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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y 24. 2024

레드벨벳의 <Dumb Dumb>

작사 서지음 김동현 /작곡 라이언 전 외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레드벨벳'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XGdbaEDVWp0? si=s00 s2 v54 mu_TKbOH

마네킹 인형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어색하지


평소같이 하면 되는데

또 너만 보면 시작되는 바보 같은 춤


눈 코 입 표정도 팔다리 걸음도

내 말을 듣지 않죠

Dumb Dumb Dumb Dumb -


심장의 떨림도 날뛰는 기분도

맘대로 되질 않죠

Dumb Dumb Dumb Dumb -

Dumb Dumb Dumb Dumb Dumb Dumb -


- 레드벨벳의 <Dumb Dumb> 가사 중 -




뭐부터 해야 할까

어떡하면 좋지

정말 모르겠어


너도 내가 마음에 있는 걸까

너무너무 헷갈려

이성이 감성에 잡아먹힌 꼴이야


왜 이렇게 어색하지

평소 하곤 완전 딴 판이야

너만 보이면

혼자 얼음땡 놀이를 해


심지어는

내 심장도 내 기분도

내 것이 아닌 것 같이

통제가 되질 않아

고장 난 걸까


카사노바까지 능숙하건

바라지도 않아

그냥 평상시처럼만

됐으면 좋겠어


남들 다 하는 연애인데

왜 난 이렇게 어려운 거지

근데 왜 넌 자꾸

나를 귀엽다고만 하는 거야




레드벨벳은 5인조 걸그룹으로 2014년 데뷔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죠. 아이린, 슬기, 웬디, 조이, 예리가 멤버입니다. 모두 한국인이고요. 웬디가 메인 보컬을 담당합니다. 같은 소속사의 '소녀시대'와 'F(X)의 장점만을 섞어놓은 그룹을 만들고자 했다고 하죠.

2024년 기준으로 현재 국내 정식 활동 앨범 개수가 19장으로 SM에서 가장 많은 음반을 발매한 그룹입니다. 레드벨벳은 그룹명 자체가 팀 콘셉트인데요. 강렬하고 매혹적인 레드와 부드럽고 감각적인 벨렛으로 곡 속에 서 어느 한쪽을 택하거나 두 가지를 동시에 담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말장난 같은데. 이러면 레드벨벳 팬들에게 혼나겠죠? 어쨌튼 콘셉트 의도를 그렇다고 받아들이죠. 하하하)

여러분. 아이돌에는 세계관이라는 것이 있다는 거 아시나요? 레드벨벳은 멤버들마다 부여된 숫자가 있고 상징 동물도 있다고 하네요. 저는 레드벨벳 노래를 쭉 들어보면서 노래를 참 기가 막히게 잘 만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획력이 상당한 듯 보였거든요. 그래서인지 실패하는 앨범도 잘 없고요.

음성학적으로 보면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구간에서 보여주는 팀원간 하모니가 참 듣기 좋습니다. 좀 세련됐다고 할까요. 전체적으로 잘하는 사람은 있어도 쳐지는 사람은 없는 탄탄한 보컬 라인을 갖춘 그룹이죠. <빨간 맛>을 비롯해서 <행복><Queendum><Psycho> 등 히트곡도 많습니다.

레드벨벳은 굳이 따지자면 3세대에 속하고 그 스타트를 끊은 그룹이죠.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15년 발매한 첫 정규앨범인 'The Red'에 수록된 곡입니다. 국내에서 100만 장 이상 팔린 첫 싱글이기도 합니다. 빌보드 세계 디지털곡 차트에서도 3위를 한 바 있고요. 벌써 데뷔 10년 차네요. 파이팅^^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노래 제목이 'dumb dumb'입니다. 말을 못 하는, 일시적으로 말이 안 나오는, 그래서 멍청한, 바보 같은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이 노래에서는 '소녀들이 낭만적인 상대 앞에서 마네킹이 되는 것처럼 어색해지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하네요.

'너 때문에 하루 종일 고민하지만/ 널 어떡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어 난 Oh/... 그 눈빛은 날 아찔하고 헷갈리게 해/ 내 이성적인 감각들을 흩어지게 해...'가 첫 가사입니다. 화자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의 눈이라도 마주치면 어찌할 줄을 모르죠. 이성의 영역에서는 침착해지자라고 지시를 내리지만 감정의 영역에서는 그런 지시가 먹힐 리가 없습니다. 한 마디로 당황 일색이 되는 것이죠.

물론 화자는 '낭만적인 영화를 난 꿈꿔왔지만/ 네 사랑은 내 손에 늘 땀을 쥐게 해'라는 가사에서 보듯 근사한 연애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와는 다르게 그 사람 앞에만 서면 손에 땀이 찰 만큼 긴장하게 되죠.   

