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김지환 작곡 최현지, 이순자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유승범'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0 rzLEAR-1RM? si=w_ohJt9 AlJfxugZk
서로를 잘 안다고 느꼈었지
그래서 사랑이라 생각했어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있어줘
언젠가 너는 내게 말할 거야
사랑한다고
- 유승법의 <질투> 가사 중 -
유승범은 1992년 데뷔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인기 드라마 OST곡 <질투>로 알려져 있죠. 대표적인 원히트원더 가수입니다. 이 노래 말고 딱히 아는 곡이 없을 정도니까요. <질투>라는 드라마에는 OST가 다수 실려 잇는데 다 그가 만들었습니다. 작곡 능력도 갖춘 싱어송라이터였던 것이죠.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다가 가수가 되기 위해 자퇴를 했습니다. 본명은 김승범입니다. 유승범은 가수 활동을 위해 만든 활동명이라고 하네요. 질투가 가요톱텐 3주 연속 1위를 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 이후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요. 그랬다가 2021년 근 30년 만에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 145회 차에 방송 출연했습니다. 얼굴도 기억이 안 나더군요. 하하하. 그동안 어디서 무얼 하셨는지.
파악은 안 되지만 그동안 어디선가 음악 활동은 계속해 왔더랬습니다. 김경호 씨의 히트곡 <금지된 사랑>과 <나의 사랑 천상에서도>, 가수정영일 씨가 부른 가을동화의 주제족 <Reason>, 얼마 전 소개해 드린 가수 이재영 씨의 '실루엣' , 가수 변진섭 씨의 <니가 오는 날> 등을 작곡했던 장본인이더라고요. 1990년대 중반에는 레코드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도 있고요. 2012년에는 관동대 실용음악과 교수로도 재직하셨었네요.
고 최진실 씨와 최수종 씨라는 하이틴 스타들이 출연해서 젊은이들의 사랑과 질투를 소재로 풀어간 드라마죠. 드라마 내용과 딱 어울리는 OST입니다.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해 보시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질투'입니다. 남을 부러워하는 감정 혹은 그것이 고양된 격렬한 증오나 적의의 형태가 질투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질투가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사랑의 다른 얼굴인 질투 역시 인간의 감정 중 빼놓을 수 없는 애물단지죠.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여기 눈앞에 서 있는데/ 날 너무 기다리게 만들지 마/ 웃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가 첫 가사입니다. 첫 구절부터 질투의 감정이 느껴지죠. 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자는 그런 상대를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이네요. 기분은 상하지만 잠깐의 실수라고 생각하고 조금은 기다려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2절에도 비슷한 가사가 나오는데요. '넌 누굴 위해 웃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여기 눈앞에 서있는데/ 날 너무 기다리게 만들지 마/ 항상 곁에 있다 생각하지 마' 부분입니다. 1절처럼 상대가 웃음 짓는 상대는 화자가 아니죠. 한없이 기다릴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며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입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 그저 사랑의 눈빛이 필요할 뿐야/ 나의 마음 전하려 해도/ 너의 눈동자는 다른 말을 하고 있잖아' 부분입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사랑의 눈빛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그게 다 아닌가요? 하하하. 고백을 하고 싶지만 다른 사람에게 눈길을 주는 상대를 보니 선뜻 나서기가 힘든 화자입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서로를 잘 안다고 느꼈었지/ 그래서 사랑이라 생각했어/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있어줘/ 언젠가 너는 내게 말할 거야/ 사랑한다고' 부분입니다.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오며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안다는 것이 사랑은 아니죠. 하지만 화자는 착각을 하고 있었나 보네요. 무슨 자신감인지 미래의 언젠가 상대가 자신을 사랑해라고 말할 거니까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달라고 하는데요. 만약 상대가 다른 누군가와 잘 되어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 설정이었다면 화자의 질투는 증오와 같은 감정으로 번졌을까요?
음. 오늘은 당연히 '질투'에 대해 썰을 좀 풀어봐야겠네요. 질투와 비슷한 말로 쓰이는 단어가 시기인데요. 엄밀히 말하면 두 단어는 차이가 있습니다. 질투는 '자신이 이미 소유한 것을 경쟁자에게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오는 감정'을 뜻하고요. 시기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에 대해 느끼는 불편한 감정'이라고 합니다. 이 노래의 전체적인 맥락을 생각하면 질투가 아니라 시기가 더 맞는 듯하네요. 물론 현실에서는 이 두 단어를 뭉뚱 구려서 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노래의 제목에 질투라는 단어를 붙였을까를 생각해 보니 화자 입장에서는 상대를 이미 가졌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일 겁니다. '서로를 잘 안다고 느꼈었지/ 그래서 사랑이라 생각했어' 부분에서 유추해 보면 화자는 상대와 이미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상대가 다른 사람만을 보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자 다른 사람에게 상대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운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죠.
