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탄생화
안녕하세요,
저는 석류입니다.
누군가는 제 속을 보고 놀라곤 해요. 너무나도 붉고, 또 너무 많다고.
그래요, 저는 수백 개의 씨앗을 품고 있죠.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라는 이름, 어쩌면 그건 제가 살아온 시간들 때문일 거예요.
먼 옛날, 그리스의 어느 들녘에서 한 여인이 꽃을 꺾다가 납치당했어요.
그녀의 이름은 페르세포네, 봄의 여신이었죠.
하데스는 저를 건넸습니다. 지하세계에서 피어난, 저 석류를.
그녀는 아무것도 먹지 않으려 애썼지만, 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씨앗 세 알을 삼켰죠.
그 이후, 그녀는 1년 중 6개월을 지하에서, 나머지 6개월을 지상에서 보내게 되었고,
그 순간부터 계절의 순환이 시작됐답니다.
저는 사랑이자 속박이었고, 유혹이자 약속이었어요.
그렇게 저는 '운명'이 되었죠.
시인들과 작가들도 종종 저를 불러주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에서 저는 '욕망의 상징'으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신혼의 정원에서 피어나는 희망으로 묘사됐죠.
"그대여, 노래를 멈춰요. 저건 석류나무 가지예요. 아침이 왔어요."
– 석류나무는 밤과 낮, 사랑과 현실의 경계를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크리스티나 로제티 – 「Goblin Market」
“She sucked and sucked and sucked the more… like a leech.”
– 석류는 탐닉과 중독의 상징, 여성 욕망의 은유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동양에서는?
고대 페르시아에서는 신성한 과일, 인도에서는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열매,
우리나라에서도 **'다산의 상징'**으로 혼례 상차림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저를 가만히 열어보세요.
어떤 이는 제 붉은 알맹이를 보며 사랑을 떠올리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저 안에서 운명을 마주하죠.
모든 걸 품고 있지만, 쉽게 열리지 않는 열매.
그게 바로 저예요.
때론 제 속에 욕망이 깃들었다며 멀어지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생명과 다산의 기원을 담아 제게 절을 하기도 합니다.
그 극과 극의 감정이 공존하는 열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조용히 익어가고 있어요.
오늘이 당신의 생일이라면,
아마도 당신은 겉보다 속이 더 깊은 사람일 거예요.
붉게 물든 마음 하나,
세상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하고,
또 누구보다 조용히 견디는 사람.
저 석류처럼요.
당신의 하루에 붉은 빛이 번지기를,
사랑도 삶도 성숙하게 익어가기를,
그렇게 오늘도 붉은 저를 건넵니다.
학명: Punica granatum, 'Punica'는 로마의 '포에니키아(페니키아)'를 뜻하며, 석류의 고대 무역 중심지였어요.
영문명: Pomegranate – 라틴어 'pomum'(사과)과 'granatum'(씨 많은)을 조합한 이름이에요.
원산지: 이란, 히말라야 서부, 인도 북부. 고대 문명과 함께한 열매입니다.
꽃말: 성숙한 아름다움, 결혼의 약속, 다산, 유혹
개화기: 6~8월, 열매는 가을에 붉게 익어요.
https://youtu.be/7LEYyVTJXAk?si=q1VYJzdD5-0YyB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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