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라미의 <사랑해요>
작사/작곡 김형성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뚜라미'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ZwQzrx7 y1 IY? si=M3 njPffWvzFAGAlc
https://youtu.be/P-8 RW3 gwsAA? si=wmaHeDlN8 doTYt0 x
사랑해요 떠나버린 그대를
사랑해요 회색빛 하늘 아래
사랑해요 그대 모습 그리며
사랑해요 아직도 내 마음은
- 이정란&박미선의 <사랑해요> 가사 중 -
뚜라미는 여성 듀엣으로 1985년 데뷔했습니다. 고은희 씨와 이정란 씨가 멤버였는데요. 뚜라미는 홍익대 제학 시절 작곡, 노래 동아리의 명칭입니다. 고은희 씨는 미대 공예과 2학년이었고, 이정란 씨는 경영학과 2학년으로 당시 20살이었죠. 1984년은 그녀들이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한 해입니다.
대학가요제 후에 지구레코드에서 두 사람을 접속에 <대학가의 노래시리즈 1>을 타이틀로 1985년 앨범을 발매하게 되죠.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바로 이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어디선가 한 번은 들음직한 노래죠. 80년대 명곡 중 하나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두 사람은 앨범을 하나 발매하고 각자의 길을 걷게 되는데요. 고은희 씨는 1987년 가수 이문세 씨와 <이별 이야기>라는 듀엣을 불렀습니다. 이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하고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은행원 생활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위대한 탄생'에 나왔던 데이비드 오가 그녀의 아들이라고 하네요.
이정란 씨는 가수 박미선 씨와 함께 이 곡을 방송에서 불렀답니다. 2004년에 고은희 씨와 이정란 씨는 오랜만에 만나 방송에서 사랑해요 라는 곡을 불렀습니다. 콘서트 7080이었죠. 저는 개인적으로 고은희와 이정란 버전보다는 고은희와 박미경 버전이 더 좋더라고요. 여러분도 한 번 들어보시고 평가해 보셔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사랑해요'입니다. 제목은 너무 평범하죠. 그런데 노래는 그리 평범하지 않을 것 같아요. 함께 가사를 들여다보시죠.
'떨어지는 낙엽들/ 그 사이로 거리를 걸어봐요/ 지금은 느낄 수 있어요/ 얼마나 아름다운지'가 첫 가사입니다. 가을을 연상시키는 가사로 시작합니다. 매해 보는 낙엽과 그 길이 이제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느낄 수 있다 말합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은 그것을 잃음으로써 알게 된다고 하는데, 화자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과거지사가 그런 시선을 선사한 것이겠죠.
'돌아보면 아쉬웠던/ 순간이 너무도 그리워요/ 이제야 느낄 수 있어요/ 얼마나 행복했는지' 부분입니다. 화자는 시간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그 순간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깨닫게 되죠. 그래서 그 순간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당시에는 몰랐던 사실을 먼발치에서 떨어져서 보면 보다 선명해 보이기도 하죠.
2절을 볼까요. '그리움이 쌓여가던 거리를/ 나 홀로 걷고 있죠/ 가로등 불빛이 너무도/ 차갑게 느껴져요' 부분입니다. 누군가와 많은 추억이 깃든 장소를 화자 홀로 거닐고 있습니다. 밤이었죠. 가로등 불빛이 유독 차갑게 느껴지는 건 아무래도 동행하는 사람이 사라졌기 때문일 겁니다.
'돌아보면 걸어왔던 발자욱/ 하나둘 지워질 때/ 이제야 느낄 수 있어요/ 얼마나 행복했는지' 부분입니다. 네. 우리는 당시에는 그 시절을 벗어나는데 여념이 없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뒤 그때를 회상해 보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했던 시절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곤 하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사랑해요 떠나버린 그대를/ 사랑해요 회색빛 하늘 아래/ 사랑해요 그대 모습 그리며/ 사랑해요 아직도 내 마음은' 부분입니다. 화자는 떠난 임을 향해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 마음은 회색빛 하늘을 연상시킵니다. 말해도 끝내 닿지 않을 목소리니까요. 아직도 임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화자의 마음이 하늘을 두둥실 떠나다는 것 같만 같네요. 흑흑
음. 오늘은 '무언가를 잃고 난 다음에야 알게 되는 진실들'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녀를 키울 때는 하루하루가 고달파서 양육의 즐거움을 느낄 새가 없죠. 지금 이 시간에도 애들 먹이고 씻기고 입히느냐 허리가 휘는 부모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나이가 들어 손자, 손녀를 보게 되면 어찌나 귀여운지 똑같은 걸 10번, 아니 100번 해달라고 해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해 주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즐비합니다. 자녀를 키울 때는 정신이 없어서 그 시절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지만 온전히 손자, 손녀의 자람을 바라볼 수 있는 지금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죠. 저 귀여움이 조금은 더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까지 일곤 합니다.
