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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작사/작곡 K2 김성면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K2 김성면'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nCCTDHdoU4 Y? si=RjhYpJDsOoZnBcQB

아냐 기쁜 젊은 날에 내 사랑


어떻게 널 잊을 수 있어


슬프도록 아름다웠던


우리 지난날에 사랑아


- K2 김성면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가사 중 -




K2 김성면은 1992년 그룹 피노키오로 데뷔했습니다. 록 발라드 장르라고 할 수 있죠. 대학 시절 헤비메탈 밴드에서 활동하며 실력파로 이름이 알려졌다고 합니다. 1991년 피노키오 보컬로 정식 데뷔해서 많은 인기를 얻는데요. 예전에 소개해 드렸던 <사랑과 우정사이>라는 노래 기억나시나요?

1994년 손지창의 히트곡 <사랑하고 있다는 걸>과 손지창, 김만종의 <친구를 위해>를 직접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1994년 드디어 K2가 결성되죠. 이때 그는 군악대로 군 복무 중이었습니다. 헤비메탈 그룹 아발란시에서 활동하던 이태섭과 함께 국내 최초 옴니버스 헤비메달 앨범을 발매했는데요. 이 만남이 후에 K2 결성의 원동력이 되어 주었답니다. 이태섭 싸는 정경화의 <나에게로의 초대'를 작곡하기도 했죠.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K2의 첫 번째 앨범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이 노래와 함께 1999년 세 번째 음반에 실린 <그녀의 연인에게>가 대표곡으로 꼽힙니다. K2의 노래는 정형화되어 있어서 좋게 보면 편안하고 반대로 비슷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 우려를 깬 것은 당연히 김성면 씨의 보컬 때문이죠.

4옥타브를 넘나드는 앙칼진 목소리가 일품입니다. 2000년부터는 록밴드 생활을 하면서 콘서트 위주로 활동을 했는데요. 아쉽게도 2002년 친동생과 차린 회사가 경제난을 거쳐 산신청을 받으면서 4집을 위한 염원을 접어야 했죠. 다행히도 올해 새로운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데뷔 32주년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기사가 있네요.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셨음 싶네요. 하하 히.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슬프도록 아름다운'입니다. 굉장히 시적인 제목이죠? 아름답다는 긍정 표현 형용사와 어울리지 않는 슬프다는 감정 표현 형용사가 만나서 묘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죠. 어떤 상황에서 이런 표현이 적합한 걸까요?

'그리움의 끝은/ 언제나 눈물 속에 항상 니가 있는 것은/ 돌아갈 수 없는/ 아픔인 듯 시린/ 추억이 가슴속에 남아서야' 부분입니다. 딱 봐도 이별을 노래하고 있죠. 누군가를 그리워하다 결국 눈물을 흘리는 상황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눈물을 이끄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사랑했던 상대였겠죠. 하지만 보고 싶다고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도 없겠거니와 사랑했던 그 장소에는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픔과 시림으로 얼룩진 추억도 함께 남아 있습니다. 우린 그걸 추억이라고 말하지요.

'어느 하늘 아래 있을까/ 아련하게 자꾸 떠오르는 너를/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 서러워 눈물로도 참지 못해' 부분입니다. 헤어지고 나서 상대의 안부가 한 번쯤 궁금해집니다. 한 번이 아니라 아주 자주 그렇다고 화자는 말합니다. 상대를 향한 아련함은 한 번쯤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지죠. 하지만 그런 바람일 뿐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마음과 몸이 분리된 이 상황이 화자에게는 서럽습니다. 눈물로 그 서러움을 대신해 보려 하지만 그걸로는 성이 안 차지요.

'이젠 다른 삶인걸 알아/ 우리 같은 추억 간직한 채로/ 서로 사랑했던 날만큼 아파하며/ 잊혀져 버릴지도 몰라' 부분입니다. 한편으로는 헤어짐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공존하죠. 두 사람에겐 같은 추억이라는 공통 단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공유했던 날이 홀로 된 현재의 시점에서는 역으로 가슴을 찌르는 원인으로 돌변하죠. 하지만 시간 앞에선 장사가 없죠. 시간이 흐르면서 그때는 무뎌지고 옅어질 테니까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아냐/ 기쁜 젊은 날에 내 사랑/ 어떻게 널 잊을 수 있어/ 슬프도록 아름다웠던/ 우리 지난날에 사랑아' 부분입니다. 화자는 바로 아니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사랑이 어찌 잊혀질 수 있겠느냐면서요. 젊은 시절 한 때의 사랑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아름다운 사랑이었으니까요. 그 사랑이 끝내 지금까지 이어지지 못했기에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이었다고 말하면서요.


