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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y back home

Song by SHAUN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SHAUN'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eNt78 mQJavY? si=7 U6 hby3 i6 nMqkJkh

멈춘 시간 속 잠든 너를 찾아가


아무리 막아도 결국 너의 곁인 걸


길고 긴 여행을 끝내 이젠 돌아가


너라는 집으로 지금 다시 way back home


- 숀의 <way back home> 가사 중 -




숀(SHAUN)은 2018년 가수에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김윤호입니다. 영어 활동명은 좋아하던 밴드 해피 먼데이즈의 보컬 숀 라이더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네요. 가수, DJ, 프로듀서, 작곡가 등 다양한 음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고 아프리카 TV와 유튜브도 하는 인터넷 방송인입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활동한 5인조 남성 일렉트로 락 밴드인 <THE KOXX>에서 씬디사이저를 맡았기도 했습니다.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노래의 편곡을 담당했고요. 이 밖에도 EXO, aespa의 콘서트 오프닝 곡에도 참여했습니다. 2018년에 자신의 EP 앨범을 첫 발매했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여기에 담긴 타이틀 곡입니다. 어디선가 한 번은 들어봤음직한 리듬이죠.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으며 34억 회 정도의 스트리밍을 기록한 곡입니다. 영국의 가수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코너 메이너드가 영어로 피처링하기도 했습니다. 그 덕분에 이 곡을 팝송으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챌린지가 많이 되는 곡이기도 하고요.

매년 EP앨범 혹은 음원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고요. 2022년 유나, 2023년에는 태국의 아티스트와 콜라보로 음원을 발매하는 등 협업도 잘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일본에서 싱글 1집을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2024년에는 <Easy>라는 100% 영어 가사로 이루어진 음원을 선보였고요. 저는 숀을 보면서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음악인의 모습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Way back home'입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Come back home>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정도로 해석이 될 것 같은데요. 여기서 집은 물리적인 집을 뜻하는 것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아무리 힘껏 닫아도 다시 열린 서랍 같아/ 하늘로 높이 날린 넌 자꾸 내게 되돌아와/ 힘들게 삼킨 이별도 다 그대로인 걸 oh oh oh' 부분입니다. 사랑하는 누군가와 헤어져 마음을 정리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마음의 문을 닫으려 해도, 하늘 높이 날려버려도 소용이 없는 모습입니다. 힘들게 이별을 마음속 깊은 곳에 삼켰다고 생각했지만 자꾸 이별을 연상시키는 무언가가 꿈틀꿈틀거립니다.

'수없이 떠난 길 위에서 난 너를 발견하고/ 비우려 했던 맘은 도 이렇게 너로 차올라/ 발걸음의 끝에 늘 네가 부딪혀/ 그만, 그만' 부분입니다. '수없이 떠난 길'이라는 마음을 고쳐먹고 혼자서도 잘 살아내야지 하며 다짐했던 순간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고요.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늘 그 길에서 너라는 상대를 만나게 되고 그 결심이 실패로 끝났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2절을 볼까요. '조용히 잠든 방을 열어 기억을 꺼내 들어/ 부서진 시간 위에서 선명히 너는 떠올라/ 길 잃은 맘속에 널 가둔 채 살아/ 그만, 그만' 부분입니다. 조용히 잠든 방은 가지런한 마음을 뜻하고 그 속에 있는 선명한 너라는 기억을 꺼내봅니다. 화자는 가슴에만 담아두고 상대에게 표현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을 '길 잃은 마음속에 널 가둔 채 살아'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네요. 가사가 참 시적입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멈춘 시간 속 잠든 너를 찾아가/ 아무리 막아도 결국 너의 곁인 걸/ 길고 긴 여행을 끝내 이젠 돌아가/ 너라는 집으로 지금 다시 way back home' 부분입니다. 상대가 떠나고 혼자 지낸 시간은 멈춰 있는 듯하고 상대는 잠들어 있는 듯합니다. 지우려 애쓰고 애써봤던 긴 여행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화자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하죠. 다시 상대와 재회라도 하게 되는 걸까요?

'세상을 뒤집어 찾으려 해/ 오직 너로 완결된 이야기를/ 모든 걸 잃어도 난 너 하나면 돼/ 빛이 다 꺼진 여기 나를 안아줘/ 눈을 감으면 소리 없이 밀려와/ 이 마음 그 위로 넌 또 한 겹 쌓여가/ 내겐 그 누구도 아닌 네가 필요해/ 돌아와 내 곁에 그날까지 I'm not done' 부분입니다.

야구에서 9회 말 2 아웃 상황에서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요. 화자는 상대와의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은 상황으로 간주하고 이 말을 돼 내는 것 같습니다. 밀어낼수록 더 가까워지는 상대를 세상을 다 뒤집어서라도 찾아내 그 쓰다만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인 것이죠. 이렇게 슬픈 가사를 이렇게 발랄한 음악에 얹히다니 왜 이 노래가 그리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는지 좀 이해가 되네요. 하하하.


