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다름 아닌 내가 악인이 되어야 하는 순간'에 대해서 조금만 썰을 풀어보죠. 뭐 거창한 표현 같지만 흔히들 연인 사이에 하는 잔소리 같은 걸 떠올리면 될 것 같습니다. 모두들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은 말 위주로 듣고 말하고 싶지 싫은 이야기 듣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세상 누구보다도 배우자가 가장 무섭다는 표현이 떠오르네요.
여러분들은 이 노래처럼 상대방에게 헤어짐을 각오하고 청천벽력 같은 말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으셨나요? 자신이 유독 싫어하는 부분을 상대가 의식 없이 그냥 쭉 할 때 우리는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죠. '나를 사랑한다면 좀 바꾸려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아닌가. 우리 진짜 안 맞나' 하고요.
만약 서로에게 그런 부분이 있고 나는 수용했는데 상대방은 수용하지 않고 그대로라면 본전 생각 엄청 날 겁니다. 나도 어려웠지만 널 위해 이렇게 했노라고 말하며 상대방을 압박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는 거니까요.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 관계가 개선 일로로 진행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죠.
가까이에 있기에 더 잘 보는 것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단점이란 건 말이죠. 근데 싸움이란 서로가 물러서는 지점을 잘못 어림짐작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 아닐까요. 누군가는 그것을 바꾸는데 이별까지 불사하고 누군가는 관계를 유지하는데 그 부분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엄청난 간극이 펼쳐지죠. 그래서 같은 문제로 다툼이 지속되는 경우 누가 옳다 그르다의 문제로 접근하면 필패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싫은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것은 어떤 순간일까요? 단지 내 스타일이 아닌 부분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겁니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도 같은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질 테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한 인간으로서 망가져가는 모습을 볼 때라면 어떨까요? 그땐 저라도 악인을 자처할지 모르겠네요. '마치 시험에 합격하기 전까진 널 안 봐. 난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러니 어리바리하지 말고 시험 꼭 붙어, 떨어지면 우리 헤어지는 거야'라고 한다면 상대방이 정신이 번쩍 들지 않을까요.
우리가 사랑하기도 부족한 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상대로 악인 행세를 하는 건 슬픈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속엔 그만큼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이 있는 거죠. 그걸 말속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웬만하면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줍시다. 그거 한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하하하. 오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하나 고백하자면 요즘 글을 쓰면서도 참 제 글이 마음에 안 듭니다. 다 끝냈을 때 해방감 같은 게 잘 안 늦껴지거든요. 여러분들도 이런 때가 있으시죠? 뭐. 그래도 적습니다. 브런치가 좋은 게 퀄리티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는 점 아닐까요. 물론 독자의 입장에서는 다르겠지만요. 집 나간 필력이 다시 제자리를 찾기를 바라봅니다. 하하하.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세요. See you. Coming Soon. (NO.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