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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플라잉의 <옥탑방>

작사/작곡 이승협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엔플라잉'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3 EYBohAXPeE? si=MVSavSw__nnxDYTV

너는 별을 보자며 내 손을 끌어서


저녁노을이 진 옥상에 걸터앉아


Every time I look up in the sky


근데 단 한 개도 없는 Star


괜찮아 네가 내 우주고 밝게 빛나 줘


- 엔플라잉의 <옥탑방> 가사 중 -




엔플라잉은 5인조 보이그룹으로 2015년 데뷔했습니다. 서동성, 김재현, 이승협, 유회승, 차훈이 멤버입니다. 엄밀히 말해 밴드 보이그룹입니다. 힙합과 록 사운드 스타일이고요. FT아일랜드, 씨엔블루에 이은 FNC엔터테인먼트의 세 번째 밴드죠. F, C, N이 이 새 그룹의 첫 글자를 딴 약자이기도 합니다.

FNC의 밴드는 데뷔전 6개월 정도 일본에서 활동을 하는 게 룰이라고 하네요. 그룹명은 New Flying 또는 Next Flying의 약자로 '새로운 도약'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이들의 데뷔앨범은 미니앨범 <기가 막혀>였습니다. 3집부터 유회승이 합류하며 리드보컬을 담당하면서 빛을 보게 되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19년 발매한 곡으로 데뷔 4년 만에 처음으로 1위를 한 노래입니다. 권광진이 탈퇴하고 서동성이 합류하게 됐고요. 2023년 멤버들이 차례로 입대하며 일명 군백기를 보내고 2025년 다시 완전체가 되었죠. 그사이 유회승은 군복무를 일찍 마무리하고 그의 음악성을 홀로 뽐냈고요.

예전에 이홍기와 유회승가 <사랑했었다>를 같이 불러서 소개해 드렸는데, 이들의 조합은 같은 소속사였기에 가능했죠. 엔플라잉의 곡들은 이승협이 대부분을 작사작곡합니다. 이승협뿐만 아니라 멤버들 모두가 곡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탑재하고 있죠. 이처럼 음악적 자생력을 갖고 있는 만큼 멤버들이 소속사와 무관하게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제목이 '옥탑방'입니다. 예전에 드라마 중에 <옥탑방 고양이>도 있었죠. 여러분들은 옥탑방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지만 남들이 갖지 못한 앞마당의 탁 트인 전망을 가진 주거지죠. 왜 노래 제목이 옥탑방인지 같이 살펴보시죠.

'너는 별을 보자며 내 몸을 당겨서/ 단 한 번에 달빛을 내 눈에 담았어/ Every time I look up in the sky/ 근데 단 한 개도 없는 Star/ 혼자 두지 않을게/ 저 달이 외롭지 않게 해 줘'가 첫 가사입니다.

옥탑방은 이 노래의 배경이네요. 누군가가 밤에 찾아와 화자에게 별을 보자고 권유하며 옥탑방 옥상으로 화자가 끌려 나오는 상황이 그려지죠. 하지만 달빛만 보일 뿐 보려고 했던 별은 보이지 않습니다. 화자는 달이 있기에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너는 별을 보자며 내 손을 끌어서/ 저녁노을이 진 옥상에 걸터앉아/ Every time I look up in the sky/ 근데 단 한 개도 없는 Star/ 괜찮아 네가 내 우주고 밝게 빛나 줘' 부분입니다. 위의 가사와 비슷하죠. 하늘엔 보고 싶은 별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너란 존재가 있어 괜찮다는 말이죠.

'이런 가사 한 마디가/널 위로한다면 나 펜을 잡을게/ 자극적인 것보다/ 진심만으로 말할 수 있어 All day/

고양이보다 넌 강아지같이 날 기다렸지/ 하루 종일 뭐가 그리 슬펐지/ 이 별에서 네가 가장 특별해/ 너는 그런 거 전혀 몰랐지/ You want some more 왜 자꾸만 널 가두려 하는 건지/ You want some more Sky is nothing to believe' 부분입니다. 가사가 조금 맥락이 없긴 합니다. 전개가 매끄럽진 않은 듯요. 과거의 회상장면일 듯한데, 상대가 어떤 이유로 화자가 보내는 사랑 신호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있잖아 난 네가 아주 가끔씩/ 무겁게 할 때마다 움칫/ 널 위로할 손이 난 없네/ 지금 난 갈 길을 잃은 별/

날 당기는 힘은 너/ 넌 별을 잃은 하늘처럼 떠돌고 다녀/ 우리가 지난 길이 별자리처럼/ 나와 너 그 길을 따라서/ 날 기억해 줘 You want some more 왜 자꾸만 널 가두려 하는 건지/ You want some more Sky is nothing to believe' 부분입니다.

화자는 상대를 사랑했지만 잘 이루어지지 않은 듯하네요. 같이 걸으며 그들만의 별자리를 만들고 싶었지만 하늘을 볼 때마다 그 길은 보이지가 않잖아요. 더 이상 기억을 더듬어 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까닭이죠.

'Girl I don't know why I'm leaving/ Girl I don't know why 처음부터 다시 알려 줘/ Girl I don't know why I'm leaving/ Girl I don't know why/.... 꼭 닮은 너를 찾아 나섰지/ 너를 당겨 보려 해도/ Every time I look up in the sky/ 근데 단 한 개도 없는 Star/ 괜찮아 네가 내 우주고 밝게 빛나 줘' 부분입니다.

