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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의 <아마도 그건>

작사/작곡 박병규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최용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lJfq21 y0 XkM? si=Y-6 a9 S3 vMO1 Ai61 x

https://youtu.be/57 ExQgJu8 Pw? si=mtb4 fGMxlKWzZLt-

사랑 그것은 엇갈린 너와 나의 시간들


스산한 바람처럼 지나쳐 갔네


사랑 그것은 알 수 없는 너의 그리움


남아있는 나의 깊은 미련들


- 최용준의 <아마도 그건> 가사 중 -




최용준은 1989년 데뷔했습니다. 과거 록그룹인 <태백산맥>과 <외인부대>를 거쳐 보컬그룹인 <K>에서도 메인보컬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신촌 뮤직 출신입니다. 가족을 따라 이민을 갔다가 2년 만에 가수가 되기 위해 혼자서 귀국을 했다고 합니다.

그의 첫 번째 앨범에는 <목요일은 비>라는 곡과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실려 있습니다. <아마도 그건>은 이후 많은 후배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하기도 했죠. 특히 영화 <과속스캔들>의 OST로 삽입되어서 많은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죠.

그러나 1집 이후 방송 출연을 하지 못한 채 1990년 2집. 1991년 3집을 발매했지만 긴 무명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수려한 외모에 힘입어 1995년 KBS 드라마 <갈채>에서 주연으로 연기자로 데뷔합니다. 여기에 삽입된 OST도 불렀고요. 하지만 연기자로서 가능성이 적어 다시 음악으로 복귀를 하고 한동안 뜸하다가 1999년이 되어서야 4집을 내놓습니다.

만화 주제곡도 불렀는데요. 1990년대 말 웨딩피치의 국내판 오프닝인 <전설의 사랑>이라는 곡이었습니다. 30분 만에 부른 곡이라고 전해집니다. 한동안 잊혔다가 <불타는 청춘> <슈가맨> <콘서트 7080>에 얼굴을 비추며 활동이 늘어나기도 했는데요. 현재는 작사를 위주로 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2022년에는 보컬그룹 <K>의 30주년 기념 싱글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아마도 그건'입니다. '아마도'라는 부사는 그럴 것 같은데 아닐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높을 때 쓰이죠. 화자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그때 그 마음이 그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아마도 그건 사랑이었을 거야/ 희미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이제야 그 마음을 알아 버렸네/ 그대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을' 부분입니다. 보통은 누군가와 첫 만남이 시작될 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노래 가사를 보다 보면 이별 후에 자신의 감정이 사랑이었음을 느끼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이게 가능한가 싶기도 한데요. 이 노래의 화자도 그런 입장입니다.

'아마도 그건 사랑이었을 거야/ 돌아보면 아쉬운 그날들이/ 자꾸만 아픔으로 내게 찾아와/ 떨리는 가슴 나를 슬프게 하네' 부분입니다. 아이를 키울 땐 막상 그 아이와 있는 시간이 얼마나 귀한 지 모르다가 아이가 부쩍 커버린 후 그 시간이 소중했음을 뒤늦게 알게 되는데요. 화자의 사랑 역시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네요.

'차가운 내 마음에 남은 너의 뒷모습/ 열린 문틈으로 너는 내게 다가올 같아/ 한참을 멍하니 문만 바라보다/ 아침 햇살에 눈을 뜨고 말았네' 부분입니다. 식어버린 가슴으로 기억의 끝자락을 잡고 살던 화자는 문을 열고 찾아와 주던 사랑했던 사람의 모습이 소환됩니다. 하지만 떠난 사람이 다시 돌아올 일은 없죠. 그런 기대를 붙잡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는 설정이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사랑 그것은 엇갈린 너와 나의 시간들/ 스산한 바람처럼 지나쳐 갔네/ 사랑 그것은 알 수 없는 너의 그리움/ 남아있는 나의 깊은 미련들' 부분입니다. 화자가 정의하는 사랑은 '엇갈리 너와 나의 시간들' 그리고 '알 수 없는 너의 그리움'입니다. 그 시간들은 싸늘한 바람처럼 지나버렸고 그 그리움은 미련이라로 화자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이죠. 괜찮은 가사인 듯하네요.


