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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의 <비상>

작사 채정은 작곡 최준영, 임재범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임재범'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lA2 yNzojHEk? si=EvqcALBaqDqKB1 gx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 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 임재범의 <비상> 가사 중 -




임재범은 1986년 데뷔했습니다. 1983년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클럽에서 록 음악 가수로 활동하다가 서울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신대철 씨가 만든 헤비메탈 밴드 <시나위> 1집에 참여해 <크게 라이오를 켜고>를 부르면서였죠. 군대 문제로 시나위를 탈퇴하게 되었고요. 부활의 이지웅 등과 함께 외인부대로 활동을 했고, 프로젝트 록 그룹이었던 록 인 코리아를 거쳐 김도균과 함께 아시아나 활동을 끝으로 밴드 생활을 중단했습니다.

그가 솔로로 전향한 것은 1991년이었습니다. 1집 타이틀공이 <이 밤이 지나면>이었죠. 명곡입니다. 하지만 이 곡이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방송출연 정지를 당했습니다. 1년간 오대산에 있다가 내려오는 등 종적이 모연해지며 긴 공백기를 가졌죠. 1997년 2집을 발매했지만 심야 음악 프로그램에만 출연하며 큰 반향은 없었고요. 1998년 박정현의 1집에서 2집에 수록되었던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듀엣으로 녹음했는데 이 곡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오늘 소개할 노래도 2집에 수록된 노래로 시간이 흐를수록 명곡 반열에 기어오른 곡이죠.

1998년 발매한 3집의 <고해>는 남자들이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부르는 곡으로 여성들 앞에서는 절대 부르면 안 되는 곡으로 낙인을 찍였고요. 2000년 발매한 4집의 타이틀곡이었던 <너를 위해>는 영화 <동감>의 주제가로 채택되며 꽤 반응이 좋았습니다. 2004년 발매한 5집은 큰 반향이 없었고 2010년 드라마 추노의 주제가였던 <낙인>이 큰 히트를 쳤습니다.

2022년 7집을 발매한 바 있는데요. 11곡이 실렸는데 10곡을 채정은 씨가 작사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곡도 이 분 작품입니다. 첫 작업물이었죠. 인터뷰 내용 중 '임재범한테만 사용 가능한 언어들이 있으니, 작사가에겐 이보다 좋은 놀이터는 없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네요.

2011년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고 최근에는 예전 성정이면 절대 출연하지 않았을 <비긴 어게인>에도 2023년 출연한 바 있습니다. 이미지와는 다르게 양처럼 순하고 교과서적인 인물이라고 하네요. 배우인 손지창과는 이복동생 사이고요. 목소리만큼은 국보급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모창 하기로 유명하죠. 나이가 들수록 소리가 깊어지는 듯하다고 해야 할까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비상'입니다. 하늘로 날아오르다는 뜻이죠. 땅이 싫었던 것일까요? 하하하. 화자는 왜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어 한 것일까요? 노래의 가사를 따라가면서 그 연유를 밝혀 보시죠. 저는 이 노래 가사를 보면 작사가가 임재범의 방황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듣고 쓴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하하하.

'누구나 한 번쯤은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순간이 있지/ 그렇지만 나는 제자리로 오지 못했어/ 되돌아 나오는 길을 모르니'가 첫 가사입니다. 닭이 알을 깨고 나오기 전 닭은 세상이 모두 하얗거나 어두웠을 겁니다. 대부분 인생에서 그런 순간은 시간이 경과하며 과거지사가 되어버리죠. 알을 깨고 세상밖으로 나오게 되니까요. 하지만 웬일인지 화자는 아직도 알 속에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너무 많은 생각과/ 너무 많은 걱정에/ 온통 내 자신을 가둬두었지/ 이젠 이런 내 모습/ 나조차 불안해 보여/ 어디부터 시작할지 몰라서' 부분입니다. 생각과 걱정 때문이었죠. 지금 상태가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알을 깨고 나면 맹수들에게 잡혀 먹히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불안에 떨고 있었습니다. 방법도 몰랐습니다. 알의 한 곳만 쪼으면 되는지 아니면 여기저기를 쪼아야 하는지 말이죠.

2절을 살펴볼까요? '감당할 수 없어서/ 버려둔 그 모든 건/ 나를 기다리지 않고 떠났지/ 그렇게 많은 걸 잃었지만/ 후회는 없어/그래서 더 멀리 갈 수 있다면' 부분입니다. 망설이는 사이에 다른 닭들은 알을 깨고 어디론가 떠나갔습니다. 하지만 화자는 늦더라도 더 멀리 갈수만 있다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상처받는 것보단 혼자를 택한 거지/ 고독이 꼭 나쁜 것은 아니야/ 외로움은 나에게/ 누구도 말하지 않을/ 소중한 걸 깨닫게 했으니까' 부분입니다. 어렵더라도 혹여 잡혀먹더라도 알을 깨고 나왔어야 했지만 알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화자는 말합니다. 고독과 외로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고요. 다른 이들보다 혼자 침잠했던 그 긴 시간에 남들은 모르는 소중한 것을 깨달았다면서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 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2절은 생략함)/ 다시 새롭게 시작할 거야/ 더 이상 아무것도 피하지 않아/ 이 세상 견뎌낼 그 힘이 되줄거야/ 힘겨웠던 방황을' 부분입니다.

