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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작사/작곡 강승원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광석'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jppOzsPUi3 k? si=22_OYI5-YKqxcKuQ

김광석 버전

https://youtu.be/bWGU0 h8 h4 eQ? si=yF-ckwZZbl4 Lx83 g

이은미 버전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가사 중 -




김광석은 1984년 데뷔했습니다. 포크송하면 떠오르는 가수 중 한 명이죠. 중학교 때 특별활동으로 현악반에 들어가 악보 보는 법을 익혔고 고등학교 때는 성가대와 합창단 활동을 하며 목 풀기에 나서죠. 익히 그의 재능을 알아본 교사가 음대 진학을 권유했지만 가족의 반대와 가정형편 등으로 경영학과에 들었갔다고 합니다.

대학 때는 서서히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대학연합 노래패 서클인 '연합 메아리'에 가입해 음악 활동을 시작합니다. 여러 라이브 카페를 전전합니다. 거기서 김민기 씨를 만나게 되죠. 학사 경고 등의 위기로 휴학을 하고 군대에 입대합니다. 복학과 함께 노래패 '새벽'의 활동을 재개하며 노찾사 공연에도 서죠. 산울림 김창환의 제안으로 동물원이라는 음반을 발매합니다. 2집까지만 활동하고 드디어 홀로 서기에 나섭니다.

1989년 1집으로 몸을 풀고 1991년 2집이 발매되는데요. 이때부터 김광석이라는 이름 석자 대중에게 강인하게 인식됩니다. <사랑했지만>을 비롯해서 <사랑이라는 이유로>, <그날들>까지 주옥같은 곡이 쏟아지죠. 1991년부터 1995년까지 불교방송에서 DJ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1992년 발매한 3집에는 <나의 노래>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실려 있습니다. 1993년에는 '다시 부르기 1'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거리에서>와 <광야에서>가 담겨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4집에 실린 곡입니다. 그의 나이 만 30세에 발표한 곡이죠. 이 밖에도 가수 임영웅 씨가 불러서 더욱 유명해진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와 <부치지 않은 편지> 등 주옥같은 곡이 꽤 많습니다.

태어난 재능에 엄청난 노력까지 더해진 가수였으니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었죠. 소극장 공연은 1,000회 가까이했는데, 거의 이틀에 한 번 꼴이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는 1996년 돌연 사망합니다. 사인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쌓은 음악적 성과를 뛰어넘기 위한 천재의 고민이었을까요. 가요계의 큰 별이 너무도 허무하게 떨어졌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서른 즈음에'입니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시점이 되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싱숭생숭해집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수많은 감정들에 사무치기도 하죠. 그중에서도 지금 내 곁에 없는 무언가에 대해 안타까움이 자연스럽게 들끓기도 합니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엔/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가 첫 가사입니다. 화자는 흡연자입니다. 하하하. 무언가 바쁘게 달려온 시간. 잠깐 걸음을 멈추고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이고 쭉 빨았다고 내뿜습니다. 머리가 띵하면서 담배 연기로 인해 시야가 가려지며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가늠할 수 없게 되죠. 어디에서부터 왔다는 과거의 기억을 근거로 발걸음을 내디뎌 보려 하지만 미래로 나아가는데 딱히 도움이 될만한 것들이 들어 있진 않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부분입니다. 시간은 하염없이 흐릅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말이죠. 20대를 청춘이라고 한다면 그 기간도 시간 앞에서는 장사가 없죠. 세상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담대한 꿈을 펼쳐나가려 했던 수많은 시도들이 점철되어 있지만 그 결과는 생각처럼 긍정적이지 않는 경우가 많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부분입니다. 우리의 의지나 노력과는 무관하게 시간을 의미하는 계절은 여지없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반복합니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은, 어쩌면 나조차도 늘 변합니다. 내 의지로 붙잡아 두고 싶다고 그럴 수 없죠. 나의 혹은 너의 잘못도 아닌데도 말이죠.