두 사람 간의 이별 상황이 발생했고 화자는 떠난 상대를 그리워합니다. 하늘의 별은 상대를, 달은 자기 자신을 비유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하하하. 작곡 실력에 비해 작사 실력은 그다지. 아니면 제가 이해 못 하는 아주 높은 경지에 있던가요. 하하하.


음. 오늘은 가사 중 '넌 별을 잃은 하늘처럼 떠돌고 다녀'에서 착안해서 꿈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흔히들 하늘에 떠 있는 별은 누군가의 바람 같은 것을 비유하죠. 이 노래에서 별은 화자가 꿈꾸는 사랑의 완성 정도가 될 듯한데요. 일상생활에서의 별은 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읽은 책 중에 그동안 제가 꿈에 대해 가지고 있던 것을 완벽히 뒤집히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우린 '젊은이야 야망을 가져라'라는 말에서처럼 꿈은 크고 원대하게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배우잖아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꿈이 우리의 삶을 발목 잡는다는 접근을 하더군요. 흥미가 좀 생기시나요?

이 책의 핵심은 현실을 즐기는데 꿈은 방해가 되는 원흉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꿈이라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현실을 담보 잡힌다는 말이죠. 1억을 갖는 꿈을 꾸는 사람은 지금 먹고 싶은 것을 봐도 참고 참고 또 참아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만약 그 꿈이 1억이 아니라 평생 벌어도 못 모으는 100억쯤 되면 어떨까요? 먹고 싶은 거 자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가고 싶은 거 다 참다가 꾀꼬닥 하는 상황이 펼쳐지겠죠.

꿈이라는 것이 참 무섭습니다. 제 주변의 이야기 하나 해 볼까요. 공무원 준비하는 지인이 있었는데요. 한 번 떨어지고 두 번 떨어지고 그렇게 반복하다가 제한 연령까지 차 버렸죠. 만약 그분이 중간에 '이건 아니다'리고 선을 긋고 현실로 돌아왔다면 어땠을까요?

여러분들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계신가요? 대부분 우리가 꾸는 꿈은 미래의 어느 지점에 어떤 조건이 성립될 때를 상정하죠. 10년 후에 10억 원을 모으겠다 식으로요. 예전에도 말씀드린 바 있지만 인간은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하는 것이 불행히고 갖고 싶은 것을 갖게 되는 것이 최악의 불행이라고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10년 후에 꿈이 현실이 되는 상황은 최고의 행복한 순간이 아니라 최고의 불행의 순간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루어질지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꿈을 부여잡고 지금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 꿈이 진짜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큰 일이고요. 우린 누군가에 의해 꿈을 꾸고 그것을 실현하며 사는 것이 좋은 인생이라고 배웠잖아요. 그런데 그 글을 읽으면서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답니다. 하하하.

꿈은 현재를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사랑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꿈이 실현된 상황을 감안하면 꿈이 실현되지 않은 현재는 늘 2%가 부족한 상태라고 느끼기 때문이죠. 꿈의 실현이 등산에 있어서 정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산을 오르는 동안 지체할 여유가 없을 겁니다. 그저 앞사람의 발뒤꿈치만 보며 정상을 향해 나아갈 테니까요. 그 산에 어떤 꽃이 피었는지, 어떤 새가 지지배배 우는지 제대로 보기가 어렵죠.

저마다 꿈이 다르다면 오르는 산도 그 산의 높이도 다를 터인데 왜 모두가 같은 정상을 향해 그토록 치열하게 오르는 걸까요? 그곳에 오른 사람들은 다시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더 큰 산을 찾아 떠날 것이 뻔한데 언제까지 현실을 외면하며 미래의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지속해야 하는 걸까요?

존재가 이유에 우선한다는 말처럼 우린 꿈이 있어서 사는 것이 아니라 꿈이 있어야 사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꿈이라는 것을 갖고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삶에서 오히려 멀어질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예전에 BTS를 만든 방시혁 씨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BTS를 만들고 싶은 꿈이 애초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불편한 부분에 천착하다 보니 지금에 와 있더라'는 말 말이죠. 우린 꿈이 있어야 꿈의 실현이 가능하다는 공식을 믿고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예전엔 꿈도 못 꾸던 일이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꿈이라는 가상현실에 자신의 현재를 갈아 넣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그냥 오늘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작은 목표를 세우고 꾸역꾸역 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가 되어 있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겁니다. 격하게 말해서 꿈이 있어야 좋은 삶이 아니라 꿈이 없는 삶이 좋은 삶일 수 있다는 거죠. 꿈이 없다는 것에 죄책감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 오히려 그것이 건강한 삶이라는 것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라나는 어린아이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지 맙시다. 꿈의 허망함을 알게 되었다면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철학자의 이야기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꿈의 긍정성을 부정성으로 한방에 뒤집는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의 반전에 저는 꽤 매력을 느낀답니다. 일상의 고정된 시선을 뛰어넘는다고 할까요. 꿈꾸는 삶이 아닌 꿈 꾸지 않는 삶을 현실에 어떻게 녹여내야 할지가 우리 모두의 숙제가 아닐까 싶네요. 저도 그 답을 찾아보고 발견되면 공유하도록 할게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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