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이성환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재영'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es64 WqSnC0 M? si=vN9 f25 Ulp5 AM74 BE
아무것도 아닌데 쉽게 생각했었는데
자신 있게 너를 보내고 웃었던 나인데 예~
그건 거짓이었어 너를 잡아야만 했어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하고 있었던 거야
- 이재영의 <대단한 너> 가사 중 -
이재영은 여자 솔로 가수로 1991년 데뷔했습니다. 1988년 MBC 대학가요제 본선에 진출했지만 아쉽게도 수상까지는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다음 해에 다시 도전해서 기어이 동상을 받아내고야 말죠. 1991년 라틴 팝 댄스 <유혹>이라는 노래를 타이틀 곡으로 정규 1집을 발매합니다. 이 곡은 늦은 밤에 빨리 곡을 듣고 싶어서 굴다리 밑에서 '다섯 손가락'의 이두헌 씨로부터 라이브 연주를 듣었다고 전해지네요.
이 노래로 MBC 10대 가수상 신인상을 수상합니다. 후속곡은 <사랑은 유행이 아니야>였습니다. 1993년 2집 <집시>를 발매하고요.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1996년 발매한 3집의 타이틀 곡입니다. 생각보다는 히트곡이 꽤 있는 편이죠.
그런데 3집을 끝으로 가수 활동이 잠잠해졌습니다. 가수 말고 뮤지컬 배우와 DJ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중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네요. 신앙에 갖게 된 것도 이유고요. 1997년 이후에는 한 동안 뮤지컬 활동에만 전념했었습니다. 가수 데뷔 전부터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었거든요. 2015년까지 극동방송 DJ로 활동했고요. 2018년 <불타는 청춘>에 출연하며 방송 복귀를 알렸죠.
25년 만인 2021년 신곡을 발표했는데요. 이때 작업을 같이 한 사람이 가수 현진영 씨였다고 하네요. 그래서 장르가 재즈힙합곡입니다. 현진영 씨와 함께 부른 듀엣 버전도 있다고 하네요. 들어보렵니다. 검색을 하다 보니 미술 작가로도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참 다재다능하십니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대단한 너>입니다. 기대를 뛰어넘는 행동을 했을 때 긍정이든 부정이든 '너 참 대단하다'라고 말하는데요. 여기서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제목입니다. 바람둥이인 상대를 저격하는 표현이거든요.
'말하지 마 나도 알고 있어 무엇을 원하는 지도/ 그렇게 해 망설이지 말아 너의 뜻대로 해'가 첫 가사입니다. 가사만 봐선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니 속셈을 다 알고 있으니 변명 다운 집어치워'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이제 네가 뭘 하든 상관 않겠다는 의절의 표시죠.
'변치 않아 내 마음은 이제 굳어버리고 말았어/ 너는 이제 니가 뿌린 만큼 아픔을 느낄 거야' 부분입니다. 이제 저주를 퍼붇습니다. 확고히 돌아선 화자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배신당한 아픔을 고스란히 상대도 느낄 거라고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철저하게 속였던 거야/ 여기저기 왔다 갔다 정말로 대단하지' 부분입니다. 상대에게 배신당한 것 같죠? 직업, 나이, 재산 뭐 이런 것들을 처음부터 다 거짓으로 말했던 걸까요? 아무튼 결정적인 것은 바람둥이였다는 거였겠죠. 그래서 화자가 '너 정말 대단하다'라고 핀잔을 주고 있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아무것도 아닌데 쉽게 생각했었는데/ 자신 있게 너를 보내고 웃었던 나인데 예~/ 그건 거짓이었어 너를 잡아야만 했어/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하고 있었던 거야' 부분입니다. 화자는 그런 상대가 뭐가 좋다고 웃음을 난사하고 있었던 것인지 후회를 히자만 상대를 잊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고백하죠. 놓아줄 게 아니라 잡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요. 이를 어이할꼬.
음. 오늘은 가사 중에 딱히 쓸 주제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오랜만이군요. 하하하. 그래서 오늘은 '폭삭 속았수다'라는 작금의 드라마에 대한 저 나름의 감상평으로 대신해 볼까 합니다. 아직 4회가 남아 있지만 남은 4회를 이번 주에 다 본다 해도 제 감상평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요.
