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성진우'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다 포기하지 마
또 다른 모습에
나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걸
- 성진우의 <포기하지 마> 가사 중 -
성진우는 남자 솔로 가수로 1994년 데뷔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록 음악 밴드에서 보컬리스트 겸 기타리스트로 활동했고요. 1990년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하우스에서 5인조 록 음악 밴드 'DMZ'를 결성하고 기타리스트로 활동했습니다. 군 제대 후 가수 태진아를 만나 진아기획 영업 1호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그의 1집 <Virgin Flight>에 실린 타이틀 곡이죠. 이 노래로 데뷔와 동시에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방송사에서 신인가수상을 싹쓸이하기도 했고요. 1996년 발표한 2집은 <애인 만들기>가 타이틀 곡이었고 1997년 발매한 3집은 <너의 이야기>가 인기를 얻었습니다.
1994년 4집을 <돌아보이마>를 내놓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 보려 했으나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진아기획과의 계약이 해지되며 활동을 중단했죠. 2004년 5집 <이별을 얕봤다>로 가수 복귀를 시도했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2009년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죠. <딱이야>라는 노래가 알려졌고 성인 가요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요를 부르던 가수가 오죽했으면 성인 가요로 변신했을지 생각해 보면 적지 않은 사연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네요. 그래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장르까지 바꿔가며 활동하는 모습이 대견해 보이기도 합니다. 가수는 노래 따라간다고 정말 포기를 모르는 남자가 된 것 같네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포기하지 마'입니다. 어떤 고난과 시련이 와도 사랑을 절대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노래입니다. 잘못 들으면 '닭고기 하지 마'라고 가사가 들려서 회자되기도 했죠. 기억나시나요? 하하하. 화자의 사연을 쫓아가 보시죠.
'다 포기하지 마/ 또 다른 모습에/ 나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걸/ 너 돌아보지 마/ 또 힘든 네 모습/ 더 먼 곳으로/ 나 떠나갈 거야 '이 첫 가사입니다. 가사 해석이 상당히 난해합니다. 어떤 상황인 걸까요? 추측해 봅니다. 앞부분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상대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뒷부분은 자신의 힘든 모습을 상대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안 보이는 먼 곳으로 떠나갈 거라고 말합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네요. 하하하.
여기부턴 제 상상입니다. 사랑하는 상대가 있었지만 화자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갔습니다. 화자로서는 이렇게라도 해서 삶을 이어갈 나름의 사연이 있었지만 상대에게는 그 이유를 말해 줄 수 없었습니다. 힘든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싫어서 면회를 오지 말라는 말을 남겼지만 상대는 화자를 꼭 보겠다는 일념으로 면회 신청을 하고 매번 허탕을 칩니다. 재기할 때까지 상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고 혹여라도 상대가 자신의 일과 엮이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죠. 상대를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말고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말조차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이제껏 구겨진 생활 속에 지쳐서/ 모든 걸 그렇게 지나치며 살았어/ 그래도 아직은 포기 못해 너만은/ 다시금 널 찾아 떠나겠지' 부분입니다. 자신의 비참한 삶으로 인해 모든 걸 지나치며 살았지만 상대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떠나버린 너를 찾아 떠날 것이라는 의지를 다지는데요. 뭔가 화자에게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고 그 기간에 상대는 화자의 곁을 떠나 버린 사연이 숨어 있는 것 같네요.
'달려가 내 몸을 너에게 안길 거야/ 쉽게 지나치진 못하겠지/ 조금씩 더 크게 네 이름 부를 거야/ 이렇게 더 사랑하는 너를' 부분입니다. 반드시 찾아서 상대의 이름을 부르고 안길 거라고 말합니다. 아마도 상대는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화자는 저돌적인 대시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에 와서 다시 들어보니 진아기획에서 나온 노래답게 뽕필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하하하. 이때부터 트로트가수로의 변신을 예고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음. 오늘은 당연히 포기에 대해 썰을 풀어봐야겠죠. 제 첫 책 <지구복 착용법>에도 50가지 주제 중 하나로 한계 편에 포기를 다룬 바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거기에 쓴 내용과 겹치지 않게 써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주제입니다.
