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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콜라보(안다은)의 <묘해 너와>

작사/작곡 심현보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어쿠스틱 콜라보(안다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ZeiEHJeJNKw?si=RF2l2yKdB1_2b7Gq

참 묘한 일이야 사랑은

좋아서 그립고 그리워서 외로워져

이게 다 무슨 일일까


내 맘이 내 맘이 아닌걸

이제와 어떡해 모든 시간 모든 공간

내 주위엔 온통 너뿐인 것 같아 묘해


- 안다은의 <묘해 너와> 가사 중 -




누굴 좋아하는다는 게 뭘까

좋기만 한 감정만은 아니겠지

즐거움과 외로움이 공존하는 듯해


밤공기가 좋은 저녁

할 일 없이 있다가도
문득 누군가가 보고 싶어 지곤 해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따사로운 햇살에

울컥 눈물이 나기도 해


그러다 니 목소리를 들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불안하고 슬펐던 감정이 사라져 버려


누군갈 이토록

보고 싶어 진다는 게

너무 신기해

그러다 못 보게 되면

미친 듯이 불안해져


참 묘한 일이야

좋다가 그립다가 외로워지는 게

내 마음이 내 것이 아닌 듯해


이게 다 무슨 일이래

내 주변이 온통 너로 뒤덮였어

모든 시간 모든 공간이


행복한 채 두려워진다는 거

그게 사랑이란 걸까

낯선 여행과 같은 느낌이지만

너와 그 길을 가보고 싶어




어쿠스틱 콜라보는 김승재와 모수진으로 이루어진 2인조 혼성 보컬 그룹이자 인디 밴드입니다. 2010년 데뷔했고요. 객원 가수 시스템을 구사했습니다. 이 중 2기였던 안다은 씨가 2016년 탈퇴하면서 김규년(우디킴, 기타) 씨와 '디에이드'라는 그룹을 만들었죠. 전 소속사의 갈등이 점입가경 수준이었나 봅니다. '디 에이트(The ADE)'는 말 그대로 'An Da Eun'에서 앞글자만 따온 겁니다.

이 노래는 2014년 발매된 곡으로 KBS2 <연애의 발견> OST에 삽입되었습니다. 그래서 2014년 어쿠스틱 콜라보 버전과 20년 디에이드 버전 이렇게 두 개가 나와 있습니다. 당연히 저는 디에이드 버전을 선택했습니다. 그게 가수 본인이 원하는 바가 아닐까 해서요.

자. 그럼 OST인 만큼 <연애의 발견>이라는 드라마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짚고 넘어가야겠죠. 그다지 스토리 전개가 어렵지 않습니다. 2년째 새로운 남자를 사귀고 있는 여주인공(정유미) 앞에서 5년간 사귀었던 전 남자 친구(에릭)가 나타나면서 드라마가 시작되죠. 여 주인공은 전 남자 친구와 현재의 남자 친구 사이에서 갈등을 하며 우왕좌왕하다가 결국엔 전 남자 친구 쪽에 손을 들어주죠. 너무나 뻔한 결말 때문에 여주인공이 누리꾼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못 들었다는 후일담도 전해집니다. 하하하.

이 노래 <묘해 너와>를 드라마 내용에 접목해 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전 남자 친구에게 끌리는 감정을 표현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죠. 이미 끝난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자신의 감정이 옛 연인이라는 대상이 나타나며 다시금 깨어난 것이죠. 그래서 노래의 화자는 '사랑이란 도대체 뭘까? 참 묘하단 말이야. 행복하지만 두려움도 따르는 여행 같은 것 아닐까. 그래서 나와 긴 여행을 떠나보기로 해'라고 노래 속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노래의 가사를 보다 보면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것을 인상을 받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느낌을 받으실지 자못 궁금해지네요. 첫 가사가 '니 생각에 꽤 즐겁고/ 니 생각에 퍽 외로워/ 이상한 일이야/ 누굴 좋아한단 건'입니다. 네 사랑을 하면 즐거운 일도 있지만 그만큼 외로움을 더 느끼게 됩니다. 누굴 좋아하는 것은 내 고독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고독을 선명히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죠. 생각하기에 따라서 아주 심오한 가사가 아닐 수 없네요.

이러한 사랑의 양면성에 대한 가사가 이 노래에 많이 언급되고 있죠. 2절에서도 '보고 싶어 신기하고/ 신기해서 보고 싶고/ 그러다 한 순간 미친 듯 불안하고'도 유사한 내용입니다. 우린 사랑이 행복한 감정만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환상을 일정 정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요상한 놈을 뜯어보면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로 점철되어 있음을 알 수 있죠. 다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중 어떤 부분이 드러나 보일 뿐이죠.