그런 화자의 모습을 보고 '저 언니처럼 되고 싶은데/ 넌 자꾸 나를 귀엽다고 하는 걸까 왜'라고 하죠. 여기서 언니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자연스러운 누군가를 상징합니다. 화자가 그렇게 되고 싶는 거죠. 그런데 현실은 사랑 운운할 수 없을 만큼 벌벌 떠는 화자의 모습을 보곤 귀엽다는 말을 건네는 수준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 마네킹 인형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어색하지/ 평소같이 하면 되는데/ 또 너만 보면 시작되는 바보 같은 춤/ 눈 코 입 표정도 팔다리 걸음도/ 내 말을 듣지 않죠/ Dumb Dumb Dumb Dumb / 심장의 떨림도 날뛰는 기분도/ 맘대로 되질 않죠/ Dumb Dumb Dumb Dumb -/ Dumb Dumb Dumb Dumb Dumb Dumb' 부분입니다. 2절에는 '남동생 로봇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어색하지/ 어떡하지 고장 났나 봐/ 숨을 쉬는 방법도 다 까먹었어 나/ Dumb Dumb Dumb Dumb Dumb Dumb'이라는 가사도 있습니다.

평소처럼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니라 마네킹이나 남동생의 로봇 같은 움직임을 남발하는 화자는 자신이 너무 바보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사지가 모두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상황이니까요. 몸뿐만 아니라 마음 역시 똑같습니다. 그래서 바보, 멍청이라는 말을 자신에게 내뱉고 있는 상황이죠. 고장 났다고도 하고요. 심지어는 아무것도 안 해도 그냥 되는 숨쉬기조차 까먹었다고 말하죠.

그래도 상대를 향한 마음을 접고 싶진 않나 봅니다. 좋아서 그러는 거니까요. '난 너에게서 헤어날 수 없나 봐/ 미워도 싫지가 않잖아'라고 가사가 이를 보여주죠. 미운 건 자신을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귀여운 대상으로 보고 있는 점인데요. 좋아하는 감정이 있으니까 미움도 생기는 거겠죠. 이 연애가 부디 성공하길 빌어봅니다.


음. 오늘은 가사 중에 '평소같이 하면 되는데'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이 노래에서는 좋아하는 상대를 앞에 두고 몸과 마음이 얼어붙어서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죠. 사랑 전선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이런 경우는 왕왕 발생합니다.

일명 긴장했다는 표현 말이죠. 많은 사람들 앞에서 PT나 발표를 하는 경우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평상시에는 말도 잘하고 여유도 있는데, 막상 무대에만 서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죠. 얼굴이 붉어지고 말이 빨라지고 그 자리를 어떻게든 빨리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 한가득이죠.

그런가 하면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면서 마치 그 자리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한껏 여유를 부리고 웃음도 지어가면서 청중을 좌지우지하는 별종들도 있습니다. 예전에 스티븐 잡스가 청중들에게 했던 발표 장면이 문득 떠오르네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이런 경우에 평소같이 잘 행동하시나요?

잘 안 되는 이유는 바로 부담이죠. 뭔가를 좀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발동한 탓이 크죠. 글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한 자 한 자 쓰면 얼추 완성이 되는데, 조금만 잘 쓰겠다는 욕심을 부리거나 부담을 가지면 그때부터 신기하게도 말이 꼬이면서 글도 잘 안 써지죠. 경험해 보셨죠?

우리가 '평소 같이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긴장 한 번 안 타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후회하는 일도 적어질 텐데요. 그러기가 쉽지 않죠. 물론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에 따라 긴장을 잘하는 타입도 있고 그렇지 않은 타입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는 자신의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훈련을 하면 조금은 나아집니다. 많은 사람에게 발표하기 전에 편한 사람을 앞에 두고 연습을 해 보는 거죠. 조금씩 숫자를 늘리면서 성공하면 자신감이 붙고 급기야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떨지 않고 주눅 들지 않게 될 겁니다. 된다고 자리를 피하려고만 해서는 병을 평생 달고 살아야 하죠. 일종의 학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노래에서 바보라는 영어 단어가 반복되죠. 만약 화자가 사랑의 연습을 많이 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극도의 긴장감을 타서 로봇이나 마네킹처럼 행동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만큼 사랑에 초짜라는 반증이고요. 이런 경험이 그의 미래에 적지 않은 도움이 주리라 생각됩니다.

'평상심'은 불교 용어인데요. '특별한 동요가 없이 평안한 심리상태'를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목에 칼이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 도의 경지를 일컫는 말입니다. 쉽지 않겠죠? 우리가 느끼는 긴장감은 세로토닌이라는 물질과 관련이 있다고 하네요. 평상시에 큰 호흡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한 번 써먹어 보시고요.

평상시의 감정 상태를 기억했다가 감정이 요동치면 이를 바로 알아차리고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갖는 평정심으로 돌아갈 있으면 금상첨화겠죠. 평상시처럼 행동하기. 노래 가사를 한국말로 발음하면 '덤덤'이죠. 우리 무'덤덤'하게 살아보아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글을 한창 쓰고 있는데 아들로부터 땀띠 난다고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우 씨. 평상심이 심하게 도전을 받았죠. 억울해서 그냥은 못해주겠고 거래를 했습니다. 집에서 빨가벗고 돌아다니기 같은 걸 안한다는 조건으로요. 그랬더니 흔쾌히 YES라고 하더군요. 몸에 열이 많아서 에어컨이 간절했던 모양입니다. 글 쓰는 데 중간에 태클 들어오는 건 아직도 평상심이 유지가 안 되는 저입니다. 좀 더 무덤덤해져야겠죠? 글과 행동의 일치가 이리도 어려워서야.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NO.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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