음. 오늘은 제목 '슬프도록 아름다운'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시에서는 이러한 표현을 역설이라고 말합니다. 모순된 표현 속에 깊은 뜻이 숨어 있어 한 번 생각해 보는 효과를 내죠. 역설이 쓰인 시구 중 유명한 것은 한용운 님의 <님의 침묵>이 대표적이죠.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또 유치환 님의 <깃발>에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시어도 그렇습니다.

이처럼 역설법이란 말 안에서 서로 반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표현이 서로 상충합니다. 표현하려는 원뜻과 정반대 되는 말로 의미를 강화하는 반어(아이러니)와는 차이가 있죠. 역설은 반어와 다르게 표현 자체가 문법적으로 어긋나고 화자가 말하는 바가 반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제3의 새로운 진실 혹은 진리 등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문법적으로는 맞지 않는 말이죠. 그렇다면 이 표현을 통해 어떤 뜻이나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 것일까요? '아름다웠던 과거지만 돌아갈 수 없음'이거나 '아름다움이란 그것을 상실했을 때의 슬픔을 동반한다' 뭐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요?

한 단계 더 들어가 보죠. 아름다움은 '알다'라는 단어를 어원으로 보기도 합니다. 아직 무슨 뜻인지가 명확하지 않죠? 그럼 이번엔 슬픔의 어원을 보죠. 슬픔은 영어로 Sadness로 'sad'가, 만족하다, 충만하다는 의미를 가졌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슬픈 감정으로 변화했다고 하죠. 뭔가 꽉 차 있는 상태라는 의미를 공유하고 있지 않나 싶네요.

정리해 보면 '슬프도록 아름다운'은 '충분한 앎' 정도로 변환이 가능할 텐데요. 뭘 안다는 걸까요? 한 때 사랑했던 아름다운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음을 안다는 말은 아니었을까요? 젊은 시절 만난 사랑이었기에 이어지기보다는 헤어지기가 훨씬 쉬웠다는 것을 알았다는 말은 아니었을까요?

제목 '슬프도록 아름다운'이라는 역설적 표현은 화자가 가진 모순된 감정, 헤어졌지만 보고 싶은 감정과 그럴 수 없는 현실, 시간 속에서 지워질 것이지만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부딪히며 탄생한 제3의 새로운 진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 갔나? 하하하.

이 노래를 선곡한 배경 역시 지금의 시국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탄핵이라는 위기 상황과 축제와 같은 촛불 시위를 보며 저는 '슬프도록 아름답다'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봤거든요. 즐거워야 하는 축제가 더 나은 상태로 진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서였다니 슬픈 일이지만 지치지 않으려고 서로에게 희망을 말하려고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말도 안 되는, 문법에 맞지 않는 상황이 이 표현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거짓말쟁이의 역설이라고 들어본 적 있으세요? 거짓말쟁이가 말합니다.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요. 이 진술이 참이면 거짓이 되고, 거짓이라면 참이 되어 모순이 발생되는 것이죠. 철학에 역설은 삶의 본질이나 인간의 조건에 대해 사유를 자극하기도 하죠. 쳇 GPT에게 물어보니 테세우스의 배를 철학적 역설의 예로 꼽는데요. 배의 모든 부품을 교체했다면 그것은 여전히 같은 배인가?라는 물음이죠.

역설을 활용한 말을 들을 때 말의 모순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했다면 그것은 역설법을 잘 활용한 사례일 겁니다. 이 노래의 제목처럼요. 반면 말의 모순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지 못하면 그것은 한낮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하죠. 그런 의미에서 '현 시국에서 직무 정지는 필요하다. 하지만 탄핵은 아니다. '라는 말은 모순이 담긴 역설이라기보다는 새빨간 거짓말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아마도 이번 사태가 끝나기 전까지는 글 내용 중 일부에 관련 내용이 언급될 것 같습니다. 기록하는 자의 소신 같은 것이라고 봐 주심 좋을 듯요. 가끔씩 역설법이 반영된 글귀를 볼 때마다 해독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습니다. 왜 글쓴이는 저렇게 표현했을까 하고요. 다른 사람이 쓴 글에만 감탄할 게 아니라 저 스스로가 역설법을 잘 다루고 싶네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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