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싸이 작곡 페리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렉시'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i5i-qoH3 pK8? si=NWHz5 HfVvJIEX5 Os
감동이 없어 재미도 없어 별 볼 일 없어
요즘 남자들은 똑같애 다 애송이야...
어 어어어어어
감정이 없어 정열도 없어 인물이 없어
요즘 남자들은 똑같애 다 애송이야
어어어어어어어
- 렉시의 <애송이> 가사 중 -
렉시는 여자솔로 가수로 2003년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황효숙이었으나 황유나로 개명했다고 하네요. 보컬리스트자 랩도 동시에 합니다. YG엔터 소속으로 1999년부터 랩 피처링을 하면서 두각을 드러냅니다. 그러다가 오늘 소개할 곡으로 솔로 1집을 발매하죠.
싸이를 비롯해서 이현도, 테디, 페리 등 당시 내로라하는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음반으로 발매 전부터 반은 성공을 보장한 앨범이었죠. 이 노래는 싸이가 작사하고 페리가 작곡에 참여합니다. 그 결과 MBC 음악캠프에서 1위 후보에 오르며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하지만 2005년 발매한 2집은 당시 신인 작곡가였던 용감한 형제가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반응은 미적지근했죠. 절차부심하여 2007년 출시한 3집은 <하늘 위로>라는 곡이 수록되었는데 2집 실패를 어느 정도 만회하는 수준이었다고 평가됩니다. 소속사를 옮기고 2008년 낸 4집은 노래의 문제라기보다는 신생 소속사의 한계로 대중에게 다 가는데 실패했습니다. 이후 1인 기획사를 차리는 고군분투가 이어졌고요.
2013년 쇼미 더머니에 출연했으나 결과가 좋지 못했고요. 센 언니 캐릭터로 힙합 1세대에 해당되는 이력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2016년 결혼소식이 전해진 이후 사실상 연예계를 떠난 것으로 보입니다. 다재다능한 가수였는데 생각보다는 운이 없었던 듯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애송이'입니다. '어린 티가 남아 있는 사람이나 물건' 혹은 '하는 행동이나 말투가 수준 이하인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입니다. 화자는 자신을 주변에 있는 수많은 남자들을 애송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왜 그런 걸까요?
'어김없이 남자들은 나를 보네/ 어이없는 남자들만 다가오네/ 나는 콧대 높은 여자, 시건방진 여자/ 자신 있음 이리 와봐 애송이들아' 부분입니다. 굉장한 자신감이죠. 외모도 성격도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능력자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기 객관화는 덤이고요.
'이쁘다는 뻔한 얘기 사양할게/ 날 만족시키려면 다양하게/ 나는 눈이 높은 여자 만족 없는 여자/ 자신 있음 이리 와봐 애송이들아' 부분입니다. 살짝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에 대해서 힌트를 주죠. 뻔한 멘트, 한결같은 모습 같은 것으로는 택도 없다고 말이죠.
2절을 살펴보죠. '내 이름은 왜 묻는데 낯간지럽게/ 내 나이는 왜 묻는데 더 유치하게/ 나는 머리 좋은 Feel 좋은 여자/ 자신 있음 이리 와봐 애송이들아/... 참 답답한 남자들 겉돌지만 말고/ 그냥 내 손잡고 내 허릴 감고 눈감고 땡겨' 부분입니다. 나이와 이름 묻는 것은 촌스럽고 유치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도도한 그녀에게 아무도 다가오지 않자 자꾸 재지 말고 행동을 해야 한다고 하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 감동이 없어 재미도 없어 별 볼 일 없어/ 요즘 남자들은 똑같애 다 애송이야/ 어 어어어어어/ 감정이 없어 정열도 없어 인물이 없어/ 요즘 남자들은 똑같애 다 애송이야/ 어어어어어어어' 부분입니다. 마치 춤을 추러 갔다가 적당한 짝을 못 찾고 빈 손이 된 화자가 자신의 탓이 아니라 니들이 못나서 그렇다고 투정하는 것으로 비취기도 하네요.
마지막으로 싸이가 담당한 랩 부분을 볼까요? '뒤돌아 센척하는 바보지/ 혼자 만족하는 바보/ 뒤돌아 후회하는 바보/ 지 밖에 모르는 남자니까 바보/ 얼레벌레 망설이지 말고/ 설레설레 긴장하지 말고/ 남자답게 자신 없음 말고/ What's up 애송이 바보' 부분입니다. 남자들의 허세 혹은 이기심 뭐 이런 것들을 저격하는 가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화자를 감당할 수 있는 간 큰 남자가 진짜 있을지. 하하하.
음. 오늘은 가사 중 '요즘 남자들은 똑같애'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여럿이 개별적 특성이 없이 모두 엇비슷한 상황을 뜻하는 사자성어 천편일률이 떠오르는데요. 사물이 모두가 판에 박은 듯이 똑같아 새롭거나 독특한 개성이 없고 재미도 없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지구상의 반을 차지하는 남자들이 하나같이 매력이 없다니. 화자 주위에 있는 남자들을 탓하기보다는 화자가 너무 제한된 사람들만 만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와 대치되는 사자성어는 천차만별입니다. 여러 가지 사물이 모두 차이가 있고 구별이 있음을 뜻하죠. 이 세상에 똑같은 물건은 하나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은 물론이고 사물, 생각 등이 서로 크게 다르고 다양하다는 의미죠.
