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속 황금사과- 마르멜로

9월 14일 탄생화

by 가야

9월 14일의 꽃, 서양모과 – 황금빛 사랑을 품은 열매


나는 서양모과, 마르멜로(Cydonia oblonga).
사람들은 나를 “황금빛 열매”라고 불렀지요. 껍질은 단단하고, 향은 짙으며, 속은 떫고 거칠지만, 그 속에는 오래 기다려야만 드러나는 달콤함이 숨어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의 나


아주 오래전, 나는 신들의 이야기 속에 등장했습니다.


트로이 전쟁을 불러온 유명한 일화, “파리스의 심판”을 아시나요?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신들의 잔치에 던진 황금 사과. 그 사과가 바로 나였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세 여신—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서로 차지하려 다투었고,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결국 나를 아프로디테에게 건넸지요. 그 선택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약속했고, 그것이 헬레네와의 사랑으로 이어지며 전쟁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나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유혹과 선택, 사랑의 결실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랑의 열매

고대 그리스인들은 나를 결혼식에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신랑과 신부는 나를 함께 나누며 사랑과 풍요, 번영을 기원했지요.
아프로디테의 과일로 불린 이유는, 나의 단단한 껍질 속에 감춰진 달콤함이 마치 사랑의 본질과 닮아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서양 문학 속의 나


나는 시인과 작가들의 글 속에도 종종 등장했습니다.
고대 로마 시인 카툴루스는 나를 연인의 입맞춤에 비유했고, 중세 유럽에서는 나를 정원의 귀한 나무로 심어 두었지요.


영국 시인 에드먼드 스펜서(Edmund Spenser)의 시에서는 나의 향기가 순결한 여인을 상징하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문학에서는 나로 만든 젤리—‘멤브릴로’—가 가정의 달콤함을 노래하는 소재가 되었습니다.


나의 이름이 남긴 흔적 또한 문학의 일부입니다. 포르투갈어 marmelo에서 비롯된 단어 ‘마멀레이드’는 단순히 식탁 위의 잼을 넘어, 달콤한 위로와 향기로운 기억을 불러오는 상징이 되었으니까요.


동양의 모과와 나


나와 자주 혼동되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동양의 모과(Chaenomeles sinensis)이지요.
우리는 모두 장미과 식물이지만, 서로 다른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양의 모과는 중국이 원산지로, 한국과 일본에 전해져 약재와 차로 애용되었습니다. 목과(木瓜)라 불리며, 근육과 뼈를 풀어주는 약재로 귀하게 쓰였지요. 다만 맛이 시고 떫어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서양의 모과인 나는 지중해와 서아시아에서 사랑의 과일로 여겨졌고, 신화와 문학, 그리고 식탁의 향긋한 잼 속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단단하지만 조리하면 부드럽고 향긋해져, 달콤한 젤리와 마멀레이드로 변신합니다.


동양의 모과가 치유와 약성을 강조한다면, 나는 사랑과 유혹, 결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우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삶에 스며들어 온 셈이지요.


오늘의 메시지


나는 단단한 껍질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 속에는 오래도록 기다린 이에게만 전해지는 향과 달콤함이 숨어 있습니다.


사랑도 그렇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너머에, 기다림과 인내 끝에 얻어지는 깊은 결실이 있지요.

9월 14일에 태어난 당신,


당신 안의 단단한 힘과 그 속에 감춰진 따뜻한 향기는, 결국 세상에 달콤한 결실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작은 바람


동양의 모과는 차와 약으로만 접할 수 있었지만, 서양모과는 향긋한 디저트로 즐길 수 있다 하니 언젠가 꼭 맛보고 싶습니다.


책 속에서 읽던 전설의 과일이 실제로 내 앞에 놓여 있을 때, 그 향과 맛은 또 어떤 기억을 만들어줄까요?


https://youtu.be/0K1H6aq06Cw?si=s_AfxspCcQim15k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