어렵사리 자식을 키워낸 부모들은 다 자라서 성인이 된 자녀를 보면서 어릴 적 생각을 더듬어 봅니다. 바닥을 박박 기고 아장아장 걷던 자녀가 어느새 훌쩍 성장해서 자기 앞가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며 세월 참 빠르다는 말을 자기도 모르게 하게 되죠. 이렇게 그 시간이 빨리 오는 줄 알았으면 조금 더 그때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껄이라는 혼자말까지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삶의 슬픈 단면일 수는 있는데, 우린 당시에는 그 시절이 갖는 인생의 의미를 잘 모르고 지나칩니다. 학교 다닐 때 왜 그리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하는지, 반찬을 왜 골고루 먹으라고 하는지, 왜 운동을 그리 하라고 하는지 모두가 잔소리로 들리기 일쑤죠.
한 참을 자기식대로 살다가 과거에서 파생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우린 뒤늦게 후회하게 되죠. 그 말을 너무도 가벼이 여긴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특히 반항의 흔적이 덧대져서 오히려 반대로 행동했던 일이었다면 후회막급일 수 있죠.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노래뿐만 아니라 임이 떠난 자리에서 부르는 이별가의 대부분은 있을 때 잘할 걸과 지금에야 그대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식상 가사들이 남발하죠. 한 번이라도 상상력을 동원해 임이 내 곁에 없는 상황을 떠올려 봤더라면 일이 그 지경까진 않았을 텐데. 빈약한 상상력을 탓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런데 우리 삶이 원래 그리 생겨 먹었습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일상의 소중함을 아무리 떠들어도 누구도 듣지 않았죠. 그런데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고 간 다음 어떻게 되었나요? 친구를 만나러 밖에 나가는 것, 가족과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일상이 정말 가치가 있는 거였구나를 그때서야 깨달았죠. 만약 코로나가 지금도 극복되지 않은 채 계속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맨 몸으로 이 세상에 온 우리는 살면서 뭔가 하나씩 늘어나는 삶을 삽니다. 관계도 그렇고요. 졸업장의 수도 그렇고요. 재산도 그럴 수 있고요. 나이도 그렇고요. 그런데 불현듯 플러스의 삶인 줄만 알았던 자신의 삶에서 마이너스가 발생하는 때도 있죠. 누군가의 부재 상황 같은 것 말입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거나 친구가 이민을 갔다거나 애인이 버선발을 거꾸로 신었다가 뭐 이런 상황이요. 늘 채우는 삶에 익숙했던 우리들은 그 순간 멘붕에 빠집니다. 늘 있는 것을 기정 사실화하며 살았는데 그게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 불현듯 찾아온 것이죠. 이때부터 우리의 숙제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 해 맬 것인가, 좀 찾다가 안 찾아지면 대안을 만들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애초에 잃어버릴 물건을 가지고 있지도 말자라고 할 것인가 뭐 이렇게요. 여러분들은 어느 쪽이신가요?
우린 부득이하게 '무언가를 잃고 난 다음에야 알게 되는 진실들'과 마주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그 순간에 어떤 진실들을 보셨나요? 이 노래의 화자처럼 매일 걷던 낙엽 떨어진 길이 유독 아름답다는 사실을 발견하셨는지요? 그렇게 발견한 진실에 우리 삶의 진액이 묻어 있음을 부인할 순 없을 것 같네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80년대 노래는 기교 없이 생목으로만 부르는데 뭔가 듣는 이를 홀리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 들어도 좋은 노래예요. '무언가를 잃고 난 다음에야 알게 되는 진실들'은 선현들의 글과 말에 잘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다만 그걸 보고 실행한 자, 보고만 지나친 자. 보지 않은 자만 있을 뿐이죠.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