그런데 엄밀히 보면 화자와 상대와는 단순 친구 사이였고(화자만 혼자 착각했고) 상대는 다른 이성에게 관심이 생겼으니 화자는 상대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가지지 못한 상태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질투가 아닌 시기심이 이 노래에 알맞은 감정이라고 볼 수 있는 이유죠.
첫째의 입장에서 둘째가 태어나 오롯이 받던 사랑을 나누어야 하는 상황이 질투입니다. 동생의 입장에서는 이미 확고한 입지를 다진 형이 탐이 날 수 있죠. 이게 시기입니다. 화자는 질투를 거론하려면 상대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상황이 먼저 설정되어야 하지만 이 노래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네요. 쯧쯧
질투는 이미 연인이 된 사이에서 주로 느끼게 되는 감정일 수 있고, 시기는 짝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다른 이성에게 느끼게 되는 감정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질투는 소유욕과 궤를 같이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내 것을 빼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바탕이 되니까요.
질투와 시기는 부정적인 감정의 대명사입니다. 하지만 질투의 경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감정일 수 있습니다. 질투는 어머니와 자식의 유대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생겨났고 관계 유지라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자신이 누군가와 쌓아온 연대감이 훼손되었을 때 이에 대응하도록 하는 일련의 감정 활동이죠.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일정 수준의 질투 감정은 건강함의 표시입니다.
연인 사이에서 느끼는 질투는 상대를 잃게 될까 봐 느끼는 두려움이 근원이죠. 어떤 일로 인해 작은 질투를 느끼는 상대를 보면 '나를 사랑해서 이러는구나'하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기도 합니다. 문제는 질투가 도를 넘는 경우죠. 관계 자체를 의심하거나 상대를 소유욕의 대상으로 봐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행위 따위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사람에게 소유라는 개념이 작동한다는 것이 참 묘합니다. 서로의 마음이 100%로 상대 것이라고 인정하며 도장 찍고 사인한 적도 없는데 나 외의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면 질투의 감정을 느끼게 되잖아요. 그 정도 관계가 훼손될 수도 있다고 보는 걸까요?
질투를 사랑의 프레임으로만 보면 풀리지 않는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를 뒤적거려 봤더니 '사랑의 감정은 질투라는 감정을 낳지만, 반대로 질투라는 감정은 사랑의 감정을 낳지 못한다'는 말이 있더군요. 다시 말해 질투는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을 때 드는 감정'이라는 표현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저는 이 표현이 더 마음에 드네요.
질투의 감정을 느낄 때 우리가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지를 되물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이 노래에서도 연인 관계를 뜻하는 '사랑의 눈빛'의 주인공이 바로 화자이기를 바라는 것이겠죠. 하지만 현실은 다른 사람에게 그 눈빛이 발사되고 있어 질투의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질투와 시기심을 나누는 것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인가 아니면 아직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인가 일 테지만 엄밀히 말해 질투는 그것과 상관없이 그 자리에 내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를 보며 드는 감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런 주인공이 되고 싶은 자신의 욕망이 질투라는 감정으로 표출되는 것이죠.
자. 여러분들은 언제 질투라는 감정을 느끼시나요? 어떤 상황에서 주인공 자리를 내어준 것이 용납이 안 되던가요? 좋아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이 가로챘을 때, 내가 못하는 어떤 일을 누군가가 능숙하게 해서 주변의 신뢰를 다 가져갈 때 뭐 상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을 겁니다.
질투는 인류 보편의 감정인만큼 그 정도의 차이만이 과제일 겁니다. 질투를 넘어 증오로 가는 데는 그 일에서 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주인공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기인된 것은 아닐까 싶은데요. 우리 삶의 주인공은 상황에 따라 매번 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질투라는 감정에 조금은 휘둘리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질투의 감정은 기본적으로 누군가를 상정합니다. 주인공의 자리에 이미 서 있는 누군가 그리고 그걸 내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하는 나의 설정이니까요. 비교라는 악마가 똬리를 트고 있는 것이죠. 질투를 많이 느낀다면 비교하는 일이 많을 수 있을 겁니다. 주인공이 된 자에 대한 부러움을 느끼기보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언지를 파악하고 도모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죠.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