'조금씩 잊혀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부분입니다. 네. 우린 하루라는 시간과 매일매일 이별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 이별의 시간 속에서 사랑을 꿈꾸며 실행하는 삶을 살고 있죠. 어느 것 하나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기에 과거의 어느 시점은 지금이라는 시간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잊혀 가죠.


음. 오늘은 가사 중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롤스의 정의론에 보면 '무지의 장막'이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여러 번 말씀드린 대로 우리의 삶은 내 의지가 상관없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내던져졌죠. 그래서 우리가 왜 어떤 이유로 태어났는지 등에 대해 아는 것이 1도 없는 상황에서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 상황을 '무지의 장막'이라고 말한 답니다.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라는 가사에서도 누군가의 의지가 전혀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그려지죠. 마치 거대한 파도에 떠밀려 난파되어 무인도에 떨어진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배를 만든 이도 배를 운전한 사람도 그 어느 누구에게도 화살을 돌릴 수 없습니다. 그저 하늘을 보며 무심함에 혀를 차는 일과 그렇게 놓인 상황에서 어찌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죠.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든 무언가가 아닌 자연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대부분은 그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지금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도 그런 자연의 힘 중 하나죠. 인류의 환경 파괴가 자연의 복원력을 떨어뜨려 이상 기온을 연일 연출하고 있지만 딱 잘라 그들 중 누구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상황이죠.

물난리를 겪거나 지진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매한가지입니다. 이 노래의 가사에서는 '시' 혹은 '때'를 말하고 있죠. 흔히들 젊었을 때 만났으면 이어지지 않을 커플이 조금 나이가 든 시점에 다시 만나 이어지는 경우를 봅니다. 예전엔 서로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투성이었겠지만 이젠 그러려니 하는 너그러움 마음이 탑재되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젊은 시절 만나 헤어짐을 겪게 되었다면 많은 시간이 흘러 그 지점을 돌아보면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오는데요. 그때는 헤어지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지만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그게 아닐 수도 있었기 때문이죠. 그때의 최선이 지금의 최선으로 이어지리라고는 장담을 못하니까요.

혹자는 그래서 지난 헤어짐을 운명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헤어짐을 받아들인 선택을 한 두 사람이 존재하죠. 운명에 몸과 마음을 맡기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거꾸로 내가 선택한다고 해서 운명을 쉬이 거역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죠. 운명과 선택이라는 갈림길에서 우린 어디에서 서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여러분들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시렵니까?

우린 자유를 거부할 자유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자유 의지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죠. 그 자유가 버겁다고 해서 포기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운명의 굴레 속에서 사는 우리 삶이지만 그 속에서도 크고 작은 선택은 존재합니다. 그것까지 운명에 맡겨버리고 싶으나 우리의 자유의지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운명에게 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늘 갈등하고 고민하는 삶을 살게 되죠.

내가 의지를 발동을 했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그것이 우리 앞에 실존으로 존재한다면 내 의지가 작동하지 않은 것을 탓하기보다는 그러게 발생된 실존 환경을 어떻게 처리할 자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이때부터가 운명에서 선택이라는 키워드로 바뀌는 시점이니까요.

누군가는 운명에 굴복해 자유의지를 상실하기도 하고요. 누군가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운명을 선택이라는 단어로 변환하기도 합니다.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지금은 혼자가 되었습니다. 내 자유의지가 작동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톱아보기보다는 그래서 앞으로 새로운 사랑을 찾아서 항해를 계속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는 것이죠.

우린 운명을 넘어설 수 없지만 닥친 운명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선택권은 가지고 있으니까요.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일지 아니면 운명을 거부할지부터 운명이 만들어 놓은 삶의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수많은 노래 중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를 말씀드리면 제가 어학연수를 갔을 때 이 노래를 이은미 씨 버전으로 꽤나 많이 들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저는 20대 중반이었는데도 이 노래에서 울림을 느꼈거든요. 제목을 서른이 아니라 마흔, 오십, 육십으로 대체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곡입니다. 그만큼 시간의 무상함을 느끼며 사는 우리의 마음이 꽤나 잘 담겨 있어서가 아닐까 싶네요. 여러분들은 지금 어느 즈음이신가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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