음. 오늘은 제목에 있는 '아마도'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의 사전적 의미는 '단정할 수는 없지만 미루어 짐작하거나 생각하여 볼 때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 개연성이 높을 때 쓰는 말이나, '틀림없이’보다는 확신의 정도가 낮은말'입니다. 대충 감이 오시죠?

일상생활에서도 '아마도'라는 표현을 많이 쓰죠. '아마도 이쯤 되면 도착했을걸' 이렇게요.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리 되었을 것이라는 의미로요. 확신은 있는데 그렇다고 어느 정도의 예외성을 열어둘 때 이 표현을 불러다 씁니다. 우리 삶에 찾아오는 예상치 못한 불청객을 염두에 두는 것이죠.

확신에 차서 '틀림없이 도착했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조금은 비워두고 '아마도 이쯤 되면 도착했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 사이에는 상대한 차이가 있죠. 우리가 인생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일에 틀림없이 성공할 거야라고 확신을 갖는 것도 좋지만 아마도 좋은 일이 있을 거야라고 운을 떼며 실패의 가능성 따위를 염두에 두는 태도 말이죠. 저는 아마에서 예측력과 함께 '겸손'이라는 단어를 보게 됩니다.

우리 삶은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죠. 한 시간 후에 하루 뒤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대충은 예측이 가능하지만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닙니다. 갑자스러운 일이 생기거나 불청객이 찾아들어 우리의 예상을 흐트러 놓을 때가 왕왕 있습니다. 짧은 시간도 이럴진대, 우리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예측이 맞는 게 없을 정도죠.

여기서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나이 든 지인 분께서 1년 후, 5년 후, 10년 후를 상상해 보자고 말하면서 1년은 얼추 맞을 수 있으나 5년 정도를 지난 시점에는 거의 맞는 것이 없다는 말씀이었는데요. 저는 이 이야기를 역으로, 과거 시점으로 환원해 봤습니다. 1년 전, 5년 전, 10년 전 지금 이렇게 살고 있을지를 예상했냐고 저 자신에게 묻게 되었죠? 어떻게 되었을까요?

네. 1년은 비스름하다고 할 수 있는데 5년 전과 10년 전에 상상한 것과 지금의 모습은 너무도 다릅니다. 빗나간 것이죠?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이 되는데요. 그만큼 불확실성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시간이 흐르면 우리의 예측은 안드로메다 저 언저리로 가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인생을 살면서 오지 않은 미래에 확신을 부여하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라 여기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5년 후, 10년 후에 난 이런 모습의 사람으로 이런 삶을 꿈꾸겠다는 계획 따위는 이미 짚어 던져버린 지 오래가 되었답니다. 그저 1년 내외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운영하며 살까 쪽으로 스탠스가 맞춰졌다고 할까요. 하하하.

10년 후엔 뭐 하고 있을 것 같아?라는 질문에 '아마도 계속 글 쓰고 있지 않을까'라고 답을 하게 될 것 같은데요. 바로 이 아마도에 계획과 예측의 어긋남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답니다. '계속 글 쓸 거야' '틀림없이 글 쓰고 있을 걸'보다 훨씬 품이 느껴지는 표현인 듯요.

이 노래에서 화자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바라보며 '아마도'라는 표현을 쓰고 있죠. 100% 확신을 할 순 없으나 지금 자신이 느끼는 여러 가지 정황 증거들을 수집한 결과 사랑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화자의 그런 열린 자세가 참 마음에 듭니다. 그건 사랑이야가 아니라 그건 사랑이었을 거야라는 표현도 그래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고요.

오지 않는 미래뿐만 아니라 지나왔던 과거에 대해서도 이렇게 공백을 남겨두는 일 꽤 괜찮아 보이는데요. 우리는 인생에서 확신을 갖으려고 발버둥 치지만 사실 그 어디에서 확신 따위는 없는 것 아닐까요. 지나온 과거도 닥쳐올 미래도 그저 강한 추측이나 예감 따위만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요즘 현대 철학을 좀 살펴보고 있는데요. 그 핵심은 이 세상 모든 것에는 한 사이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로 정도로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적든 크든 예외를 인정하는 자세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지.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어제에 이어 오늘도 퇴근하고 글을 후다닥 써서 올려봅니다. 해가 길어져서 요즘 저녁에 걷기가 딱 좋은 듯하네요. 저녁 드시고 동네 산책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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