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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내의 <공부합시다>

작사 이성하 자곡 이범희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윤시내'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z7 DUT23 oCjI? si=_y0ee_yV-9 ma8 xLO

안돼 안돼

그라면 안돼 안돼 그러면

낼모레면 시험기간이야

그러면 안돼(안돼~~)


선생님의 화난 얼굴이

무섭지도 않니

네 눈앞에 노트가 있잖니

열심히 공부하세


- 윤시내의 <공부합시다> 가사 중 -




윤시내는 1975년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윤성례입니다. 미 8 군무대의 보컬 출신입니다. 초반에는 맑은 미성이었는데 이후 수련(?)을 통해 독특한 허스키 보이스를 갖게 되었다고 하네요. 80년대를 대표하는 가수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1980년부터 84년까지 MBC 10대 가수를 5년 연속 수상했습니다.

워낙 독특한 허스키 보이스를 보유하고 있죠. 따라 하려고 해도 따라 할 수 없는 유니크한 그녀의 목소리는 담배 천만 개는 핀 듯한 녹진한 소리를 리스너들에게 전달해 주죠. 독특한 패션과 무대 매너도 화제였죠. 폭탄머리에 펑크 패션이랄까요. 격렬하게 몸을 비트는 그녀의 춤사위(?)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표적인 노래로는 부산광역시에서 사용하고 있는 <부산찬가>라는 노래를 비롯해서 데뷔전에는 영화 '별들의 고향'의 주제곡인 <열아홉 살이에요>을 불렀고요. <열애>와 <DJ에게>라는 곡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DJ에게>와 오늘 소개해 드릴 <공부합시다>가 각각 가요톱텐에서 4회와 2회 우승을 차지했죠.

<공부합시다>는 1983년 정규 8집에 실린 곡입니다. 2018년까지 무려 18집의 정규앨범을 발매했고요. 이후에는 경기도 미사리에서 라이브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나오는데요. 지금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워낙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보이스와 외모, 무대매너로 인해 전무후무한 가수가 아닐까 싶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공부합시다'입니다. 이런 곡이 대중가요로 쓰였다는 것도 웃긴데, 가요톱텐 1위를 2주나 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네요. 아마도 박정희 군부시절이라서 이런 얌전한 가사의 노래를 만들고 부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공부라는 테마가 쉽게 청소년들의 마음을 움직이긴 어려웠던 까닭에 인기가 오래가지 못했다는 해설이 보이네요. 그럴 만도. 대학생 타깃이었다고 하는데요. 데모 그만하고 공부하라는 독재정권의 메시지가 포함된 노래로 알려졌다고 합니다.

'턱 고이고 앉아(우우우우)/ 무얼 생각하고 있니/ 빨간 옷에 청바지 입고 산에 갈 생각 하니~~/ 눈 깜빡이고 앉아(우우우우)/ 무얼 생각하고 있니/ 하얀 신발 챙모자 쓰고 바다 갈 생각 하니~'가 후렴구를 뺀 가사 전부입니다. 하하하. 당시엔 뽐내고 등산 갈 때 빨간 웃옷에 청바지였나 봐요. 지금 생각하면 엄청 촌스럽네요. 또 바다 갈 때는 하얀 신발에 챙모자가 공식 패션이었던 것 같네요. 머릿속에 떠올려 보시죠. 이것도 촌스럽죠? 공부를 해야 하는 누군가에게 자꾸 딴짓을 하거나 딴생각하는 것을 그러면 안 된다고 타이르는 가사 같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안돼 안돼/ 그러면 안돼 안돼 그러면/ 낼모레면 시험기간이야 그러면 안돼(안돼~~)/ 선생님의 화난 얼굴이 무섭지도 않니/ 네 눈앞에 노트가 있잖니 열심히 공부하세' 부분입니다. 가사가 참 조소를 금치 못하게 하죠? 뭐 그땐 호랑이 선생님 시절이고 체벌도 행해졌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싶습니다만 곧 시험이니까 공부하라고 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그렇게 가사를 붙였네요. 공부할 수 있는 교제와 해설집이 아무리 널려 있어서 공부할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면 어쩔 수 없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네요. 허허.


음. 오늘은 '공부'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요즘 따로 하시는 공부 과목 있으신가요?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라서 교육을 받고 사회로 나온 성인들 중 많은 분들은 학교 다닐 때 워낙 공부에 시달려서인지 사회 나오면 공부와 등지는 경우가 적지 않죠.

사회가 급변하고 예전의 정보들이 쓸모 없어지거나 응용 편이 생기면서 평생 학습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예전처럼 암기식 공부가 더 이상은 크게 필요치 않죠. AI가 앞으로의 공부 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해 보이기도 하고요. 그럼 우린 무슨 공부를 해야 할까요?

