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오동식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오늘의 주인공은 '서울패밀리'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Ei91 p8 FEdAg? si=J1 wUcfQggSeIRxOI
그렇게 좋던 그날이 그렇게 사랑한 날이
이제는 사라져 가고 슬픔만 남아버렸네
이렇게 그리운 나를 이렇게 못 있는 나를
이제는 잊어버렸나 이제는 지워버렸나
- 서울패밀리의 <이제는> 가사 중 -
서울패밀리는 6인조 혼성 밴드로 1986년에 데뷔했습니다. 당시에는 패밀리를 훼밀리라고 썼습니다. 남성 보컬인 위청일 씨와 여성 보컬인 김승미 씨의 목소리 조합이 두드러지는 팀이었습니다. 1987년 이 곡을 끝으로 남성 보컬 위청일 씨가 탈퇴하면서 유노 씨를 영입해 보지만 구관이 명관이었죠.
1986년 1집을 발매하고 2009년까지 5개의 정규앨범을 발매했고요. 1978년과 1988년에는 MBC 10대 가수상도 수상했을 정도록 인기가 좋았던 팀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집 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마이클 잭슨의 형인 저메인 잭슨과 미국의 배우이자 가수인 피아 자도라의 듀엣곡인 'When The Rain Begins To Fall(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의 번안곡이죠.
이 노래와 <내일이 찾아와도>라는 곡이 서울패밀리의 대표곡입니다. 보컬만 봤을 때는 2인조라고 오해하기 딱 좋죠. 위청일 씨와 김승미 씨는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에서 각각 얼굴을 비춘 바 있습니다. 김승미 씨는 가수 혜은이의 사촌 동생이라고 하네요. 작년 말에 '우린 그랬지'라는 발라드 음원도 발매하셨고 싱어게인 3 무명가수 전에도 출연한 바 있습니다.
허스키 보이스의 대명사 위일청 씨는 그룹 탈퇴 이후 해외 콘서트에 집중하다가 2000년 들어 미사리 카페에서 라이브 활동을 했고요. 리메이크 음반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2004년 긴 공백기를 거쳐 드라마 <사랑공감>의 OST 수록곡을 부르기도 했고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제목이 '이제는'이죠. 뭔가 지난날과는 다른 패턴이나 흐름을 도모해 보겠다는 의지가 읽힙니다. 이제부터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요?
'지난날 그리워하는 것은 아쉬움이야/ 바람 속을 걸어가는 너의 모습처럼/ 나는 이제 모든 것을 잊어야만 하네'가 첫 가사입니다. 화자는 바람 속을 걸어가는 누군가의 모습을 바라보며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아쉬움을 떨쳐 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2절은 '그리워 되뇌이는 것은 사랑일 거야/ 바람 속에 피어나는 한 송이 꽃처럼/ 이따금씩 되살아나 생각나게 하네' 부분입니다. 누군가를 뇌내는 일은 사랑이죠. 화자는 떠난 임을 잊지 못해 이따금 그 생각에 젖습니다.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닌 상황인 것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그렇게 좋던 그날이 그렇게 사랑한 날이/ 이제는 사라져 가고 슬픔만 남아버렸네/ 이렇게 그리운 나를 이렇게 못 있는 나를/ 이제는 잊어버렸나 이제는 지워버렸나' 부분입니다. 사랑한 날은 지나고 슬픔만이 남아 있습니다. 화자는 상대방에게 잊히거나 지워진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심정이죠.
'모든 얘기들 이젠 잊어야 하네/ 그 슬픈 얼굴도 그 사랑 이제 떠나갔기에' 부분입니다. 이제를 기점으로 사랑은 떠나갔고 미래를 제대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잊어야 하는 화자일 테죠.
