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김효근
https://youtu.be/xJlvgRtB4 K8? si=3 ZDM-OC2 TU1 nc-XU
내 영혼이여 간절히 기도해
온 세상이여 날 위해 노래해
언제나 그대에게 내 마음 전할까
오늘도 그대만 생각하며 살다
- 김효근의 <첫사랑> 가사 중 -
김효근 씨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3학년 때인 1981년 제1회 MBC 대학가곡제에서 직접 작사작곡한 '눈'이라는 곡으로 대상을 차지하며 데뷔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소년합창단과 교회 성가대 반주를 하면서 클래식에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집안 반대로 음대가 아닌 경제학과를 다녔지만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였죠. 그래서 작곡가 수업을 들으면서 음악을 배웠고 자신만의 곡을 만들기 위해 습작을 시작했다고 하네요.
그 노래가 바로 '눈'이라는 곡이었고 갑작스러운 수상과 이목에 어쩔 줄 몰라하다가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을 위해 유학을 떠나면서 그의 음악 인생이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안 보이는 곳에서 음악을 계속 만들고 있었죠. 그렇게 만들어진 곡은 발표는 안 하고 아내에게만 들려줬다는 후문입니다. 참고로 눈은 그가 활동을 안 한 것과는 무관하게 중고등학교 음악 교과서 실리고 대학 입시곡으로 쓰였죠.
귀국 후 그는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로 부임했고 그렇게 데뷔 이후 30년이 흘러갔죠. 그러다 공연기획자의 우연한 만남으로 작은 레스토랑에서 그동안 꽁꽁 숨겨두었던 그의 전곡이 바리톤 양준모 씨의 목소리로 불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우여곡절 끝에 2010년 1집 <내 영혼 바람되어>가 발매됩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그동안 꾹꾹 눌러 남았던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었으니 그만큼 반향도 컸죠. 그의 음악은 이후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K-아트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분류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11년 김효근의 연가곡집 <사랑해> 중 제1곡입니다.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 연주회를 찾으면 여지없이 들리는 곡이죠. 김효근 씨는 2022년 오페라로 영역을 확장해서 창작 아트팝 오페라 <안드로메다>를 만들고 공연했습니다. 국내 첫 가곡 뮤지컬이었죠.
그로 인해 경제, 경영과 클래식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예술성과 대중성이 한 곡에 담기게 되었습니다. 그의 노래에는 사랑이 주 테마입니다. 오늘 들을 노래는 그중에서도 풋풋한 첫사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으셨으니 교수직을 내려놓으시고 예술에 헌신하며 그가 보여 줄 미래가 기대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첫사랑'입니다. 딱히 제목에 대한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고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클래식은 시에 노래를 입힌 경우가 많아서 가사가 참 좋습니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가곡인 만큼 정신 바짝 차리고 가사 해석에 주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대를 처음 본 순간이여/ 설레는 내 마음에 빛을 담았네/ 말 못 해 애타는 시간이여/ 나 홀로 저민다'가 첫 가사입니다. 첫인상과 관련 가사가 나오죠. 일명 반했다는 표현을 '내 마음에 빛을 담았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내가 반한 상대가 태양이 되고 상대가 뿜는 빛이 내 마음에 담긴다는 논리죠. 하지만 첫사랑은 짝사랑과 궤를 같이 하는 측면이 있죠. 고백하기 전까진 혼자 끙끙 앓게 되잖아요. 이걸 '저민다'는 동사로 표현한 것이 탁월하다고 판단되네요.
'그 눈길 마주친 순간이여/ 내 마음 알릴세라 눈빛 돌리네/ 그대와 함께한 시간이여/ 나 홀로 벅차다' 부분입니다. 온몸이 정지되어 상대를 바라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시선은 고정되고 몸은 얼어붙습니다. 그러다 상대와 눈길이 마주친 순간 잽싸게 마음이 들킬까 봐 다른 곳을 쳐다보며 딴청을 피우곤 하죠. 상대와 본격적으로 사귄 것도 아니지만 지근거리에서라도 상대와 함께 있다는 사실로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2절을 살펴볼까요. '그 마음 열리던 순간이여/ 떨리는 내 입술에 꿈을 담았네/ 그토록 짧았던 시간이여/ 영원히 멈추라' 부분입니다. 마침내 염원하던 첫사랑이 시작된 걸까요? 이 부분은 화자의 입장에서 사랑의 감정이 시작되었을 순간을 그린 듯합니다.
1절에서 빛으로 그렸던 상대가 2절에서는 꿈으로 다시 표현되죠. 키스라도 한 듯 이처럼 황홀한 순간이 좀 더 지속되기를 희망하는 화자의 마음이 읽힙니다. 어미가 '멈추라'에서 보듯 명령조인데요. 그만큼 시간을 상대로 화자의 뜻을 관철시키고픈 의지를 발동시키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내 영혼이여 간절히 기도해(즐거이 노래해)/ 온 세상이여 날 위해 노래해(우리를 축복해)/ 언제나 그대에게 내 마음 전할까(내 마음 빛이 되어 그대를 비추라)/ 오늘도 그대만 생각하며 살다' 부분입니다.
