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이현도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구본승'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a4 v4 CY0 d3 Lk? si=euKq0 u-bu7 C5 iz_i
어디에서 내가 있어도
어디에서 무엇을 해도
나는 너를 위해서 사는 거야
너의 마음 안에서
- 구본승의 <너 하나만을 위해> 가사 중 -
구본승은 남자 솔로로 1994년 데뷔했습니다. 광고 모델로 활동하다가 MBC <지금은 특집 방송중>에 출연하며 MBC 연기자로 특채가 되어 드라마에 먼저 출연하게 되었고요. 같은 해에 첫 음반을 내게 되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그의 데뷔곡입니다.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듀스의 이현도 씨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요. 그가 이 노래의 작사, 작곡을 맡았서 일 겁니다.
그 역시 얼떨결에 가수가 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학시절 작곡학을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가수로서의 활동 기간은 4년이 채 안 됩니다. 1집이 잘 돼서인지 정규 2집을 6개월도 안 된 시점에 내놓았고요. 1997년 3집, 1999년 4집이 그의 마지막 앨범이었습니다. <시련>, <악세사리>, <미워도 다시 한번> 등이 있지만 이 노래만큼 반향이 있진 않았죠.
가수로 시작했지만 배우로서 더 발군이었죠. <종합병원>이라는 드라마가 그 시작이었고요. 2001년대 초반까지 꾸준히 배우로서 활동했습니다. 아무래도 188m에 이르는 키가 한몫을 했다고 보이네요. 음악을 관두 이유를 슈가맨에서 "음악적 재능이 없어서"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2015년부터는 부모님을 따라 제주도에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한동안의 공백을 깨고 여기저기 방송에 많이 얼굴을 비추고 있습니다. 골프도 수준급이고 한 때 골프사업도 벌였다고 하네요. 다시 가수로 돌아오진 않을 것 같지만 다양한 끼를 발산해 주시길 기대해 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너 하나만을 위해'입니다. 아주 식상한 제목이죠. 하하하. 제목도 가사도 그리 수준급은 아닙니다. 가사보다는 리듬감이 좋은 노래죠. 그래도 아쉬워서 몇 자 해석을 붙여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나 살아온 동안에/ 내가 나의 전부였어/ 세상 가운데 내가 서 있다고/ 느끼며 살아왔었던 거야'가 첫 가입니다.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었던 화자. 하지만 그런 화자의 생각에 작은 균열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왜일까요?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죠.
'지금 나의 모습은 너 하나를 위해/ 예전의 내 모습은 부서져 버렸어/ 들어갈 준비가 된 거야/ 지금 나는 너의 맘속으로' 부분입니다. 마치 애벌레가 나비로 탈바꿈하기 위해 탈피를 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네요. 예전의 잘못된 생각이 무참히 부서지며 새로운 생각의 탑을 쌓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성급한 감이 있죠. 바로 상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겠다고 드리대고 있으니 말이죠. 하하하.
2절을 볼까요. '나에게 넌 단 하나뿐인 이유/ 내가 이 세상을 사는/ 내가 눈감는 날이 올 때까지/ 너의 사랑을 지키고 싶어' 부분입니다. 정말 개벽할 수준이죠. 자신을 세상에 중심에 두었던 화자가 이젠 상대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죽는 날까지 그 사랑을 지켜가겠다는 비장함까지 보여주고 있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어디에서 내가 있어도/ 어디에서 무엇을 해도/ 나는 너를 위해서 사는 거야/ 너의 마음 안에서' 부분입니다. 어제 물리적 공간이 달라도 정신적 교감이 있다면 견디는 것이 한층 수월하다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화자는 물리적 거리가 발생해도 언제나 자신은 상대의 마음 안에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음. 오늘은 첫 가사인 '지금까지 나 살아온 동안에/ 내가 나의 전부였어/ 세상 가운데 내가 서 있다고/ 느끼며 살아왔었던 거야'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일명 왕자병, 공주병 뭐 이런 것이 되겠네요. 전문용어로 나르시시스트입니다. 잘 아시는 바대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속에 빠져 죽은 나리키소스라는 미소년 이야기에서 유래되었죠. 죽은 후 수선화가 되었다고 해서 수선화의 영어 표기가 나르키소스이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자기애성 성격장애라는 병입니다. 하하하. 어떤 경우에서든 자신이 다른 사람에 비해 특별 대우를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입니다. 연극 같은 것을 한다고 할 때 주인공 역을 다른 사람에게 빼기면 삼일밤낮을 울고 부모님을 대동하여 주인공 역을 다시 찾아오는 무지막지한 스타일이죠. 하하하.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는 우월하는 인식이 기본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왕자나 공주로 대접해야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생각하죠. 이런 분들 옆에 있으면 기가 빨립니다. 자신이 우뚝 서는 일이 외에 다른 일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하기 일쑤니까요.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정도가 문제인 것이죠. 그래서 요즘 강조되고 있는 나를 떨어뜨려 놓고 보는 능력을 통해 자주 점검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항목이기도 합니다. 자기 객관화를 통해 너무 나만 생각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를 주기적으로 되돌아봐야 하는 것이죠.
