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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기의 <향기로운 추억>

작사/작곡 조동익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박학기'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R0 RAQMdTQx0? si=rWZVJzvs3 N1 Z9 W-u

생각해 봐요

눈이 많던 어느 겨울

그대 웃음처럼

온 세상 하얗던


귀 기울여봐요

지난여름 파도 소리

그대 얘기처럼

가만히 속삭이던


- 박학기의 <향기로운 추억> 가사 중 -




박학기는 1988년 데뷔했습니다. 옴니버스 앨범 <우리 노래 전시회> 3집에서 <계절은 이렇게 내리네>라는 곡이었죠. 실질적인 가수 데뷔는 1989년으로 봐야 맞을 것 같습니다. 이때 솔로앨범이 나왔거든요.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데뷔 솔로 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그는 이 곡을 발표한 해에 골든디스크상 신인상을 수상했죠. 이후 <응답하라 1998>에 OST로 삽입되기도 했습니다.

데뷔한 후에 대학로 학전 소극장에서 콘서트를 많이 했는데 이때 김광석과 김민기 씨와 함께 학전 식구가 되었죠. 그래서인지 그는 '아침이슬 50돌' 기념사업 총감독을 맡기도 했습니다. 김민기 씨는 아침이슬의 작사 작곡가이자 학전을 33년간 이끌어 왔는데요. 그만큼 통기타 역사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죠.

그는 1998년까지 정규 6집을 발매했습니다. 전형적인 포크 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8년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기도 했고요. 2024년에도 OST를 발표하며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고 있죠. 특히 <김광석 다시 부르기>등 많은 공연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미성이죠. 그의 음악 재능을 두 딸이 고스란히 다 받았습니다. 걸그룹 마틸다의 멤버 단아가 그의 딸입니다. 2013년 그이 미니 앨범 '서정'에서 그의 데뷔곡을 듀엣으로 리메이크를 하기도 했죠. 또 다른 딸인 박정연 역시 연기자입니다. 그녀 역시 음원을 발매했고요. 3명이 함께 부른 <비타민>이라는 노래도 있고 한 무대 출연한 적도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한 번 더 그런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향기로운 추억'입니다. 추억에도 향기가 있는 걸까요? 냄새로 과거를 기억하는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본 적이 있는 것 같긴 한데요. 냄새가 과거의 추억을 불러오는 기제 중 하나인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합니다. 화자는 어떤 추억을 말하고 있는 걸까요?

'한 줌 젖은 바람은 이젠 희미해진 옛 추억/ 어느 거리로 날 데리고 가네/ 향기로운 우리의 얘기로 흠뻑 젖은 세상/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있던' 부분입니다. 가사가 시어를 연상시킵니다. 은유가 많이 되어 있어서 단박에 뜻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네요. 하하하. 화자는 화자는 잊고 지내던 옛 추억을 소환합니다. 사랑했던 사람과 자주 걷던 거리가 떠오르고 즐거웠던 대화를 나누던 과거의 어느 시간이 떠오르죠. 그 추억은 시간마저도 천천히 흐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한 줌 아름다운 연기 잡아 보려 했던/ 우리의 그리운 시절/ 가끔 돌이켜보지만/ 입가에 쓴웃음 남기고 가네' 부분입니다. 처음 가사의 연기나 바람은 모두 형체가 없고 잡을 수 없는 것들이죠. 화자에게 추억이라는 그런 의미인 듯합니다. 머릿속에 남아 있긴 하나 꺼내 볼 수는 없는 그럴 것이죠. 그래서일까요? 추억을 꺼내볼 때마다 입가에 쓴웃음만 남기게 되는 듯합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생각해 봐요 눈이 많던 어느 겨울/ 그대 웃음처럼 온 세상 하얗던/ 귀 기울여봐요 지난여름 파도 소리/ 그대 얘기처럼 가만히 속삭이던' 부분입니다. 사지사철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뒤덮여 있던 그 시절. 그때는 화자에게 평생 잊히지 않는 것이겠죠.

'뚜르르 뚜-르르르 뚜-르르/ 이제 다시 갈 수 있나/ 향기롭던 우리의 지난 추억 그곳으로' 부분입니다. 너무도 돌아가고 싶은 과거일 겁니다. 하지만 한 번 지나온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법이죠. 이 노래의 제목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꽃이 만발하면 그 향기가 짙어지듯이 사랑이 가장 만발할 때를 그리 표현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음. 오늘은 '냄새'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우리의 오감 중 하나죠. 유독 냄새에 민감하신 개코형도 있으시고 상대적으로 둔감하신 분들도 있죠. 뭐가 좋다고 할 순 없을 것 같고요. 요즘은 적극적으로 향수를 사용하시는 분들도 많고 제품도 참 다양해졌죠. 직접 만들어 쓰는 분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이 노래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특정한 냄새로 기억하는 게 가능할까요? 대체로 추억을 회상하는데 도움을 주는 냄새는 긍정적인 향기로움에 가깝죠. 여러분들은 사랑과 관련하여 기억되는 냄새나 향기가 있으신지요? 저는 없습니다. 하하하.

