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
처음 고수를 먹은 건,
베트남 쌀국수 위에
소심하게 얹혀 있던 초록 잎 때문이었다.
잘게 썬 양파와 고기 사이,
한 줄기 푸른 향이 후각을 자극했다.
낯설고 짙은 풀내음.
마치 갓 뜯은 미나리 같기도 하고,
어릴 적 논두렁에서 맡던 들풀 향 같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는 고수가 싫었다.
입 안에 퍼지는 향이 익숙하지 않았고,
그 맛은 누군가의 입맛에 맞추지 않은 채
자기 이야기를 끝까지 고집하는 듯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니 고수가 생각났다.
바람이 불던 어느 봄날,
쌀국수 국물보다
그 한 줄기잎이 더 그리워졌다.
그제야 오래된 말 한 줄이 떠올랐다.
“중이 고수 맛을 알면, 빈대도 안 남는다.”
고수의 진짜 맛을 알아버린 순간,
아무리 수도승이라 해도
절간의 빈대까지 다 잡아먹을 만큼
그 향의 마력은 강하다는 뜻.
그만큼 고수는 중독된다.
한 번 빠지면, 멈출 수 없다.
이제는 고수를
고명으로 얹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고수로 무침을 하고,
고수 씨를 차로 달여 마시며,
고수 페스토를 만들어 빵에 발라 먹는다.
특유의 초록빛 향은
어느새 내 삶 속으로 스며들었다.
고수는 사람을 시험하는 식물이다.
처음엔 밀어내고 싶지만, 결국엔 그리워진다.
향기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도,
계절도,
맛도.
처음엔 낯설다가,
나중에는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는 것.
봄의 향을 먹는다는 건
그 계절을 조금 더 오래 간직하겠다는
나만의 방식이다.
오늘도 고수를 한 줌 더 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