<지구복 착용법>에서는 우리 삶이 포기와 끈기 사이에서 매번 갈등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중꺽마'라는 말처럼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지만 우린 언제 포기를 해야 하고 언제 끈기를 발휘해야 하는지 사이에서 매번 갈팡질팡하게 되니까요.
시간이 한참 흘러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 당시에 포기가 맞았는지 아닌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됩니다. 포기를 해서 전화위복이 된 경우도 있고 반대로 이도 저도 안 된 상태가 되어 있기도 하죠. 여러분들은 언제 포기를 선언하시나요? 어렵죠?
'다른 건 다 포기해도 이것만은 양보 못한다'라는 표현을 떠올려 보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따위가 숨어 있기도 합니다. 이루면 좋고 이루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에서는 포기가 참 쉽습니다. 반대로 이루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면 포기는 그만큼 어려울 겁니다.
하던 일을 중도에 그만두는 포기는 자신의 선택을 동반합니다. 누가 그러라고 했다고 포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GO와 NO GO 중 하나를 선택하면서 발생하죠. 물론 포기를 뜻하는 NO GO를 선택할 때는 GO를 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믿거나 판단하기 때문일 겁니다.
GO와 NO GO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 따위는 없습니다. 같은 상황을 놓고도 누구는 못 먹어도 GO를 외치고 다른 누구는 NO GO를 선택하죠. 본인의 가치 판단에 따라 결정하고 책임지면 되는 게임이죠. 귀가 얇아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선택을 바꾸던 처음부터 꿋꿋이 자신의 길을 고수하든 말이죠.
특히 사랑에서의 GO와 NO GO는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하하하. 이별의 사유가 명확해지는 시점에 이루어지는 NO GO가 아니라 계속 관계를 유지하다간 더 나쁜 상황으로 진입할 것 같아서 하는 NO GO 선언은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 치더라도 상대가 그 판단에 고개를 끄덕여 줄지 알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죠. 사랑은 혼자만의 결심과 의지를 넘어서 상대방이라는 타자를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죠. 한 사람이라도 NO GO를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으면 끝나도 끝난 게 아닌 게임이 되어버리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우리 사회에서는 포기가 그렇게 좋지 않은 뉘앙스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반대로 끈기는 좋은 이미지로 둘러싸여 있죠. 과연 그럴까요? 우스개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오른손엔 사과가, 왼손엔 배를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앞에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어떤 과일이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실 것 같으신가요? 네. 사과든 배든 하나를 내려놓아야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길이 열리죠.
제가 생각하는 포기란 바로 그런 겁니다. 더 좋은 것을 찾기 위해 하는 것이죠. 더 좋은 것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중도에 그만두는 것은 인내 부족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직장이 마음에 안 든다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건 진정한 포기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거든요.
무엇을 포기 박스에 담고 무엇을 끈기 박스에 담을지는 각자의 선택입니다만 끈기 박스에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상태에서 포기 박스만 선택하는 것은 안 될 일이지요. 어느 누구도 자신의 포기와 끈기에 훈수를 둘 수 있어도 그 결정의 총책임자는 본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포기와 끈기 박스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 있나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가사실종사건>이라는 브런치는 당분간 끈기 박스에 담겨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제라도 이것보다 더 좋은 글쓰기 방법이 생긴다면 저는 과감히 포기 박스를 택할 지로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그 대안을 못 찾은 것뿐이라고 하는 표현이 맞는 거겠죠. 무언가를 과감히 포기하는 용기도 무언가를 우직하게 지켜나가는 끈기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는 것 같네요. 그게 인생의 묘미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