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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작사 박건호 작곡 이호준

by GAVAYA Jan 03. 2025

안녕하세요?

오늘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소방차'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LmMSsXTCDm0? si=dfW1 dAbwn6 nk44 An

어젯밤 파티는 

너무도 외로웠지


이 세상을 다 준대도 

바꿀 수가 없는 넌데


너는 그걸 왜 모르니


-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가사 중 - 




소방차는 3인조 남성 댄스그룹으로 1987년 데뷔했습니다. 이상원, 정원관, 김태형이 원년 멤버였죠. 그들은 데뷔와 동시에 오늘 소개할 타이틀곡으로 팬들을 매료시킵니다. 그리고 후속곡으로 <그녀에게 전해주오>를 내놓으며 그들의 인기를 한층 강화해 가죠.

소방차라는 이름은 원래 하려던 이름이 너무 길어서 간택이 되었다는 썰이 전해집니다. 0세대 아이돌이라고 평가해도 무리가 없는 그룹입니다. 댄스 그룹이라고 쓰고 아크로바틱을 선보였죠. 원년멤버 모두 백댄서로 활동한 이력이 있어서 일 겁니다. 인기가 굉장했던 것에 비해서 1위 복이 유독 없었습니다. 

2집 <통화 중>이 발표되는 얼마 안 된 1988년 이상원이 탈퇴하며 그룹 해체의 위기를 맞습니다. 그 자리에 장혜리의 백업댄서였던 도건우로 교체되죠. 1988년과 1989년 KBS 가요대상을 차지하며 1위를 못 한 설움을 털어내고요. 1990년 3집을 끝으로 공식 해체됩니다. 1994년 초기 멤버로 재결성해 4집과 5집을 잇달아 발매했지만 신통치 않았고요. 2005년 정원관이 빠지고 두 멤버가 6집을 발매하기도 했죠.

<사랑하고 싶어> <하얀 바람> <G카페> 등 인기곡도 적지 않았는데, 뭔지 모르게 음악에 집중하는 시간이 짧았던 탓에 인기가수에서 레전드의 지위로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그룹입니다. 거꾸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 정도로 임팩트 있는 곡을 남기는 것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어젯밤 이야기'입니다. 딱 봐도 어젯밤에 무슨 일이 화자에게 일어났을 것 같죠? 이별한 것일까요? 아니면 차인 걸까요? 이런 비스므레한 일이 있었겠지 하고 추정하며 가사를 들여다보죠.

'어젯밤에 난 네가 미워졌어/ 어젯밤에 난 네가 싫어졌어/ 빙글빙글 돌아가는 불빛들을 바라보며/ 나 혼자 가슴 아팠어'가 첫 가사입니다. 무슨 일이었는지 알 수 없으나 화자는 어젯밤에 일어난 일로 인해 누군가가 싫어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불빛은 초점을 잃은 화자 자신의 마음을 투영한 것 같습니다. 장소적으로는 나이트를 연상시키기도 하고요. 

2절을 볼까요. '어젯밤에 난 네가 미워졌어/ 어젯밤에 난 네가 싫어졌어/ 쉴 새 없는 음악 소리 끝나기를 기다리며/ 나 혼자 우울했었지' 부분이 나오는데요. 쉴 새 없이 들리는 음악 소리가 이다지도 싫었던 것을 보면 음악과 화자의 화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내 친구들이 너의 손을 잡고 춤출 때마다/ 괴로워하던 나의 모습은 왜 못 보았니' 부분입니다. 이 가사에 이유가 나오죠. 자신이 춤을 추는 파트너가 됐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내용입니다.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화자를 상대는 전혀 눈치도 못 챈 것 같아서 더 부글부글 속이 끓었고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어젯밤 파티는 너무도 외로웠지/ 이 세상을 다 준대도 바꿀 수가 없는 넌데/ 너는 그걸 왜 모르니' 부분입니다. 화자가 상대를 생각하는 것만큼 상대는 화자를 그리 생각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지네요. 짝사랑이라고 봐야 할까요? 외로움은 누군가의 존재가 부재할 때보다 눈앞에 상대가 있는데도 닿지 않는 상황에서 더욱 극대화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음. 오늘은 제목에 나와 있는 '이야기'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야기 천국이라고 할 수 있죠. 눈을 떠나 사람들이 일상 활동을 하는 순간부터 잠을 자는 순간까지 이야기가 아닌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야기꾼인 것이죠.

