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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의 <늘 지금처럼>

작사/작곡 최수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예'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red09 bNKPVY? si=M8pN_1 xFO8 GoS3 As

COME ON BABY TONIGHT

COME OM BABY TONIGH

사랑한다는 말은 더 달콤하게


이 밤이 지나면 잊어버리지 마

그댈 보는 내 모습이

초라해지지 않게


- 이예린의 <늘 지금처럼> 가사 중 -




이예린은 솔로 가수로 1994년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이진숙이었고요. 데뷔 당시 대학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데뷔곡은 <포플러 나무 아래>라는 곡이었죠. 당연히 해당 노래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는 수목원이었습니다. 1집 방송 활동 중 크레인 카메라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 날이 식목일이었다네요. 나무하고 유독 연관이 많았던 1집. 그 덕에 KBS의 잦은 출연으로 이어졌다는 후문입니다.

1집은 청순 콘셉트였는데 1996년 발매한 2집부터는 섹시로 변경을 꾀하죠. 머리를 숏 컷으로 자른 고양이 상의 외모가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해할 노래가 바로 2집의 타이틀 곡이었습니다. 당시 같은 계열이었던 엄정화의 3집이 15만 장 팔렸는데, 2집이 10만 장 이상 나갔다고 하니 성공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3집은 <용서>, 4집은 <Stay>로 활동했는데요. 4집 활동 중 몸이 아닌 활동을 걱정하는 소속사 사장님에 의가 상해서 결별을 선언했다고 하네요. 소속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8번이나 계약이 엎어지는 시련을 겪은 끝에 2003년 정규 5집 <미안해하지 말아요>를 발표하지만 짧은 활동으로 마무리되었죠.

2008년 영국 유학을 가서 재즈를 공부했고, 2011년 귀국 후에는 트로트 가수로 변신합니다. 노래도 노래지만 골반춤 등 꽤나 춤 소화를 잘했던 가수였습니다. 2016년 슈가맨에 출연한 바 있고 핑클이 오늘 소개할 노래를 리메이크하기도 했죠. 뒤늦게 결혼을 내서 햄뽁아 드시고 계시다는 근황입니다.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늘 지금처럼'입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말로 이만한 말이 없죠. 행복도 그렇고요. 그만큼 사랑과 행복이 변화무쌍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리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희망사항이죠. 지금이 가장 사랑하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방증이기도 하고요.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있고/ 그대 눈 속에 내가 가득해/ 이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고 해도/ 나를 놓치마' 부분입니다. 불변을 꿈꾸고 있죠. 사랑하는 지금이 영원했으면 하는 것이죠. 화자도 알고 있습니다. 세상 만물이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현실적인 해결책인 나를 놓치마라고 말한 것 같네요.

'눈을 뜨는 아침에 햇살이/ 나의 창을 두드릴 때/ 그대 팔에 내 잠을 깨고/ 내 모습이 초라해져/ 내가 미워 보일 때에도/ 늘 지금처럼 나를 안아줘' 부분입니다. 좋을 때는 물론이고 진짜 사랑하는지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사랑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사람이 있을까요? 하하하.

2절을 살펴보겠습니다. '외로웠던 지난날은 잊어버려/ 그대 사랑을 받아들일게/ 눈으로 숨겨온 그대의 어떤 말도/ 느낄 수 있어' 부분입니다. 약간의 사연이 있어 보이죠. 사랑하지만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특별한 상황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네요. 지금은 그걸 다 내려놓으라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둘을 둘러싼 주변의 소문들이 방핼해도/ 언제까지 흔들리지 마/ 나의 작은 실수라도/ 내가 부족해 보여도/ 늘 지금처럼 나를 믿어줘' 부분입니다. 뭔가 교제를 하기에는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사이라도 되는 걸까요? 예를 들면 선생과 학생 이런 거요. 늘 그 둘을 따라다닐 게 예상되지만 그것에 흔들리지 말자고 말합니다. 이에 덧붙여 자신의 실수와 부족함이 보여도 끝까지 믿어달라고 말하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COME ON BABY TONIGHT/ COME OM BABY TONIGH/ 사랑한다는 말은 더 달콤하게/ 이 밤이 지나면 잊어버리지 마/ 그댈 보는 내 모습이/ 초라해지지 않게' 부분입니다. 오늘 밤 나에게 와 주세요. 최대한 달콤하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 주세요. 그리고 기억해 줘요. 나중에 기억 안 난다고 하면 내가 초라해질 테니까. 마치 사랑의 찬가를 부르는 느낌이네요.


