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 이야기

9월 30일의 탄생화

by 가야

9월 30일의 탄생화 – 삼나무

꽃말: 변치 않는 사랑, 영원한 생명


나는 삼나무.
안개가 자욱한 산기슭에서 수백 년의 세월을 거슬러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온 존재다.
사람들은 내 잎을 스치며 깊은숨을 내쉴 때, 은은히 퍼지는 피톤치드 향에서 쉼과 치유를 얻는다.
그 향기는 긴 세월이 빚은 선물, 숲이 주는 가장 고요한 위로다.

신목(神木), 하늘과 땅을 잇는 나무


내 고향은 일본. 이곳에서 나는 예로부터 신목(神木)으로 불리며 신들이 깃드는 나무로 숭배되었다.
신사(神社)의 경내에는 언제나 내 형제들이 서 있다.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오미카미가 동굴에 숨어 세상이 어두워졌을 때,
신들이 세운 제단의 기둥이 바로 나였다는 전승이 있다.


그 후로 사람들은 나를 하늘과 땅을 잇는 나무,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다리로 여겼다.

삼나무 숲에서 함부로 나무를 베면 고다마(木霊), 즉 나무의 정령의 노여움을 산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래서 오래된 삼나무에는 지금도 흰 종이 장식 고헤이(御幣)와 시메나와(注連縄)가 둘러져,
신이 머무는 나무임을 알리며 조심스레 보호받고 있다.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하는 곳


에도 시대 이후 사람들은 사계절 푸르른 내 잎을 변치 않는 사랑의 상징으로 보았다.
도쿠시마현의 한 신사에는 “두 그루 삼나무가 가지를 엮어 한 몸처럼 자란다”는 전설이 있다.
연인들이 그 나무 앞에서 사랑을 맹세하면, 오랜 세월 그 사랑이 변치 않는다는 믿음이 지금도 전해진다.

한국 땅에서 이어진 푸르름


바다를 건너 조선말, 그리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나는 한국의 산과 들에도 뿌리를 내렸다.
제주도의 곶자왈 숲, 남해안의 해풍 맞는 언덕에서도 사계절 변치 않는 푸르름을 지켜냈다.


내 잎과 줄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는 숲을 찾는 이들의 폐 깊숙이 스며들어 마음을 맑게 한다.
내 목재는 곧고 단단하여 집을 짓는 기둥, 배를 만드는 재료로 귀하게 쓰였지만
인간에게 주는 내 진짜 선물은 향과 기운, 숲의 맑은 숨결이다.

오늘의 꽃말


9월 30일의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 영원한 생명”.


사람의 삶이 덧없이 스쳐가는 순간에도 나는 수백 년을 한 자리에 서서
세대와 계절을 이어간다.


나의 푸르름은 사람들에게 말한다.


“사랑도, 생명도, 깊이 뿌리내리면 쉽게 시들지 않는다.”


https://youtu.be/7k2Ocr2KiOk?si=Nwu8wiBREIm67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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