천편일률과 천차만별. 극과 극인 이 두 단어는 획일성과 다양성이라는 단어로 환원됩니다. 같은 사물이나 사람을 놓고 누군가는 전자를 누군가를 후자를 인식하기도 하는데요. 이 노래의 화자는 남자라는 대상을 상대로 전자를 꺼내 들었죠. 왜 그랬을까요?
제가 보기엔 외형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이라면 머리 하나, 팔 두 개, 다리 두 개 뭐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을 것이고, 남자와 여자는 머리가 길으냐 짧으냐 화장을 했나 안 했나 정도로 구분이 가능하죠. 외형으로 판단한 사람은 남자와 여자, 아이와 노인 정도가 분간이 됩니다. 흔히 말하는 '예쁘면 다 용서된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네요.
하지만 누구든 외형의 선을 넘어 내면의 모습으로 향해 깊은 대화를 해 본다면 같은 성을 가졌다고 해도 다 다릅니다. 같은 기호와 취향을 가졌다고 해도 그 정도를 따지면 미세하게 다르며 하나도 같지 않죠. 하지만 그러려면 머리도 많이 써야 하고 꽤나 큰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지 모릅니다. 상대의 말 자체가 아니라 비하인드 라인을 꾸준히 따라가야만 보이는 것들이 많을 테니까요.
다양성이 보장된 사회라야 좋은 사회라고 말하는데요. 집단이 동등한 성비를 가지며 한쪽에 쏠리지 않을수록 그리고 그 속에서 다양한 문화를 가질수록 큰 이익을 얻는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본 책에서는(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통신사였가. 인도의 어느 회사에서는 고객의 남녀 구성비율을 그대로 회사의 남녀 구성비에 반영하는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시장과 호흡하기 위해서요.
다양성은 누군가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시야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다양성을 볼 수 있는 시야의 탑재 여부죠. 흔히 말하는 선입관이나 고정관념 따위는 이러한 다양성을 파먹고 삽니다. 이 세상에는 오로지 그 길 하나. 획일화되고 천편일률적으로 여겨지는 하나 길만을 상정하죠.
다양성의 시야가 사라지면 일명 빠가 되기 쉽습니다. 무언가를 열렬히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그것 이외의 다른 것들은 인정하지 않게 되죠. 자신만 맞다는 태도로 일관합니다.
일본이라는 사회를 지켜보면서 특이했던 한 가지는 사회 영역에서는 집단주의를 강조하지만 반대급부적으로 개인의 영역은 고도의 개인주의가 출연했다는 점이죠. 직장인들의 복장은 천편일률적이지만 특정 거리에 나가면 코스툼 복장을 한 사람들을 접하게 되잖아요. 인간의 다양성을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이에 대한 욕구는 참지 못하고 폭발하게 되는 것이라고 봐야겠죠.
얼마 겪어보지 못하고 겉으로만 대한 사람들은 '남자들은 다 똑같애'라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늑대와 같은 속성이나 고분고분한 상대를 선호하는 특정 부분만을 지나치게 확대해서 본 결과라고 할 수 있죠. 말장난 같지만 역으로 세상 남자들이 다 똑같다면 아무나 골라도 되는 거 아닌가요? 하하하.
화자가 요즘 남자들을 나무라면서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그 속에서도 자신의 눈에 만 보이는 다양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은 아닐까요? 만약 화자가 이런 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간다면 아마도 혼자 살 확률이 65,432%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일매일이 반복되는 것 같은 일상 속에서 직장인 생활은 혹은 자영업자 생활은 다 똑같애라고 말한다면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삶에서 잃어버렸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잃어버린 다양성의 시야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충 짧게 보는 것이 아니라 면밀하게 길게 볼 것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50년쯤 결혼 생활을 해 본 누군가가 '남자나 여자나 다 똑같애'라고 말한다면 그건 다른 의미일 겁니다. 20대 정도에서 하는 그 말은 남과 여를 나누지만 지긋이 나이가 들어 긴 인생을 여행했던 누군가가 한 말에는 남과 여가 사람이라는 더 큰 가치로 통합되어 있는 것일 테니까요. 같은 표현도 이리 다를 수 있죠.
엄밀히 말해서 '감동, 재미, 별 볼 일, 감정, 정열, 인물' 중에 인물 빼놓고는 다 천천히 오랜 시간을 응시해야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여러분들은 다른 이에게서 이런 것들을 자주 느끼시는 편인가요? 으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누군가의 다양성과 만나면 질문이 많아집니다. 왜 그런 옷을 입게 되었을까, 왜 저런 생각을 하는 걸까. 나와 다른 점은 뭘까 등등 호기심이 들끓게 되죠. 나와 전혀 다른 누군가가 이 세계에서 별문제 없이 산다거나 혹은 잘 살고 있다면 자신의 방식이나 생각을 돌아보는 기제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니까요. 그것 없으면 죽는 줄 알았는데 아니어도 살 수 있다니 말입니다.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