사랑의 묘함은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집 앞을 걷다 밤공기가 좋아서/ 뜬금없이 이렇게 니가 보고 싶어' 부분이나 '아무렇지도 않은데/ 햇살에 울컥 눈물이 날 것 같고' 부분이 그렇죠. 자신의 감정이 내 뜻대로 안 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일명 심장이 고장 나는 거죠. 수도꼭지가 나도 모르게 열리고 닫히고 우리의 입장에선 '내가 미쳤나 봐'라는 말을 연신 내뱉는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경험해 보셨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참 묘한 일이야 사랑은/ 좋아서 그립고 그리워서 외로워져/ 이게 다 무슨 일일까

/ 내 맘이 내 맘이 아닌걸/ 이제와 어떡해 모든 시간 모든 공간/ 내 주위엔 온통 너뿐인 것 같아/ 묘해' 부분입니다. 사랑이 묘한 이유가 나오는데요. 두 가지 극단의 감정을 갖게 되는 점, 그리고 시공간의 왜곡이 생긴다는 점을 말하고 있네요. 사랑의 속성 중 하나가 그 패턴이나 정해진 규칙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노래 말미에 있는 '모르고 떠나온 여행처럼 낯설지만/ 그래서 한번 더 가보고 싶어져/ 너와/ 이렇게 너를 바라볼 때/ 뭐랄까 나는 행복한 채로 두려워져' 부분이 끌립니다. 설렘과 두려움이라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사랑을 너란 사람이 있어서 한 번 시작해 보겠다는 뉘앙스잖아요. 언젠가 이 사랑도 끝을 드러낼 것이지만 그래서 행복한 채로 두려워지지만 너라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 믿고 있는 것 같거든요. 마냥 좋은 어린 시절 사랑보다는 훨씬 성숙한 모습이 아닐 수 없네요.


오늘은 가사 중 '행복한 채로 두려워져'에 대해 간단히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감정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지금은 행복하지만 끝내 무언가 발목이 잡혀서 행복했던 만큼 고통을 겪을 것이 예상되는 상황 말이죠. 처음 사랑을 시작할 시점에는 서로 다른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해 행복했는데, 일정한 시점이 지나고 나면 그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곤 하죠. '우린 너무 안 맞아'라고 말하면서요.

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말은 '좋기만 한 일도 나쁘기만 한 일도 없다'는 점입니다. 어떤 때는 키가 큰 게 좋은 일이지만 어떤 때는 키가 작은 게 유용할 때가 있습니다. 또 어떤 때는 짝이 있는 게 좋았다가도 어떤 때는 혼자 있는 게 세상 마음 편하기도 하죠. 그만큼 요동치는 우리 마음에 맞는 상황이라는 건 애초에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냥 우연처럼 나의 마음과 상황이 들어맞았을 때 우린 그걸 행복한 순간이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말이죠.

행복한 순간에 행복을 충분히 즐기고 불행이 다가오면 불행에도 흠뻑 빠져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행복한 순간에 불안감을 느끼는 우리지만 역으로 불안한 순간에 행복함을 떠올릴 수 있다면 꽤나 괜찮겠네요. 행복은 불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닙니다. 역으로 불행에도 행복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죠. 그러니 행복과 불행이 늘 반복되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불행해져야 하고 불행해져야 행복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구조를 갖고 있죠. 사랑처럼 인생도 참 묘하죠.

전 그래서 저는 한 때 이러한 구도를 깨지 않고는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가졌었죠. 그러다 법률 스님의 말씀에 귀가 기울어졌습니다.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는 것부터 잘못된 사고의 시작이라고요. 우리의 감정 역시 평소의 범위를 넘는 체험을 하면 돌아오는데 시간도 걸리고 속을 썩기도 합니다.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거죠. 그렇다고 그런 체험을 저어하자니 인생이 너무 밋밋해 보이는 거죠.

누구 말마따나 한 개인이 가진 행복의 총량값이 일정하다면 여러분은 그걸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 저는 N빵 할 겁니다. 하하하. 잔잔한 행복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격정적인 사랑으로 지상 최대의 감정을 느껴보는 행복도 좋지만 그만큼 반대 여파가 있다는 걸 어느 정도는 알게 된 나이라서일까요.

그러니 행복하지만 불행을 생각하는 것, 불행하지만 행복을 생각하는 태도는 굉장히 성숙한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의 독선과 자만 따위를 멈추게 해 주거든요. 그래서 노래속 그걸 알고도 사랑하는 네가 있어 그 길을 걸어가겠다는 결심은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사랑을 하려면 이런 사랑을 했음 싶네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어제저녁 에일리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오래간만에 귀호강을 하며 호사를 누렸습니다. 뭐. 노래 잘하는 것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 같고. 요즘은 콘서트도 스토리텔링이 중요한데, 이번 공연은 'Color'가 주제였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검은색에 관객들의 반응을 입혀 무지개를 만들고 싶다' 정도가 이번 콘셉트였죠. 가수나 작가처럼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색'을 갖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여러분들은 어떤 색깔의 브런치를 꿈꾸시나요? 하하하. 상쾌한 일요일 하루가 되시길 희망하면서. See you. coming Soon- (NO.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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