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박주연 작곡 김형석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혜림'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t4 QUd0 i2 q4 Y? si=gmgj7 lEyTzo88 Bv5
돌아와
우리 우연한 만남이
아직도 내겐 사치인가 봐
돌아와 나를 위한 이별이었다면
다시 되돌려야 해
나는 충분히 불행하니까
- 김혜림의 <날 위한 이별> 가사 중 -
김헤림은 아이돌 그룹 멤버로 1988년 데뷔했습니다. KBS 예능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에서 전속으로 만든 '통크나이'의 멤버였습니다. 이듬해 솔로로 독립하는데요. 데뷔곡이 <디디디>였습니다. 기억나시나요? 이 노래로 MBC 10대 가수 가요제 신인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녀는 연예인 2세입니다. 그녀의 어머니인 나애심 씨가 가수이자 배우였거든요. 제가 <가사실종사건> 500회에 조용필 씨를 소개한 바 있는데 김혜림의 데뷔는 조용필 씨와 맞닿아 있습니다. 조용필 씨가 나애심 씨의 팬이었는데, 집에 놀라갔다가 김헤림의 재능을 보고 가수 데뷔를 제안했다고 전해지네요.
1990년 2집에서는 <이제 떠나가 볼까>가 히트를 했죠. 3년 후인 1993년 3집을 발매하지만 타이틀곡이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활동을 잠정 중단하게 됩니다. 1994년 4집을 발매했는데, 기존 댄스 가수 이미지를 벗고 발라드 가수로 변신을 꾀하죠.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4집의 타이틀 곡입니다.
1996,1997년, 1998년 5,6,7집을 선보였지만 반응이 크게 없었고요. 고심 끝에 2007년 <어쩌면 좋아>라는 곡을 발매하며 트로트가수로 변신을 합니다. 전통 트로트라기보다는 세미 트로트에 가까운 곡이었죠. 트로트 가수로 활동이 많아질 시기였지만 그때부터 10년 넘게 어머니 병간호를 하며 무대에서 멀어졌다고 하네요. 이후 근황을 검색해 봤더니 2018년 <불타는 청춘>과 2020년 <마이웨이>, 2023년 <퍼펙트 라이프> 등에서 꾸준히 모습을 비추고 있네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날 위한 이별'입니다. 아마도 화자가 사랑했던 상대는 이별하면서 '널 위한 이별'이라고 말한 듯합니다. 그것에 대한 화자의 답변을 가사로 옮긴 듯합니다. 한 마디로 '결코 이별은 날 위한 게 아니야'라고 말하고 있죠.
'난 알고 있는데 다 알고 있는데/ 네가 있는 그곳 어딘지/ 너도 가끔씩은 내 생각날 거야/ 술이 취한 어느 날 밤에'가 첫 가사입니다. 이별 후에 화자는 상대가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 듯하네요. 그리고 상대가 술이라도 마시면 자신을 생각하다고 생각하죠. 신기가 있으신가? 하하하.
'누구를 위한 이별이었는지/ 그래서 우린 행복해졌는지/ 그렇다면은 아픔의 시간들을/ 난 어떻게 설명해야만 하는지' 부분입니다. 화자를 위한 이별이었다고 말했지만 지금 상황은 최소한 화자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상대 역시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추정도 가능하고요. 이별을 하면 이후가 더 좋아질 거라 말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반대가 된 상황이죠.
'돌아와 니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여긴데 나의 곁인데/ 돌아와 지금이라도 나를 부르면/ 그 어디라도 나는 달려 나갈 텐데'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별을 무르자고 말합니다. 다시 화자의 곁으로 돌아오라고 하죠. 화자는 상대가 부르면 버선발이라도 달려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돌아와 우리 우연한 만남이/ 아직도 내겐 사치인가 봐/ 돌아와 나를 위한 이별이었다면/ 다시 되돌려야 해/ 나는 충분히 불행하니까' 부분입니다. 가사 해석이 가장 난해한 부분인데요. 우연한 만남이 아직도 내겐 사치다라는 표현 말이죠. 다른 사람을 우연히 만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석해야 할까요? 그래서 우연한 만남을 넘어 사랑을 하고 이별을 했던 사람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겠죠?