음. 오늘은 '돌아갈 집'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가 사는 물리적인 집은 아니고요.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집을 말하죠. 집 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습니다. 제가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로 꼽는 박신양, 이미연 주연의 <인디언 서머>라는 영화죠.

그 영화에서 박신양은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변호사로 이미연은 폭력을 쓰는 남편을 정당방위로 죽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살인죄를 뒤집어 쓰려하죠. 극 중 박신양 씨가 말합니다. '왜 말을 안 하시는 거예요? 정당방위가 인정되면 집에 돌아갈 수 있다고요.'라는 취지였죠. 그런데 극 중 이미연 씨는 '돌아갈 집이 없어요'라고 말하죠. 그러자 반문합니다. '왜 집이 없어요? 남편과 살던 집이 있잖아요?'라고요. 그러자 이미연 씨는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박신양 씨는 물리적인 집을 생각했겠지만 이미연 씨는 정신적인 집을 말한 것이겠죠. 그래서 죽은 남편과의 나쁜 추억이 있는 장소가 더 이상은 집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 여기고 물리적인 집은 있을지 모르나 정신적인 의미로서의 집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죠.

모든 시름을 내려놓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해야 하는 최후의 보루인 집의 기능이 상실되자 극 중 이미연 씨는 세상 어디에도 자신이 갈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스스로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행을 택하려고 하는 것이죠. '돌아갈 집'이 사라진 사람의 최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이라는 공간은 가장 사적인 영역에 속합니다. 감추고 싶은 것,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들이 존재하죠. 그 공간이 누군가에 의해서 침해당했다면 사적인 영역으로의 기능이 상실된 상태죠. 백번 양보해서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아픈 기억이 그 자리에 있다면 이 역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물론 집을 씻고 자는 공간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은 저 같은 집돌이는 집이 꽤나 중요한 공간에 해당되죠. 외출을 했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집에 돌아올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곤 하니까요. 자기만의 시간, 개인의 프라이버시, 상처받은 마음의 치유, 따뜻한 집밥 등 집이라는 공간이 제공하는 특화성이 없다면 누구도 집이라는 공간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겠죠.

건축학자인 유현준 씨에 따르면 아파트라는 공간은 고립과 고독을 부추긴다는 뉘앙스의 언급을 하신 걸 봤는데요. 집의 구조가 사람의 관계와 심리까지도 영향을 준다는 거겠죠. 하물며 집 전체에 놓여 있는 어떤 강력한 기억은 집의 구조보다도 더 큰 영향을 주리라 생각됩니다.

이 노래에서 화자는 누군가와 헤어져 세상을 여행했습니다. 세상의 반이 이성인 상황이니 한 사람과의 관계가 끝나면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열리겠어요.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 누군가를 잊는 노력은 그때마다 실패를 거듭합니다. 그 원흉은 바로 과거 기억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먼 길을 떠났던 발걸음을 돌려 누군가와 헤어진 그 장소, 여기서는 집으로 돌아오게 되죠.

누군가와 헤어지는 일이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 보니 아니었네 하는 생각으로 바뀐 것일 수도 있고요. 너라는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무언가가 대체가능하다는 생각 했다가 여러 경험을 거친 후 대체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낸 것일 수도 있고요.

우린 이 세상 어딘가에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할 절대 공간이 필요합니다. 보통은 집이 그 장소일 수 있고 사람이, 우정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죠. 마지막으로 돌아갈 어느 한 구석만 있어도 극단적인 선택에서 벗어나 오늘을 견뎌내고 내일을 살아가는 게 인간입니다.

영화 <인디언 서머>에서 이미연 씨에게는 극 중에 잠깐 마음을 돌리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아마도 돌아갈만한 구석을 박신양 씨에게서 발견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합니다. <인디언 서머>는 절망 가운데에 뜻하지 않는 희망적인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쓰는 말이거든요.

요즘은 너무 삭막해져서 거주자만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나 외벽을 높게 두른 주택 등을 자주 목격하는데요. 외부와 교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한껏 드높이는 이런 건물들을 볼 때마다 정신의 감옥에 갇힌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마음의 집을 내어줄 수 있는 따뜻한 세상의 시작은 집을 짓는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이 노래 팝송인 줄 알고 덤볐다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내 곡임을 알게 되었네요. 깜빡 속을 뻔했습니다. 뭔가 팝적인 느낌이라서 국내에서 만든 노래가 아닐 거라는 믿음 같은 게 있었거든요. K-POP이 글로벌화되면서 점점 이런 곡들이 늘어날 예정이라 <가사실종사건> 제작자 입장에선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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