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정용화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정용화'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cyzcWHK8_ZY? si=THBt81 ufYclKj8_I
https://youtu.be/R-AddIzSO7 Q? si=GbWUXF_5 ADAzkV8 N
어느 멋진 날 눈물 나는 날
눈부시도록 아름다워서 가슴 아픈 날
어느 멋진 날 돌아갈 수 없는 날
그날그날그날그날그날
- 정용화의 <어느 멋진 날> 가사 중 -
정용화는 2009년 데뷔했습니다. 밴드 씨엔블루의 리더이자 메인보컬이죠. 6살 때 그의 노래를 들은 어머니가 음치라고 판단해 성악과 피아노를 배우게 했다고 하네요. 초등학교 때는 클라리넷도 배우기 시작하고요. 너무 웃기죠? 하하하. 중학교 때 기타를, 고등학교 때는 밴드부 보컬로 활동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스키장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싸이월드에 올렸는데 이게 그의 운명을 바꾸는 일대 사건이 되었죠. 처음에는 소속사에서 캐스팅 제안을 했지만 연예인에 대한 꿈을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어 거절했다고 하네요. 그더라 수능 50일을 앞두고 서울에 와서 오디션을 받다고 덥석 합격을 해 버렸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15년 발매한 그의 솔로 데뷔 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트로트가 떴다>라는 트로트 예능 방송 프로그램에서 주현미 씨가 이 노래를 커버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죠. 저도 그때 이 노래를 알게 되었는데요. 두 개 중에 못 고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링크를 같이 올려드렸습니다.
준수한 외모로 씨엔블루 데뷔전 배우로도 캐스팅되었고요. 최근까지도 간간히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밴드 씨엔블루의 대다수 곡을 작사 작곡할 정도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자질도 충분하죠. 예능에도 많이 나와서 인지도와 호감도도 꽤 있는 편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활동 기대해 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어느 멋진 날'입니다. 제목만 보면 가곡을 연상시킵니다. 노래 가사를 쭉 보면 화자는 과거의 어느 날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기억 속에는 어떤 날이 '어느 멋진 날'로 남아 있는지 궁금하네요.
'기억이 또 나네요/ 자주 거닐던 호숫가/ 자그마한 얘기로 밤 지새던/ 그때 참 좋았죠 우린/ 기억이 또 나네요/ 발길 드문 집 앞 공원/ 보고 싶다 수없이 떼를 쓰던/ 그때 참 좋았죠 그대가 있어서' 부분입니다.
화자는 과거의 우리를 회상해 봅니다. 아주 거창한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소중한 일상이 기록되어 있었죠. 같이 호숫가를 산책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밤새도록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작은 일상의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은 곳을 가보자고 떼쓰던 상대의 애교에 어쩔 수 없이 승낙했던 그 시절이었죠.
2절입니다. '기억이 또 나네요/ 아껴둔 수많은 말들/ 가슴속 깊숙이 묻어둔 채로/ 그때는 몰랐죠 이별을 몰라서' 부분입니다. 당시에는 그러한 일상이 그리 좋은 것인지 알지 못했던 것 같군요. 시간이 지나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언제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수많은 말들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전할 수 없는 말들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상황이 되었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어느 멋진 날 눈물 나는 날/ 눈부시도록 아름다워서 가슴 아픈 날/ 어느 멋진 날 돌아갈 수 없는 날/ 그날그날그날그날그날' 부분입니다.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으나 최고라는 사실을 몰랐던 그때, 그래서 화자에게는 돌아갈 수 없기에 동시에 가슴 아픈 날이기도 합니다.
'그대는 날 잊어간대도/ 하염없이 흘러내려요/ 눈물 마른 추억들/ 우리 사랑했던 기억들/ 우리 소중했던 날들
아직도 나는 잊지 못해요/ 어느 멋진 날 따뜻했던 날/ 바람에 실려 지난 그대가 불어오는 날/ 어느 멋진 날 돌아갈 수 없는 날/ 그날그날그날그날그날' 부분입니다.
가사가 참 좋죠. 눈물 마른 추억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는 표현이 참 좋네요. 그 시간에 대한 향수가 잔뜩 묻어 있는 듯하고요. 지난 버린 시간에 대한 짙은 아쉬움도 느껴지죠. 마지마 그날이라는 가사를 5번이나 반복해서 부르는 것은 그만큼 애끓는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 여겨지네요.
