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 이야기

9월 18일 탄생화

by 가야

9월 18일의 꽃, 나는 엉겅퀴입니다


나는 엉겅퀴입니다. 들판의 바람을 맞으며, 산비탈의 돌틈에서도 꿋꿋이 서 있습니다. 처음 마주하는 이들은 내 몸을 가득 두른 가시를 보고 쉽게 다가오지 못하지요. 하지만 내 가시는 나를 지키기 위한 작은 갑옷일 뿐, 그 속에는 자줏빛 꽃송이가 곱게 숨어 있습니다.

가시 속에 피어나는 꽃

나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Cirsium japonicum. 6월에서 9월 사이, 줄기 끝마다 작은 두상화가 모여 붉은빛과 자줏빛으로 피어납니다. 척박한 땅이라도 뿌리를 깊이 내리고 꽃을 틔우는 것이 내 삶의 방식이지요.

사람들은 나를 흔히 잡초라 부르지만, 내 뿌리는 ‘대계(大薊)’라 하여 예로부터 귀한 약재로 쓰였습니다. 피를 멎게 하고, 열을 내리고, 간을 보호한다 하여 집집마다 소중히 여겼습니다.


가야님의 화단에서도 내가 자라던 적이 있었지요. 그러나 어느 날, 할머니들이 약초라며 내 뿌리를 죄다 캐 가버려 지금은 한 포기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내 운명일지도 모릅니다.

꽃말과 전설


나의 꽃말은 ‘독립’, ‘엄격’, ‘고상’입니다. 가시로 스스로를 지켜내며 홀로 서 있으면서도, 결국 꽃을 피워내는 모습이 그렇게 읽힌 것이지요.

바다 건너 스코틀랜드에서는 나를 나라의 꽃으로 삼았습니다. 옛날 적군이 몰래 침입했을 때, 한 병사가 내 가시에 발을 찔려 비명을 지르자, 그 소리 덕분에 나라가 위기를 면했다고 합니다. 그 후로 나는 용기와 수호의 상징이 되었고, 지금도 스코틀랜드 왕가의 문장에 내 모습이 새겨져 있지요.


우리 땅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은 따로 없지만, 나는 민간에서 늘 귀한 존재였습니다. 뿌리는 약으로, 어린잎은 데쳐 나물로. 봄철 식탁에 오르면 쌉싸래하면서도 깊은 맛을 전해 주지요.


성경 속에서는 “엉겅퀴와 가시덤불이 땅에서 날 것이라” 하여 고난과 역경의 상징이 되었지만, 그 고난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는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나입니다.

인간 곁에서의 나


나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향기도 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눈여겨본 이들에게는, 가시 사이로 피어나는 은은한 자줏빛이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습니다. 어쩌면 내 존재는 인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가시 돋은 삶 속에서도 결국 꽃은 피어난다. 약으로, 음식으로, 상징으로, 나는 언제나 인간 곁에서 조용히 힘이 되어 왔다.”


오늘, 9월 18일의 탄생화인 내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당신 또한 혼자서 충분히 강합니다. 시련을 뚫고 나와 결국 꽃을 피울 수 있는 존재입니다.”



https://youtu.be/PB6ROVcWRdE?si=OF4nfxzSqxaBz9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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