음. 오늘은 딱히 쓸 주제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드라마 이야기를 좀 해 보려고 합니다. 요즘 제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tVN에서 시작한 <미지의 서울>이라는 드라마인데요.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흥미진진하기도 하고요.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라오가 인생을 찾아가는 휴먼 성장 드라마'라고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박보영 씨인데요. 쌍둥이 자매의 이름은 유미래. 유미지입니다. 유미래는 공부 잘해서 서울에 있는 대기업(공사)에 취직해 직장 생활을 하다 내부고발자로 낙인이 찍혀 자살 소동을 겪습니다. 이에 반해 유미지는 농촌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며 인생을 한탄하는 삶을 살죠. 유미지가 엄마가 해 준 반찬을 싸들고 미래를 찾게 되는데요. 자살을 시도하는 유미래를 보고 급제안을 합니다. 인생을 바꿔 살자고요.(아마 과거에도 그런 일이 한두 번쯤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유미지가 유미래 대신 서울에서 직장 생활이라는 걸 시작하는데요. 이 부분이 꽤 웃깁니다. 말 한마디 안 하고 일거리도 받지 못해 홀로 책상에 앉아 있는 미래의 모습과 전혀 딴 판이라서죠. 아무튼 그래서 제목이 '미지의 서울'이 되었죠. '미지'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모름'이라는 의미가 서울 생활과 잘 버무려져 있습니다.
제가 왜 이 드라마 이야기를 이리도 장황하게 하냐면요. 드라마 극 중에 유미지와 유미래는 가끔 통화를 하는데요. 제가 보기엔 한 사람의 이중인격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더군요. 우리 자아에는 외형적인 나와 내형적인 나, 밝은 나와 어두운 나처럼 상반된 캐릭터가 공존하고 있잖아요.
이 부분이 이 노래를 들으면서 떠올랐습니다. 한 사람이 이별 시점을 기준으로 사랑하던 사람에서 사랑했던 사람으로 나뉘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말을 겁니다. 어떤 때는 사랑했던 사람이 우위를 차지하다가 문득 그리움이 밀려오면 사랑하던 사람이 불쑥 튀어나오는 식이죠.
드라마에서 유미래와 유미지가 다른 사람이지만 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처럼 이별이란 과거와 현재를 무 자르듯 별개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행위이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의 몸에서 뇌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죠. 그래서 결론은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빠지곤 하고요.
우리 삶은 과거를 짊어진 채로 살아갑니다. 가끔은 참혹한 과거의 기억을 싹둑 잘라내고 싶은 충동과 욕망이 들끓지만 그런다고 해서 과거가 없는 나로 존재할 수는 없죠. 기껏해야 할 수 있는 일이란 과거라는 시간과 기억을 덜 떠올리는 것뿐입니다. 잊겠다. 지우겠다는 노래 가사가 바로 그런 맥락이죠.
과거도 현재도 한 몸뚱이에 쓰이고 진행될 수밖에 없어서 발생하는 일입니다. 외부의 사물이라면 쓰다 고장 나면 버리고 다른 것을 쓰면 그만이지만 인간은 그럴 수가 없는 존재죠. 사랑하는 사람을 A에서 B로 바꿀 순 있지만 자신 안에 새겨진 A라는 기억은 도려낼 수가 없는 것이죠.
그래서 우린 가끔씩 이 노래의 제목을 붙여 의지를 불태웁니다. '이제는....'이라고요. 과거에 작별하며 새로운 나로 거듭나겠다는 표현이죠. 자신의 몸 안에 있는 그 기억과의 싸움에 반드시 이기겠다는 나름의 필살기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의 전쟁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대부분은 실패하지만 가끔은 성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이 시점을 기준으로 ---한 나와 ---하지 않은 나의 의미 있는 경계선이 생기도 하거든요. 여러분들은 '이제는'이라는 단어를 삶의 어느 부분에 놓고 싶으신가요. 그토록 떼어버리고 싶어 했던 그러나 떼어버리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들 말이죠. 터프한 남자 가수와 고음의 여자가수가 해이해진 그 마음을 바로 세우게 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 봅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은 퇴근하고 와서 글을 써서 올려봅니다. 원래 콘셉트가 이것이었는데 언젠가부터 하루 먼저 저장을 해야 안심이 되는 까닭에 그러질 못했네요. 뭔가 시간에 쫓겨서 쓰는 이런 글쓰기가 생동감 있고 좋은 점도 있습니다. 가끔은 너무 어수선하게 글을 쓰는 부작용도 있지만요. 저는 앞에 소개한 드라마의 카피로 '미지의 서울에서 미래를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도를 제안해 봅니다.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