예전에 로버트 가요사키가 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같은 경제서를 읽다 보면 학교 다닐 때 수학을 가르쳐 줄게 아니라 금리나 투자 같은 실제 생활과 연관된 경제 상식을 너무도 안 배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요. 혹자는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노예로 부리려면 일반인의 교육과 학습을 그런 식으로 설계해 놓아야 한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가 오르내리기도 했죠.

실제로 내 집 마련을 위한 청약 저축이나 헌법 같은 것들을 너무 겉햛기로 배워서 머릿속에 남는 게 하나도 없는 게 사실이고요. 그걸로 최대 이익을 보는 사람들을 찾다 보면 사회 지배층 뭐 이런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그래서 그냥 허무맹랑하게는 안 들리는 이유입니다.

여러분들은 공부하는 거 즐거우신가요? 무언가 몰랐던 것을 새로 아는 것은 즐거우나 그걸 알기까지의 과정은 참으로 지난하고 재미없을 때도 많습니다. 공자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열 집 건너 한 집마다 있으나 나는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죠.

저도 나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공부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요. 편입니다. 하하하. 늘 그렇진 않다는 말이죠. 사회생활하면서 이직하는 과정에서 한 번도 같은 업종이나 업계로 가지 않아서 먹고사니즘을 실천하기 위해 억지로 한 공부가 꽤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억지로 하던 공부가 즐거운 공부로 조금 바뀌었기도 했지만요.

여러 번 맨 땅에서 헤딩을 하다 보니 이젠 무엇을 배우든 처음에 무엇부터 공부하고 다음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나름 방법도 찾은 듯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환경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일이 다소 두렵지 않게 되었다고 할까요. 이 정도로도 사회생활 하는 데는 큰 힘이 되어주더군요.

공부의 필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죠. 그렇게 좋은데 그걸 하기가 참 쉽지 않고요. 공부의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학생 때는 직업이 공부하는 거니까 싫어도 억지로 한 듯한데 성인이 되어서는 직업이라는 것이 엄연히 있어서인지 공부는 취미생활이나 서브로 여겨집니다. 과연 그럴까요?

제가 공부하는 이유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들은 무엇이 제일 무서운가요? 저는 불교에서 말하는 '무명', 일반어로는 '어리석음'이 호환마마보다도 무섭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데 왜 그런지 다시 벌어질 일인지 이대로 덮어두면 되는 것인지 등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는 천지 차이가 나죠.

물론 공부한다고 해서 자신의 미래를 보거나 타인의 행동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테스형이 말한 대로 자신이 뭘 아는지 모르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공부는 메타인지, 혹은 자기 객관화 능력을 함양해 준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죠?

저는 자녀에게 공부를 하라고 채근하는 편은 아닙니다. 공부를 잘한다고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죠. 그래서 누군가는 공부는 안 해도 되니 책이라도 많이 보라고 조언하기도 하는데요. 전 그것도 딱히. 하하하. 제가 찾은 공부의 매력 포인트는 '성실성'과 '자가발전'입니다.

벼락치기 공부보다 하루에 조금씩 거르지 않고 하는 공부가 참 쓸모가 있더라고요. 또 다 아시다시피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필요성을 느끼고 혼자 자기주도학습이라는 것을 할 수 있어야 진정한 공부가 되더군요. 제가 자녀에게 공부에서 배우라는 것은 성적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이 두 가지입니다. 물론 두 개가 잘 돌아가면 자연히 성적도 향상될 거지만요. 그런 과정을 통해 작은 효능감으로 맛보길 바라는 거죠.

저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좋은 게 한 가지 있는데요. 바로 공부를 하기에 딱 좋은 나이가 되어 간다는 것을 느껴서죠. 예전엔 너무 기초 지식이 없어서 처음부터 헤맸다면 지금은 그 위에 뭔가를 쌓아 올리는 느낌이 들거든요. 게다가 그 위에 뭘 올려놓을지를 제 스스로 결정해도 되니까 참 좋더군요.

시험 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공부 말고요. 정말 본인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하고 싶어서 알고 싶어서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공부가 아닐까 하는데요. 꼭 책이 아니더라도 무언가에 천착해서 머리를 대굴대굴 오랜 기간 굴리는 것. 그런 공부의 참맛에 빠져버리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가 쉽진 않을 겁니다.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공부의 쾌감이란 것도 있는 듯하고요. 브런치도 공부라고 생각하고 성실성과 자가발전 모터에 발동을 걸어보시죠.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매일 밥을 두 끼 아니면 세끼를 먹는 우리들은 한 끼만 거르면 뭔가 안 한 것 같고 느낌이 싸해지죠. 공부를 하는 성실성은 바로 이런 느낌 비스름한 것 같아요. 하루 거르면 왠지 죄짓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노년을 생각하면 공부는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주 건전하고 경제적인 취미 생활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공부와 친구 먹어보시길 권하면서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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