크게 보면 글로 하는 이야기도 있고 말로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글은 차분하게 잘 정돈되지만 현장감은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죠. 말로 하는 이야기는 그 반대이고요. 어떤 이야기는 한순간에 발화되어 사라지는 반면 수 천 년 전 누군가가 내뱉은 말이나 쓰인 글은 꽤 오랜 시간 회자되기도 합니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로 귀를 쫑긋 세우던 어린 시절에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기에 바빴죠. 이야기가 너무도 재미있어서 또 해달라고 부모님이나 할머니를 조르던 그 시절도 있었죠. 조금 성장해서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스스로 찾아서 볼 수 있는 환경이 펼쳐집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부류의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을 쫓아 영상과 음성, 문자 콘텐츠를 구독하기까지 하죠.

누군가는 이야기의 소비자를 넘어 이야기의 생산자가 되어보려고 시도합니다. 브런치를 하시는 많은 분들도 이야기 생산자에 해당되죠. 모든 이야기가 같은 값어치를 지니고 있지 않듯이 이야기가 생산되었다고 해서 다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마다 천차만별이죠.

이야기는 자신의 경험을 위주로 사실을 나열하는 에세이류가 있고 상상력을 발동시켜 만들어진 시나 소설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저마다 소구 하는 바가 다르고 전달하는 방식도 다르죠. 그래서 에세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현실성이 낮은 소설이 손에 잘 안 잡히고 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은 소설만 쭉 읽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잡식성으로 잡히는 대로 읽는 분도, 의도적으로 양쪽을 커버하려는 분도 있고요.

이야기를 언급할 때 우린 기승전결을 말합니다. 밋밋한 것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이야기가 될 수 없고 남을 수 없어서겠죠. 서론, 본론, 결론의 형태를 갖추고 있어야 듣는 이를 감화시키는데 유리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중 어딘가가 부실하거나 빠뜨리면 우린 이야기의 맥락을 캐치하기 어려워지곤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사람마다 할 수 있는 경험이란 게 한계가 있듯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로 쓰는 건 한 두 권의 책을 쓰면 금세 바닥이 나게 됩니다. 역사를 바뀐 위인도 한 권의 위인전으로 정리가 되니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위인들은 크게 두 부류인 것 같아요.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을 밝혔거나 재해석의 영역이 큰 경우죠.

누구도 좀처럼 뛰어넘기 어려운 절대 명제를 고안했을 경우 그리고 각자의 해석 따라 다의적 의미를 양산하는 경우에는 이야기의 맛과 멋이 동시에 발현됩니다. 누군가가 한 번쯤 겪을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것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도 특징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식론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처럼 경험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할지의 문제가 이야기의 본질이라고 믿고 있죠. 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전달하는 사람에 따라 재미와 의미가 달라지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겁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이 불멸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시작점인 것이죠. 물론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냉혹한 평가를 넘어서야 하겠지만요.

영화관에 다녀왔다. 여행 갔다 왔다. 친구를 만났다 이런 일상의 활동을 나열하는 것으로는 양질의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죠. 그 영화는 우리 사회의 어느 부분과 연결되고 그 여행은 내 인생의 어느 지점을 돌아보게 했고 그 친구는 내 인생에서 어떤 존재인지 등 2차적인 해석 확장이 이루어져 하는 좋은 이야기가 됩니다.

너무 진지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런 다양한 관점에 대한 대화가 너무 줄어드는 것만 같습니다. 일하는 것도 피곤한데, 특정 사안에 대해 감나라 배나라 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냐며 말이죠. 혹자는 싸우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경제성장의 뒤에 그려진 많은 그늘이 그렇게 탄생된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는 곧 우리의 삶일 수 있습니다. 대충 줄거리 설계로는 해처 나가기가 쉽지 않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삶을 공유하는 것이고 이야기는 삶 속에서 만들어 집니다. 물론 다 비스무레해서 디테일을 놓치면 좋은 글감이 되기 쉽지 않죠. Fact는 뉴스가 되고 Opinion은 이야기로 남는 것은 아닐까요? Opinion이 들끓는 시끄러운 세상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이야기에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천일야화라고 불리는 아라비안나이트죠. 밤마다 들려주는 1,001개의 이야기로 난폭했던 왕이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누그러져서 학살을 중단하고 개과천선했죠. 이야기는 사람도 살리고 죽일 수 있을 만큼, 시대를 초월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 같네요. 모두들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가길 바라고 있는 거겠죠?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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