음. 오늘은 가사 중 '이 밤이 지나면 잊어버리지 마'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의 기억력 말이죠. 어느 정치인 나와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하죠. 탄핵 반대 당론을 따르는 바람에 지지자들에게 핀잔을 듣고 있다고 하자 '시간이 지나면 그런 거 다 잊힌다. 걱정하지 마라. 나도 그렇게 당선됐다'라고 말이죠.

역사를 기억하는 사회와 기억하지 못하는 사회는 완전히 다른 미래가 펼쳐집니다. 역사를 기억하는 사회는 똑같은 실수나 실책을 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지만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회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죠.

1차 세계 대전에 이어 2차 세계 대전의 주역이었던 독일은 역사를 기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부단한 노력을 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단죄를 처벌하기 위해 위정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 구조 개혁까지 완성했죠. 그들에게 있어서 치욕의 역사는 감추고 숨기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공개하고 다시는 그러면 안 된다는 교육으로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쉬움 점이 참 많죠. 연이은 대통령 탄핵, 세월호, 이태원으로 이어지는 대형 참사 등등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고 있으니까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통해 값진 메시지를 남겨주었지만 비슷한 사례는 2025년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안타깝죠.

물론 그 속에서도 광화문에 나온 촛불 시민들, 그리고 2002년 월드컵 신화를 기억하는 국민들 등등 좋은 기억이 또 다른 희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야광봉, 난방버스 등 과거의 기억에 시대라는 옷을 입혀 업그레이드되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기까지 하죠.

사회적 기억이 아닌 개인의 기억 영역으로 넘어가 볼까요? 어제 뭐 먹었는지, 1년 전 뭐 했는지 기억나시나요? 가물가물합니다. 특정해 1월 1일 뭘 새해 소망으로 내 걸었는지, 10년 전 5년 전 나와의 약속은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내일이 시험이면 우린 벼락치기 모드로 변하죠. 시험을 보고 나면 뭘 공부했는지 빛의 속도로 잊어버립니다. 학교는 다녔는데 공부는 했는데 머릿속에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죠. 만약 논술 시험이었으면 어땠을까요? 좀 달랐으리라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부실한 기억력을 만회해 보고자 매일매일 기록하고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나중엔 너무 양이 많아서 찾기도 어려워질 정도로요. 우린 도대체 어디까지를 기억해야 하고 어디까지를 망각해야 하는 걸까요?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그 기억을 미래로 가지고 갈 수 있는 걸까요?

최근에 배우 이순재 씨가 유퀴즈에 나온 영상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그의 기억력이었습니다. 90이 다 된 나이임에도 대사를 좀처럼 틀리지 않을뿐더러 기억력 함양을 위해 미국 대통령을 시간순으로 외기도 했죠. 물론 좋은 대학 나오고 그 업을 오래 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저는 기억력이 '생각 정리'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현상만 보고 생각 정리를 스킵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에서 멀어지는 것이죠.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기가 되었든 대화가 되었든 사진을 찍었든지 간에 그건 도구고 이를 통해 도달해야 하는 것은 생각 정리가 아닐까 합니다. 그 사건을 바라보는 나, 그 사진 속에 있는 나, 그 대화가 향하는 곳 뭐 이런 거 말입니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는데 기억나는 일이 별로 없는 것은 바로 생각 정리를 등한시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4년 혹은 5년 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을 때 뭘 근거로 해서 투표를 하시나요? 이미지가 아닌 그들의 과거 행적 등 기억을 기반으로 하시나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생각 정리가 꼭 필요할 겁니다. 개인의 삶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이 밤이 지나도 잊어버리지 않으려면 내가 겪은 일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이 노래에서 상대방은 뜨거운 밤을 화자와 함께 보내고 과연 자신만의 생각 정리를 통해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걸 기억해서 화자를 초라하지 않게 해 주었을까요? 하하하.

타고난 기억력이야 어찌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기억하고 싶고 기억해야만 하는 일과 사건에 대해서는 이 생각 정리법을 스킵하지 말고 반드시 거치실 것을 권하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생뚱맞긴 하지만 3번째 책으로 소설을 한 번 써보려고 합니다. 언제 완성될지 기약은 없습니다. 처음 도전하는 거라 방법도 모릅니다. 그동안 적지 않게 누가 만든 영화와 드라마만 주야장천 본 것 밖에 없습니다. 최애 장르는 웹툰 기반 드라마인데요. 그래서 그런 류를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소재는 정했는데 일단 함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으하하. 잘 돼야 할 텐데.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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