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말했잖아요~ 다 잘될거라고!
어딘가에 씌여진 것만 봐도 꽉찬것 같아 무언가 마감을 하거나 리셋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의 숫자가 있다.
12, 아니 202012 삼진법 암호같은 글자 혹은 세월을 마주하고 나니 2020하고도 열두번의 숫자가 바뀌는 동안 나는 당최 뭘했단 말인가.. 습관성 멍때림이 시작되는 시기. 또다시 연말이 되었다.
코로나 덕분에 유난히 심란하게 시작했던 올해 초, 앞으로의 운명을 점쳐보고 싶은 마음에 여의도의 모처를 찾았다.지인을 통해 소개받아 여의도 타로 000 이름으로 저장해둔 그 곳은 입장과 동시에 막막한 내 인생에 한줄기 빛을 비춰줄거란 기대를 갖게했다. 핑크색 벽지에 핑크색 책상에 앉에 핑크색 볼펜을 만지던 언니에게 내 운명을 물었다. 나이는 지긋해 보였지만 고운 느낌이 물씬나는 언니에게 내 연생시를 말씀드렸다. 사주팔자를 기초로 타로를 뽑아 점을 보는 방식이었다.
이날 핑크 타로 사주 언니는 사주카페를 가거나 점집을 가면 의례이 듣던 말들을 해주었다. 사실 사주는 태어난 연생시로 결정된 궤이기 때문에 점집마다 비슷할 수 있지만 이 언니가 다른 사주팔자 선생님들과 달랐던 점은 구체적인 여자의 언어 혹은 생활의 언어를 썼다는 점이었다. 직업, 건강, 연애 등을 짚으며 앞으로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말이 요지였는데, 그 말들을 풀어보면 쌀로 밥짓는것 같은 뻔한 말이지만 기분은 묘하게 개운하고 핑크핑크한 설렘이 감돌았다. 뭔진 모르지만 잘될거같은 느낌. 그곳을 빠져나오면서 투스텝으로 뛰듯이 걸었던 기억도 있다.
코로나 덕분에 유난히 심란하게 한해를 마감하고 있는 요즘. 내몸은 무의식적으로 핑크 타로 사주 언니에게 예약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코로나 시국에도 예약이 어려운걸 보니 여전히 인기가 많아 상담자가 많이 찾아오는 듯 했다. 상담 시작부터 정신없이 바빠보이던 터라 올해 초 방문했다는 사실을 말할새도 없이 다시 내 운명을 점쳤다. 여전히 앞으로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언젠가 들어본듯한 말을 듣고 핑크색 방을 나섰다. 크게 기억나거나 기억하고 싶은 말들은 없었지만 그냥 앞날이 약간은 핑크빛일 거라는 기대가 슬며시 마음에 젖어들었다.
2021 여전히 삼진법 암호같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다 잘될거라는 믿음을 더하고 희망을 섞어본다. 핑크핑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