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근의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작사 제피 / 작곡 제피 마스터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한동근'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도로 위에 차들이 반대로 달리고
온 세상의 모든 게 다 거꾸로 움직여
지금 나는 계속 반대로 뒷걸음질 치며
그날의 너에게 돌아가고 있어
....
여기야, 우리가 이별한 슬픈 페이지
내 앞에서 네가 서서 울고 있어
....
운명 같은 만남 너무 아픈 결말
난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내 한 권의 사랑 마지막 장면엔
네가 있어야 해 그래야 말이 되니까
- 한동근의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가사 중 -
세상 모든 게 다 거꾸로 움직여
그날의 네가 있는 그곳으로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고 싶어
아팠던 일기도 찢어낸 사진도
버렸던 미련도 다시 떠올려 봐
삼켰던 눈물이 뱉어지고
뱉었던 모진 말이 다시 삼켜지듯
모든 것들이 과거에 멈춰서 있어
이별하는 그 순간
나의 시간은 거기에 있어
그 이후로 난 세상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
내가 꿈꿨던 너와의 사랑
그 끝에 너란 사람이 없다면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이건 말이 안 돼
그래서 난 너만 괜찮다면
이 소설을 다시 써보려 해
가수 한동근은 2012년 MBC 오디션 프로그램인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 시즌 3 우승자입니다. 이 노래는 2014년 발매한 디지털 싱글에 실린 곡입니다. 예선에서 불렀던 이글스의 '데스페라도'가 압권이었는데, 이때부터 한동근 씨를 주목해서 보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위탄 멤버들은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에 비해 이후에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지는 못한 듯합니다. 애석할 따름이죠.
자 본업인 가사 이야기로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꽤 긴 편입니다.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사랑을 주제로 소설을 쓰다가 주인공역을 맡았던 님이 떠난 상황을 맞이한 거죠. 그래서 소설 속 주인공이 사라지면 이야기 전개가 안 되니까 소설을 처음부터 다시 써보려고 한다고 말하죠. 결국 이별이 닥친 현실을 바꾸고 싶은 마음을 사랑 주제의 소설이라는 콘셉트로 바꾸고 되돌려 보려고 하는 거죠.
한 번 흘러간 시간은 붙잡을 수 없지만 다시 말해 현실 세계는 바꿀 수 없지만 소설이라는 가공의 공간은 다르잖아요.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는 거죠. 현실과 가상의 뒤바꿈을 통해 이별의 아픔을 도드라지게 보여준 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발상을 한 작사가님 칭찬합니다. 하하하
첫 가사가 '시계가 반대로 돌아가고 있어/ TV속 영화가 되감아지고 있어/ 내렸던 빗물이 올라가고 있어/ 잊었던 기억이 돌아오고 있어'입니다. 심지어 '도로 위의 차들이 반대로 달리고/ 온 세상의 모든 게 다 거꾸로 움직여'라고 말하죠. 처음엔 저도 현실에서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까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노래의 화자만 과거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야, 우리가 이별한 슬픈 페이지'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간이 흐르면 소설이 앞 페이지에서 뒤 페이지로 넘어가야 하는데, 노래의 화자는 이별한 페이지에 멈춰 서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마치 주변의 모든 것들이 거꾸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변 사물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까지 그녀와의 있던 그날에 묶여 있죠. '버렸던 미련이 돌아오고 있어/ 삼켰던 내 눈물이 다시 뱉어지고/ 뱉었던 그 모진 말은 다시 삼켜지고'라는 가사가 그렇게 보입니다. 몸도 맘도 그곳에 머물고 싶은 바람을 모든 것이 거꾸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치환하여 표현했네요.
사랑과 이별은 소설이 가장 많이 다루는 테마입니다. 그 소설 속 주인공이 나라면이라는 생각 해 보셨나요? 각자가 소설의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소설의 내용을 만들어가는 주체라면 어떨까요? 더 매력적이겠죠?
하지만 소설이 되려면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소설의 본론을 쓰는 중일 테니까요. 내가 이런 사랑을 하겠다고 소설을 써 놓아도 현실 세계에 그대로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역으로 현실 속에서 믿기지 않은 사랑 따위를 하거나 볼 때 우리는 마치 소설 같다고 말을 하잖아요.
이미 현실에서의 이 소설은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버렸습니다. 기적처럼 헤어졌던 여인이 되돌아온다면 <시즌2>가 될 수는 있겠지만 말이죠. 그 사이 두 사람의 기억이 완전히 지워져서 첫 번째 같은 두 번째 만남을 하는 스토리도 만들 수 있겠죠. 하지만 그건 화자의 의도와는 조금 차이가 있겠네요.
소설 이야기 나온 김에 몇 자 덧붙입니다. 우리의 삶은 어떤 책일까요? 소설일까요? 판타지일까요? 제가 첫 책 <지구복 착용법>에서 누군가의 강연 내용을 빌려 우리 삶을 한 권의 책이라고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 틀었을 때를 생각해 보라면서요. 너무 다큐멘터리 같은 상황인지,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은 영화인지, 너무 맥락 없는 스토리인지 등등이요.
지금 여러분들은 삶을 통해 어떤 책을 쓰려고 하십니까? 뜻한 대로 책 내용은 잘 써지고 있나요?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가 하루를 살아낼 때마다 한 장의 새로운 페이지가 생성되는 것은 아닐까? 그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장르의 하루를 보낼 것인지? 혹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평범한 일상에 다소 긴장감을 불어넣어 줄 것인지 따위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쌓인 인생의 페이지가 한 장 두 장 쌓인 다음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여러분의 영화는 어떤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저는 개인적으로 소설류를 그리 많이 읽지는 않습니다. 다른 책을 많이 보면서 소설에 왜 손이 안 갈까 하고 생각을 해 봤더니 영상 매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하하하. 오늘은 주중에 찾아온 꿈과 같은 휴무일이네요. 우리나라 광복을 진심으로 감축드리면서, 오후에는 <참을 수 없는 이직의 가벼움>2 현대 에피소드를 더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See you. Coming soon- (NO.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