이 드라마. 제가 지금까지 보았던 수많은 드라마 중 TOP10 안에는 드는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은 16회가 다 끝나면 꼭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뭉클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여러 감정 코드가 구석구석 잘 배치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게다가 어마어마한 투자를 입증시킨 듯 해당 시대에 재현이 기가 막힙니다. 돈을 드린 흔적이 완성도 높은 영상미로 충분히 드러납니다. 웬만하게 재미있지 않으면 제가 드라마를 정주행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 1~2시간 결말 모음으로 대처해 오고 있거든요. 시간 관계상. 하하하.
자.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보죠. 스포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세월'이라는 한 단어로 대신해 봅니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한 여인의 삶을 세월이라는 프레임으로 따라가고 있거든요.
그 세월을 통해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 싶은 내용은 '인간의 무기력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린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인생을 개척하며 살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보면 세월에 떠밀려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거든요. 인간의 나약함에 세월의 무상함 끼지 더해지며 묘한 감동을 주는 드라마가 아닐까 싶네요.
아시다시피 제목 '폭삭 속았수다'는 제주도 방언으로 '참 고생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말입니다. 이유도 모른 채 세상 속에 내던져진 한 인간이 세월에 떠밀려 좌충우돌하며 생명을 유지해 오는 드라마를 보고 나서 관객들은 그 주인공들에게 제목과 같은 말을 건넬 것 같습니다. 제목 참 잘 지었다는 생각입니다.
한 번 보면 좀처럼 한 두 편으로는 성이 안 차서 계속 이어보다가 다음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드라마일터이니 반드시 다음 날 일정이 없는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시청을 권고드립니다. 하하하.
연기자들의 연기가 압권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린 아이유의 엄마로 나오는 엄예란 씨의 미친 존재감을 최고로 꼽고 싶습니다. 오랜 기간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어서인지 이번 드라마에서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물오른 연기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드라마 초반에만 등장하는데도 그 존재감이 쉽사리 지워지지지 않고 드라마 중반 이후까지 쭉 이어지는 이상한 괴력을 발산하는 듯하더군요.
그동안 <더 글로리>를 비롯해서 여기저기에서 얼굴을 비췄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역을 맡지 못한 불운을 겪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더군요. 엄예란 씨 연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닐까 싶네요.
무엇보다도 우주의 어느 공간 혹은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이야기이자 지금을 사는 우리의 이야기라는 점이 이 드라마에 눈을 못 떼게 하고 공감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과거의 아이유는 우리의 부모님을 딸로 나오는 아이유는 지금의 우리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195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의 시대를 다루고 있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꼭 언급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바로 OST나 배경 음악입니다. <응답하라 1988>처럼 시대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노래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드라마 중간중간에 튀어나오는 그 시절 노래들이 들리면서 과거 분위기나 기억을 연상시키는데 도움을 주죠. 저도 <가사실종사건>에서 그 노래 중 일부를 다뤄 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하하.
영어 제목이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인생에서 고난을 맞이했을 때)'입니다. Tangerines는 제주도를 상징하는 감귤을 뜻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제목이 그 답으로 적절할 것 같은데요. '살면 살아진다'입니다. 거대한 삶의 파도는 피하는 게 아니라 그냥 떠밀려 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폭삭 속았수다'라는 말을 들어 마땅한 누군가에게 이 노래의 제목인 '대단한 너'라는 타이틀을 안겨주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주변에 이 드라마를 소개했더니 넥플릭스 홍보대사냐고 핀잔을 들었지 뭡니까. 웬만해선 칭찬에 인색한 저인데 이 드라마는 좀처럼 흠결을 찾기가 어려웠거든요. 마지막 4회를 기대하며 한 주를 보내고 있네요. 하하하. 이런 드라마를 만날 때는 마치 전성기 시절의 슈퍼스타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이 시대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고 안도하죠. 이런 걸 보고도 감흥이 없는 시대에 태어났으면 어쩔 뻔하면서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