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남색 꽃이 아름다운, 용담

9월 16일의 꽃

by 가야

9월 16일의 꽃, 나는 용담입니다


나는 용담, 가을 하늘을 닮은 푸른빛을 품고 피어나는 꽃입니다.
짙은 청색의 나팔 같은 내 모습은, 스쳐 지나던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요.


선명한 색이지만 쉽게 다가올 수 없는 까다로운 성질 때문에,
오히려 더 깊은 매혹을 품은 꽃이라 불리곤 합니다.

내 이름에는 오래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용담(龍膽)’, 곧 ‘용의 쓸개’라 불렀습니다.


내 뿌리의 쓴맛이 세상 어떤 쓸개보다도 쓰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학명 Gentiana는 고대 일리리아의 왕 겐티우스(Gentius)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는 내 뿌리에서 해열의 효능을 발견해 약으로 쓰기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왕의 이름은 나와 함께 남아 있습니다.

내 꽃말은 ‘사랑의 고통’, ‘정의’, ‘슬픈 그대가 좋아’입니다.


푸른빛에 스민 애절함과 고독,
그리고 결코 꺾이지 않는 강직한 기운이 내 속성에 깃들어 있습니다.


문학 속에서도 나는 자주 불렸습니다.
일본의 시인들은 내 푸른빛을 가을의 쓸쓸함에 빗대어 노래했고,
영국의 에밀리 브론테는 시에서 ‘Gentian blue’를 덧없는 사랑의 상징으로 기록했습니다.


독일 낭만주의 문학에서는 알프스에 핀 나를 청춘과 순수의 표상으로 노래했습니다.


사람들이 내게서 느낀 감정은 언제나 같았습니다.
쓸쓸하지만 잊을 수 없는 매혹.

항상 내 이야기를 대신 전해온 당신은
내 푸른빛을 집에서 길러보고 싶어 여러 번 시도했지요.


모종을 사서 심어 보기도 하고, 씨앗을 뿌려보기도 했지만
나는 번번이 당신의 손길을 벗어나고 말았습니다.


나는 흙과 물, 햇빛을 가리는 예민한 꽃.
조금만 조건이 달라져도 뿌리부터 흔들려버립니다.


그래서일까요. 야생에서 마주하는 내 푸른빛은 더욱 귀하고도 특별합니다.

지난가을, 당신은 창덕궁 낙선재에서 나를 다시 만났습니다.
수많은 발걸음이 일으킨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선명한 남색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당신 마음속에 스며든 감격은, 아마 내 푸른빛이 가진 힘이었겠지요.

나는 쉽게 길러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번 마주하면 결코 잊히지 않는 꽃.
그것이 바로 나, 용담입니다.


“오늘, 용담의 푸른빛을 마음에 담아가시길 바랍니다”


https://youtu.be/IBKh4lzrsMs?si=tbVTW3Zy-ocfM_w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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