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의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작곡 조은희 / 작곡 황세준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테이'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슴 아파서 목이 메여서
안간힘을 써봐도
피해 갈수도 물러지지도 않는 이별인가봐
...
난 소란스레 사랑했나봐
널 줬다 이내 뺏는 걸 보니
분 넘친 행복을 또 시기했나봐
널 보내야만 하나봐
...
온 세상이 취한것 같아
눈부셨던 우리 추억이 열 오르듯 비틀대잖아
니 품에 살았던 날들과 꿈꾸었던 사랑이
다 부서져 또 흩어져 향기로
I can't live without your love
- 테이의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가사 중 -
안간힘을 써봐도
이별은 피해갈 수 없나봐
일부러 웃음을 지어봐도
눈물이 먼저 날 알아봐
세상마저 시기할 만큼
강렬했던 우리 사랑이
이렇게 빨리 식을 줄이야
널 잡지 못한 나를 원망해봐도
너를 향한 사랑은 그대론데
넌 사랑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 잊고 잘 살아가는 구나
그런 니가 미워
다른 사람을 만나보려해도
난 널 못 잊고
그리움에 매번 발목을 잡혀
언제쯤 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당연히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무뎌지겠지
그렇게 되기까지
너와 내 기억과
얼마나 싸워야 할까
오늘도 너 때문에 힘들지만
이 지독한 내 아픔도
우리가 사랑한 흔적이라 생각할게
내가 취한 걸까 온 세상이 취한 걸까
우리 추억과 사랑이 비틀대고 있어
다 부서져 또 흩어져 향기만 남겠지
테이는 2000년대 초중반 소물이창법의 대유형을 이끈 가수 중 한 명입니다. 이 때 박효신을 비롯해 윤민수, SG워너비의 김진호 씨등이 봇물처럼 출연했던 시기입니다. 테이라는 가수명은 '당신'을 의미하는 'Te'와 '나'를 의미하는 영어 'I'의 합성어라고 하네요. 한국말로 하면 '너와 나' 정도가 되겠네요.
테이는 2003년 데뷔했고 정규 앨범만 7장, 미니앨범 1장, 그리고 다수의 싱글앨범을 발매했습니다.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가 노래 듣는 맛을 느끼게 해 주는 가수입니다. 최근에는 햄버거집 사장으로 변신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이번 곡은 2004년 발매한 1집에 수록되어 있고, 개인적으로는 4집에 있는 <같은 베개>라는 노래도 좋아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이야기로 가 보시죠. 제목을 보자마자 '향기'라는 단어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사랑에도 향기가 있는 거겠죠. 여러분들의 사랑은 어떤 향기 혹은 어떤 향수 냄새를 생각나게 하나요? 아마도 사귀던 남녀가 즐겨쓰던 향수 냄새가 이별 후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의 버튼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겠죠.
네. 이별을 노래하는 가사입니다. 사랑이 향기를 남기고 떠난 간 것이죠. 어떤 향기인지 천천히 뜯어보죠. 전반적인 노래가 가사가 한 편의 시를 대하는 것과 같이 퀄러티가 높습니다. 첫 가사가 '가슴 아파서 목이 메애서/ 안간힘을 써봐도/ 피해 갈수도 물러지지도 않는/ 이별인가봐'입니다. 누군들 이별을 받아들이기가 쉽겠냐 마는 가사의 주인공 역시 이별을 애써 부정하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이 노래에서 의인화한 가사가 좋습니다. '너무 놀라서 자꾸 겁나서/ 웃음으로 이기려 해도/ 눈치빠른 눈물이 더/ 먼저 알고 날 흘려' 부분요. 의인화 기법은 나란 사람을 능동형에서 수동형으로 바꿔놓습니다. 그 결과 내가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 나를 흐르게 하죠. 참 좋은 발상입니다.
후렴구로 나오는 '온 세상이 취한 것 같아/ 눈부셨던 우리 추억이 열 오르듯 비틀되잖아' 부분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 추억이 사람처럼 술을 마시고 취기가 올라 비틀된다고 표현했네요. 이런 의인화 부분이 이 노래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작사가님 칭찬합니다. 하하하.
이어지는 '니 품에서 살았던 날들과 꿈꾸던 사랑이/ 다 부서져 또 흩어져 향기로' 부분이 이 노래의 부제가 아닐까 합니다. 결국 이별은 물리적인 것부터 정신적인 것까지 모두 망가뜨리죠. 그리고 남는 것은 향기 혹은 향수 정도인 거죠. 보이는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로 진입하는 것, 마치 사건의 지평선을 연상시키네요.
가사의 주인공은 이별의 아픔을 벗어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써 봅니다. 그 중 하나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죠. 그런데 이마저 여의치가 않습니다. 그 이유가 '수많은 그리움이 날 체하게 만들어'서라고 합니다. 참 칭찬하고픈 시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움에 체한다. 그래서 밥도 잘 안 넘어가는 거겠죠?
상대적으로 아무일 없던 듯이, 처음으로 사랑을 하는 것처럼 잘 살아가는 상대방을 보고 있자니 이런 자신의 모습과 대비하며 속상해 하죠. 그러면서 그런 상대방을 '넌 나보다 용감한가봐'라고 말하고 있네요. 진짜 용감해서 하는 말은 아닐거고 '어쩌면 이 상황에서 너는 그렇게 혼자 씩씩할 수 있냐'는 의미겠지요.
가사의 주인공은 시간이 흐르면 가슴이 무뎌질 것을 알고 있지만 나를 잃어버린 채 상대방을 보지 못한 채 견뎌야 하는 그런 시간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감하고 있죠. '눈에서 멀어져 살다가 보면/ 언젠간 또 가슴에서도/ 무뎌질 거라고/ 그렇게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싸워야 할지' 이 부분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하죠 '그 언제쯤 자유로울까'라고요. 지금 족쇄처럼 채워져 있는 그 사람 생각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을 빨리 오기를 염원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남자의 마음이 참 이쁩니다. '너 땜에 힘겨워도/ 이 지독한 내 아픔도/ 우리가 사랑한 흔적인 걸'이라고 말하거든요. 아픔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죠. 진한 사랑을 했으니 내가 이리 지독하게 아픈 것도 당연한 거야라고 말하고 있죠.
각각의 사람은 저마다 고유의 향기를 가지고 삽니다. 어떤 사람은 향기가 짙거나 옅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독특한 냄새를 풍기죠. 향수 제품을 쓴다고 해서 그 사람이 가진 사람 향기까지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저는 독특한 향기를 가진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 향기라는 게 결국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니 저의 몸과 마음을 가꾸는 일에 전념해야 겠죠? 여러분들은 어떤 향기를 좋아하시나요? 그리고 어떤 향기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내일은 휴무이네요. 휴무일에는 <가사실종사건> 말고 다른 한 편을 올리는 편인데, 내일은 <참을 수 없는 이직의 가벼움>2의 현대 에피소드편을 써 볼까 합니다. 제 글에도 저만의 향기가 담길 수 있도록 애써보도록 하겠습니다. 킁킁킁. 하하하. 그럼 편안한 밤 보내셔요. See you. Coming Soon- (NO.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