음. 오늘은 가사 중 '누구를 위한 이별이었는지/ 그래서 우린 행복해졌는지'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하는 선택은 그로 인한 결과가 앞으로의 삶에 이롭다고 생각해서죠. 사랑과 다르게 이별 행위는 특히 그렇습니다. 사랑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이에게 한 방에 빠지거나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스며드는 불가항력적인 속성이 있지만 이별은 그것과는 다르죠. 사랑이 감정의 영역이라면 이별은 이성의 영역이 더 많이 작용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홧김에 이별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이 노래에서 화자는 이별 현장에서 상대를 앞에 두고 이별이 널 위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화자를 납득시키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나랑 있으면 더 불행해지니 우리 헤어져' 같은 대사가 난무하는 신파물이 떠오르네요. 험난한 가시밭길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그 길을 홀로 걸어가겠다고 이별을 선언하는 주인공. 그 쯤 되면 '널 위한 이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우린 사랑을 좋은 것만 함께 하고픈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에는 고통과 인내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죠.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라는 가사도 있잖아요. 네. 사랑은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본편은 사랑이 밑바닥에 깔리고 그 위에 무수한 시련들이 불어닥치죠. 사랑의 심지가 땅에 깊게 박혀 있지 않으면 뿌리째 뽑혀나가는 수모를 겪으며 이별이라는 단어를 만나게 됩니다.
사랑했던 사이에 '누구를 위한 이별'이라는 표현이 성립하는지를 알아볼까요? 잘 사는 집 A와 가난한 집 B가 둘이 사랑하다 가난한 집 B가 잘 사는 집 A에게 '더 나은 환경으로 가서 행복하길 바라'라고 말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후로 잘 사는 집 A는 비슷한 수준의 상대를 만나 결혼했지만 행복을 느끼지 못했고 가난한 집 B는 잘 사는 집 A의 불행을 보며 가슴 아파하는 스토리 한 편쯤 보셨죠? 둘 다 망한 케이스죠.
사실 이별은 '누구를 위한'이 성립하지 않는 듯합니다. 굳이 붙이자면 '자기 자신'을 위해서죠. 상대가 이별 후에 행복할지 불행할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당사자는 선의를 베풀었다고 생각해야 자신의 마음이 편할 테니까요. 진정으로 상대를 위해서 하는 이별 사례가 없진 않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그리 일반적인 일은 아닌 듯합니다. 설사 있더라도 온전히 상대를 위한 이별은 어렵지 않나 싶은데요.
이별의 끝이 꼭 행복이어야 하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별을 한 후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솔로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만나고 만나봤더니 그 물이 그 물이라서 타인이 아닌 자신을 사랑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는 문제 같거든요. 사랑 후에 다른 사랑이라는 공식이 답은 아니죠.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 당시에는 최선이 나중에 보니 최악이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죠. 사랑을 하다가 이별을 할 때쯤이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 보지 않을까 하는데요. 이별 역시도 그 후의 일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 당시의 한 사람의 판단일 뿐이죠. 그러니 가보지도 못한 미래에 널 위한다 날 위한다는 말은 다 망언에 가깝습니다. 이별 후 더 불행해지면 그땐 어찌해야 하나요?
이 노래의 화자는 날 위한 이별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가시밭길이 펼쳐진다고 해도 같이 걸어갈 의사가 있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그런 길은 안 걷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듯이 사람마다 서로를 위하는 방식도 각양각색일 겁니다. 상대의 뜻도 헤어리지 못하고 어림짐작으로 상대를 위한다는 이별이 온당하지 못한 이유죠.
그냥 솔직하게 나도 미래가 더 나아질지 아니면 더 나빠질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길이 아닌 것만큼은 확신해라고 말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니었을까요? 다 너를 위해 그러는 거야, 자녀 잘 되라고 그러는 거지. 등에는 나의 욕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돌아보길 권합니다. 살면서 함부로 누구를 위해서 그런다는 표현은 삼가여야겠네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게을러졌습니다. 반성합니다. 지난 두 번의 겨울에는 새로운 책을 집필하느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 올해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소설을 쓰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에 혹하기도 하고 그럽니다. 하하하. 간절함이 그만큼 감퇴한 까닭이겠죠. '누구를 위한 책이었는지/ 그래서 나는 행복했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좀 찾아보는 것에서 시작해 볼까 봐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