화자의 본심은 남들처럼 세상에 나가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자신도 이런 꿈이 있었노라고 당당히 밝히고 싶었던 것이죠. 오래 움츠린 만큼 더 높이 멀리 하늘로 날고 싶었습니다. 이젠 새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자세로 새로운 시작을 알립니다. 그동안의 방황이 독이 아니라 십보 전진을 위한 후퇴라고 말하면서요.


음. 오늘은 가사 중 '고독이 꼭 나쁜 것은 아니야/ 외로움은 나에게/ 누구도 말하지 않을/ 소중한 걸 깨닫게 했으니까''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하루 중 얼마나 되시나요? 그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잘 알고 계신가요?

예전에도 말씀드린 바 있지만 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단어입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고독은 자발성, 외로움은 타율성으로 분류되죠. 인간이라면 외로움을 기본으로 합니다. 관계라는 틀 안에서 사는 삶에서 관계에 이상이 발상하면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구조입니다. 연인 사이였다가 헤어져 홀로된 경우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상태가 되면서 각자는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이에 반해 고독은 이 노래 가사처럼 '상처받는 것보다 혼자를 택한 거지'에서 보듯 자발적 선택이 수반합니다. 스스로 머리 깎고 지리산으로 가는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려는 것이 아니라 고독을 선택한 것이 되는 셈이죠.

영어로 고독은 solitude인데, 순수하게 "혼자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명상을 하거나 수행을 하기 위해 홀로 있는 상태를 '고독'이라고 칭합니다.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1인입니다. 하루에 몇 시간이라도 그런 시간이 없으면 왠지 뭔가를 빠뜨린 것 같은 느낌으로 잠에 들곤 하죠. 언젠가 행복한 삶의 모습을 구상하다가 그 첫 번째 조건이 '자기 시간의 확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간에는 자던 먹던 무얼 하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죠. 자신의 자유 의지가 가장 활발하게 발현되는 시간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여러 이유로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이 쉽지 않지만 말이죠.

혼자 있는 시간을 누군가는 침잠이라고도 하고요.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라고도 말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야 사회적 관계도 원만해진다고도 하고요. 저는 이런 혼자만의 시간을 '동굴 생활'이라고 비유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발길도 닿지 않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세계를 실현할 수 있어서입니다. 특히 사는 게 힘들 때 저는 자처해서 동굴로 들어가곤 합니다.

거기서 고독이라는 단어를 만납니다. 스스로 세상의 관계들과 일시적으로도 절교를 하고 나면 복잡한 관계로 인해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보이게 되죠. 이 노래에서 '누구도 말하지 않을 소중한 걸 깨닫게 된다'는 말이 바로 이 지점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우린 태어나는 그 시점부터 좋든 싫든 관계라는 것이 생깁니다. 아빠 혹은 엄마라는 1차적인 관계부터 친척도 있죠. 그리고 살면서 친구니 연인이니, 지인이니 뭐 이런 복잡다단한 관계가 만들어지죠. 그 관계 속에는 함박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고 희망도 있고 좌절도 있고 그럽니다.

동굴에 생활한다고 해서 사실 그 관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가끔은 그 관계의 끈을 내려놓고 오롯이 자신을 봐야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관계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신을 봅니다. 네가 있어야 내가 있고 음악이 흘러야 내가 그런 류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죠. 관계 속에 진짜의 내가 존재하지만 우린 그걸 잘 놓치고 삽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그 관계를 일시적으로 단절해 보는 게임에 돌입해 보는 것이죠.

이 노래의 가사말처럼 고독의 시간은 더 멀리 뛰기 위한 움츠림의 시간입니다. 관계 속에서 지친 자신을 치유하는 시간이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끝까지 달릴 수 있는 체력을 안배하는 시간이죠. 동시에 얽혔던 관계를 풀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고독의 시간에 들면 외롭다기보다는 심심합니다. 그래서 누구의 방해도 없이 허락된 적지 않은 시간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실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간입니다. 책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드는 등 예술적인 활동과 연결되기 쉽죠. 예술할 때만큼은 우린 고독해져야 합니다. 고독의 힘 없이 위대한 작품이 탄생할리 없죠. 고독의 예술가의 제1의 덕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고독사라는 말을 들으면 고독이 부정적인 어감으로 다가옵니다. 어쩔 수 없이 인생의 마지막 자락에 혼자 있는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고독사라 부르는 것은 영 탐탁지가 않습니다. 원래 고독의 의미를 안다면 고독사는 아름다운 단어일 것 같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마지막 삶의 모습이라고 할까요.

가끔은 아니 자주 고독해져 봅시다. 그 고독을 친구로 삼아 봅시다. '누구도 말하지 않을/ 소중한 걸 깨닫게 했으니까''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눈이 많이 오네요. 첫눈이죠. 무자비하게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고 있노라면 마냥 좋다가도 잠깐 정신을 차리면 내일 아침 출근길이 걱정되곤 합니다. 눈이 오면 한 바탕 뛰어놀고 눈사람 만들고 노곤해져서 쥐도 새도 모르게 잠에 들어버리는 어린이들이 이토록 부러울 수가 없네요. 그런 아이들의 면모를 닮고 싶긴 한데 그 친구들은 고독을 저만큼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겠죠?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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