음. 오늘은 가사 중 '눈부시도록 아름다워서 가슴 아픈 날'에 대해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표현을 쓸 수 있는 날을 경험해 보셨나요? 이 노래처럼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을 거기에 두고 온 경우라면 그런 날이 한두 번쯤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만약 눈부시고 아름다운 날이 우리 인생에 계속된다면 그날의 가치가 그리 높게 평가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날을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과정 속에 있어야 그 가치가 높아지겠죠. 이 노래에서는 그날이 과거 속에 머물면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날로 박제되며 가슴 아픈 날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왕년에'라는 표현을 붙일 수 있는 과거의 어떤 시기는 자신의 능력이 한껏 발휘되던 긍정적의 날들이었을 텐데요. 하지만 지금이라는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라는 헛헛함을 떠올리게 될 거고요.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삶은 많이 쪼그라 들어 있는 듯하죠.
그날은 어쩌면 '인생 최고의 날'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인생 최고의 날'을 꼽으라고 하면 어떤 날을 꼽으시겠어요? 아직 인생의 최고의 날이 오지 않았을 수도 있고 왔는데 온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철학자 중 한 사람은 하루하루를 인생 최고의 날처럼 살라고 말하기도 하죠.
흔히를 인생을 산을 오르는 일에 비유합니다. 산꼭대기에 오를 때를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말하죠. 누군가는 젊을 시절에 이미 정상을 밟는 행운을 누리기도 하고요. 누군가는 정상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정상에서의 모습을 상상해 보아요. 하하하.
정상에서 내려다본 세상의 모습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울 겁니다. 가슴이 뻥 뚫릴 만큼 확 트인 시선을 갖게 되고요. 이 세상에 자신이 우뚝 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죠. 그 시원하고 청량한 기분에는 그동안 힘들게 산을 오른 것에 대한 보상 혹은 보람 같은 것도 담겨 있겠죠.
하지만 정상을 밟은 자에게는 피할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하산을 해야 하는 것이죠. 너무 올라가는데 힘을 쏟은 사람은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낙마하기도 합니다. 또 너무 빨리 정상을 밟은 사람은 내려오는 길이 너무도 길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인생의 비극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것, 즉 가지고 싶은 것을 못 갖는 것이고 그보다 더 큰 비극은 염원하던 것을 갖게 되는 것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정상에 오르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산을 올랐는데 막상 정상에 오른 다음에는 쭉 그 행복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가파른 내리막만 보이는 것이죠.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날, 인생 최고의 날에는 이런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그날부터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고 때론 가파른 하산길을 밟아야 한다는 것 말이죠.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는 정상을 찍는 과정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만 내려오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정상의 짜릿함을 맛본 후로 그와 비슷한 경험을 도모하고자 마약, 도박 등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세월이 지났는데도 잘 나갈 때의 모습을 털어내지 못해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도 있죠. 이 모두가 하산의 방법을 몰라 허둥지둥하며 생긴 일일 겁니다.
이 노래에서 화자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날'을 보내고 이 날을 '가슴 아픈 날'로 명명한 것은 하산의 길이 막막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산의 정상에서 맛본 강력한 사랑의 맛을 잊지 못해 발걸음과 머릿속이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상황이죠.
산을 올라 정상에 오른다는 목표는 멋있어 보이지만 정상을 찍고 산을 내려오는 목표는 왠지 그에 비하면 쓸쓸하고 싱겁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집을 나서서 어딘가 훌륭한 곳을 다녀오더라도 안전하게 귀가하는 일만큼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요? 화자는 집에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죠.
살다 보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날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우연처럼 찾아오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노력으로 만들기도 하죠. 그날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온전히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날이 계속된다고 믿는 건 순진한 일이겠죠. 그래서 나름대로의 하산 전략을 짜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되네요.
결과까지 좋았다면 눈부시고 아름다운 날로 마무리되었겠지만 그 결과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기에 가슴 아픈 날이 되었습니다. 사랑은 이루어지기보다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사랑을 통해 발견한 눈부시고 아름다운 날은 언젠가는 가슴 아픈 날로 변할지도 모르겠네요. 행복은 불행의 꼬리표를, 불행은 행복의 꼬리표를 늘 달고 다닌다는 옛 말씀을 복귀하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요즘은 이 노래를 들으면 이거 써야지 하며 딱 떨어지는 주제 같은 게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쓰다 보면 어찌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노래 가사만 봐도 오늘 글쓰기의 모습이 어찌 될지가 가늠이 되죠. 하하하. 깻잎 한 장 정도 다른 사랑과 이별 노래를 어찌 소화해야 하는지가 저에게 늘 도전 과제이고 글 쓰는 즐거움이라고 해야 할까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