세상에는 다양한 냄새가 존재합니다. 가장 많이 접하는 냄새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죠. 길을 걷다가 고소하거나 구수한 냄새를 맡으면 어떤 음식이 생각납니다. 어머니의 밥 짓는 냄새는 안정감을 주기도 하죠. 어머니의 사랑은 물론이고 편안한 일상이라는 신호가 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싫어하는 냄새가 있죠. 일명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맡는 암모니아 냄새라든지 바닷가 부두에 가면 나는 비린내가 그것이죠. 돼지고기를 먹을 때 일명 웅취라는 것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요. 수컷인 경우가 그렇습니다. 저는 코로는 느끼지 못하지만 입으로는 기가 막히게 알아서 한 점 먹어보고 그걸 감지하면 젓가락질을 멈추곤 한답니다. 그래서 얼렸다가 해동하는 고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죠.

냄새는 특정한 기억과 연결됩니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어딘가에서 맡아봤던 냄새를 맡게 되면 그 냄새가 어디서 나는 것인지 무슨 냄새지 감각을 곤두세우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을 대할 때 가장 많이 맡는 냄새는 샴푸 냄새와 화장품 냄새 뭐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네요.

기억의 시냅스가 강화되어서 어떤 냄새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도 합니다. 고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면 고기 굽는 냄새를 남들보다 먼저 알게도 되고요. 그만큼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이죠. 과일 가게 아들인 경우는 특정 과일의 냄새를 더 잘 맡기도 하죠. 냄새도 경험이라는 기제를 이용해 일종의 학습이 된다고 봐야겠죠.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기억은 객관적 사실을 뜻하고요. 추억은 주관적 경험입니다. 그래서 과거에 동일한 일을 겪었더라도 기억과 추억은 다를 수 있죠. 지난 추억에 담긴 향기로움은 비슷하기는 하나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죠. 기억하는 게 아니라 추억하는 일이라서 일 겁니다.

냄새도 정보의 일종입니다. 시각적 정보도 있듯이 후각적 정보도 있는 것이죠. 코의 점막이 공기 중에 퍼진 분자를 감지하면서 생긴 데이터를 뇌가 판단합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냄새가 강화학습이 되는 것이니까요. 무조건적 반사가 아니라 뇌를 통해 해석을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가 똥을 싸서 우는 것은 새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것일 수도 있지만 냄새 때문은 아닐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하하하.

누군가가 밀폐된 장소에서 방귀를 뀝니다. 모두가 얼굴이 찌푸려지며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으려고 하죠. 다들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이런 경우 겪어 보셨죠? 하하하. 그런데 오래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는 방귀 냄새 만으로도 범인을 어렵지 않게 가려내기도 합니다. 다 귀신 붙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

저는 사람마다 고유의 냄새나 향기가 있다고 믿는 편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뭐라고 할지가 궁금하긴 하네요. 개가 자기 주인을 알아보는 것도 그런 식별 능력이 고도화되었기 때문이죠. 좋아하는 음식과 취향이 다르다 보니 그것이 쌓여 결국 한 사람이 가진 고유의 냄새나 향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답니다.

우리 각자를 한 송이의 꽃으로 봐도 무방할 겁니다. 어떤 꽃은 만발해서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기도 하고 어떤 꽃은 향기가 거의 안 나는 것 같기도 하죠. 꽃마다 향기의 종류도 같은 듯 하지만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습니다. 종류만 같다 뿐이지 향기의 정도 따위는 다 다르죠. 우리가 꽃이라면 말이죠.

그래서 이런 관점으로 나는 어떤 꽃이고 어떤 향기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아니 어떤 꽃, 어떤 향기가 되면 좋겠는지 하고 말이죠. 꽃이 향기를 내면 알아서 벌들이 달려들죠. 사람도 향기가 진하게 퍼지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고 주변으로 모이게 되는 것도 같은 이치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저는 여름을 빼고 특히 찬 바람이 솔솔 불면 차를 자주 마십니다. 맛도 맛이지만 차 향이 그리도 좋더라고요. 주로 녹차를 마시는데 가끔 향이 있는 차를 먹을 때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사람이 꽃이고 향기입니다. 자신을 잘 가꾸며 좋은 향기가 날 수 있도록 하면 이 노래의 제목처럼 '향기로운 추억'을 쌓는 일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한동안 뜸했네요. 가을야구가 때문입니다. 다음 주도 그럴듯합니다. 하하하. 게다가 몇 년 만에 감기에 걸려서 이 참에 잠시 내려놓고 몸을 돌보기로 한 것도 있고요. 갑자기 일교차가 심해지니 병원에도 환자들이 많더군요. 감기 조심하셔요. 우리 일상생활에서 냄새나 향기만 잘 관리해서도 삶이 조금은 레벨 업될 수 있다는 것을 종종 잊고 삽니다. 화장실에, 책상 등에 자신이 좋아하는 향수 같은 거 비치해 놓으면 좋을 것 같네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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