첫사랑에 흠뻑 빠져 지상 최대의 과제된 화자의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다른 것들은 하나도 안 보이고 오로지 상대만 보이는 제대로 된 콩깍지의 형국이네요. 제가 주목하는 가사는 2절의 '내 마음 빛이 되어 그대를 비추라'입니다. 1절에서 상대가 빛이 되어 내 몸 안에 들어왔으니 그 빛으로 다시 상대를 비춘다는 설정인데, 이는 곳 사랑의 완성, 상호작용을 뜻하기 때문이죠. 어쩜 이리 좋은 가사를 쓰셨는지. 혀를 내두르게 될 정도네요. 가요계의 김이나 작사가 떠오르네요. 하하하.
음. 오늘은 제목 '첫사랑'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었을 겁니다. 그 사랑이 이어졌든 아니면 그 반대였던 말이죠. 흔히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세상 물정 모르며 순수한 사랑만을 보고 만났기에 거기에 현실이라는 단어를 한 스푼 두 스푼 넣을수록 두 사람이 다른 길을 걸을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첫사랑을 몇 살 때 하셨나요? 보통은 학창 시절 즈음이 아닐까 싶은데요. 가족 말고 이성을 상대로 처음을 갖는 사랑의 감정의 파괴력은 엄청나죠. 첫사랑의 충격으로 평생 혼자 지냈다거나 목숨을 끊었다는 비극적인 소재들이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적지 않게 등장하기도 합니다.
자기중심으로 설계된 듯한 세상을 살다가 무언가가 내 몸속으로 들어오면서 그동안의 허약했던 마음 건축물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립니다. 누군가는 그 과정을 '나를 다시 정의하는 시간'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자기중심에서 타인중심으로의 이동은 차원이 다른 시각을 우리들에게 선사하기도 하죠.
인생을 통틀어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 혹은 뒤에 붙는 말은 무수히 많겠지만, 이 노래 제목처럼 사랑 앞에 '첫'이라는 표현이 붙으면 그 의미가 남달라 지죠. 대부분 처음은 서툴고 익숙지 않아서 뭔가 잘 되지 않는 상태가 되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뭔가를 진짜로 잘할 수 있는 우리가 됩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첫사랑을 돌이켜 보면 적지 않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이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는 몰랐으니까요. 풋풋함의 대명사인 첫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아련함으로 단어를 바뀌죠. 세월의 흐름 속에서 다른 사랑을 경험하며 선명했던 기억은 서서히 그 흔적이 지워지니까요.
첫사랑의 가치는 단연 희소성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누군가의 첫사랑은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카드니까요. 결혼한 사람들이 배우자에게 첫사랑을 깨 묻는 건 그만큼 첫사랑이 가진 특유의 의미를 알기 때문이죠. 농담으로 기혼자가 나의 첫사랑은 지금의 배우자라고 말하며 자신의 진짜 첫사랑에 대한 언급을 사전 차단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테고요.
우리에서 불어 온 처음 느끼는 이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노래 가사말처럼 경이롭습니다. 놀랍기도 하고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이상한 체험도 하게 되죠. 그 감정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한 상태이기에 사랑을 소유할 수 있다거나 지속할 수 있다고 객기를 부려보기도 하는 것이겠죠.
첫사랑을 통해 우린 평생 공부하며 실천해야 할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리고 감정에 대해 눈을 뜹니다. 사랑에 실패했을 땐 차라리 시작도 말걸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랑으로 일상을 보는 시선이 바뀔 땐 꿈만 같죠. 이런 널뛰기의 과정을 거쳐 우린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며 그 단어를 품은 자기만의 방법도 연구하게 됩니다. 그래서 첫사랑의 의미는 인생 전체를 뒤덮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들의 첫사랑은 여러분의 지금과 어떻게 맞닿아 있나요? 현실의 때가 뭍은 지금 그리고 이미 써버린 카드를 되돌릴 순 없겠지만 마음만큼은 사랑을 가장 가까이에 놓는 선택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근데 남자는 첫사랑, 여자는 끝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오해는 왜 생겼을까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가사실종사건>에서 처음 하는 '가곡' 장르여서 반응이 어떨지 내심 궁금합니다. 하하하. 고등학교 때 음악시간에나 배웠던 가곡들, 그리고 살면서 흘러가듯 듣고 보았던 가곡을 잘 수집해서 <가사실종사건>의 한 축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곡은 현장에 가서 그 노래를 처음 듣는 경우 가사가 잘 안 들리기도 합니다. <가사실종사건>에서 잃어버린 가사를 찾고 가사를 아는 상태로 가곡을 들으시면서 감동이 배가 되길 기대합니다.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