여러분들은 왕자병과 공주병을 가진 사람과 연애를 해 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손에 뭐 묻는 게 싫다고 과자를 젓가락이 없으면 안 먹던가 귤껍질을 까다 손에 물드는 게 싫다고 연인을 종 부리듯 하는 사람들이 저는 현실 버전으로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누구나 과자를 먹으면 가루가 묻고 귤을 까면 손에 물이 드는 것인데, 본인만은 예외라는 정신이 왕자병과 공주병을 연상시키거든요. 그럼 먹지 말던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상대를 왕자나 공주처럼 대해주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라고 느끼니까요. 연애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해 주는 것이라고 했던 말도 빗말은 아닐 겁니다. 그래도 작작해야 하지 않나요? 보는 사람이 다 기겁할 정도입니다.
문제는 그런 대우를 받는 사람이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지점인데요. 상대방이 자신을 왕자나 공주로 대해주면 자신 역시 상대를 그 수준으로 만들어주려고 시늉은 좀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모습이 없이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여기는 모습 말이죠. 그러다 누군가가 지쳐서 나가떨어지기라도 하면 뒤늦게 후회하거나 다른 머슴이나 시녀를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왕자나 공주는 성에만 살아서 일반 백성의 마음을 헤어리기가 쉽지 않죠. 네 공감 능력이 꽝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피곤한 스타일이죠. 문제는 외모가 빼어나 뭇 남성과 여성의 마음을 한순가에 빼앗는 경우입니다. 평민이 왕자나 공주를 사랑하는 길은 그 자체가 가시밭길이죠. 하하하.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가 아니라 자기혐오라고 말하기도 한다는데요. 이유는 진짜의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망하는 이미지를 상정하고 그것을 사랑하는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왕자병이나 공주병이라고 공격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격을 한다고 하니 주의합시다.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대응법도 흥미를 끄는데요. 애초에 관심을 주지 않고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하네요.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타는 것도 추천한답니다. 하하하. 가스라이팅,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로 진화력을 갖추고 있으니 각별히 유의하라고도 합니다. 푸하하.
다행히도 이 노래의 화자는 상대를 위해 '예전의 내 모습은 부서져 버렸어'라고 말하고 있네요. 중증이 아니어서 참으로 다행스럽습니다. 나르시시스트에 딱히 명약이 없지만 이 노래를 보면 사랑만 한 것도 없는 것 같네요. 자신이 왕자나 공주로 알았는데, 상대를 왕자나 공주로 모셔야 하는 역지사지가 될 테니까요.
누군들 인생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겠어요.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만큼 타인도 그런 마음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부터 나르시시스트와 거리를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왕과 공주가 너무 털털하고 마음까지 넓으면 인기 최고일 겁니다. 자기 자신을 적당히 사랑합시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요즘 매일 글을 끄적거렸더니 머릿속이 바닥나서 글을 쓸 때마다 여기저기를 뒤적거려 봅니다. 그것도 공부겠죠. 왕자는 남이 써온 글 읽으면 그만인데 저 같은 평민은 글 써다 받치느냐고 날 샙니다. 하하하. 약간의 나르시시즘은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장치로 활용이 가능해서 건강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을 내가 아니면 누구 사랑해 주겠어요. 그 수위만 잘 관리해 보아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