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탄생화
10월 1일의 탄생화는 바로 나, 국화(菊花)
오늘은 그중에서도 특별히 빨강 국화가 주인공이래.
사실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어.
사람들이 국화를 떠올리면
대부분 먼저 생각하는 건 노란 빛깔이거든.
미당 서정주 시인은 시 〈국화 옆에서〉의 마지막 구절에서
“내 누이같이 생긴 꽃이여”
라고 속삭였지.
봄부터 소쩍새가 울고, 긴 계절을 땅속에서 견딘 뒤
가을이 깊어질 때 비로소 피어나는 한 송이 국화.
장독대 옆에서 천둥과 번개를 함께 이겨낸 덕분에
사람들은 나를 누이처럼 친근하게 느꼈을 거야.
그런데 시월의 첫날 탄생화가
선연한 빨강 국화라니, 조금 낯설게 느껴져.
나는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사람과 함께 살아온 꽃이야.
2천 년 넘게 재배되면서
수천 가지 품종으로 변신을 거듭해 왔어.
처음엔 단순히 노란색이나 흰색이었는데
사람들의 사랑과 손길이 더해지면서
빨강, 보라, 분홍까지
없는 색을 찾기 힘들 만큼 다채로워졌지.
중국에는 ‘국화의 샘’을 마시면 오래 산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와.
옛사람들은 내 꽃으로 차를 끓이고
가을밤엔 국화주를 빚으면서
불로장생을 꿈꾸었지.
꽃말도 색깔마다 조금씩 달라.
빨강 국화는 사랑,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았어.
노란 국화는 고결과 귀품을 나타내고
하얀 국화는 순수와 진실을 상징하지.
가을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붉게 타오르는 내 빛깔은
가슴속 뜨거운 열정을 닮았어.
동아시아에서 나는 매난국죽,
즉 매화·난초·국화·대나무 가운데 하나야.
매화는 눈 속에서 순결을 지키고
대나무는 사계절 푸르러 굳은 절개를 보여 주지.
그리고 나는 늦가을 서리 속에서 홀로 피어나
지조와 은일,
조용히 자신의 뜻을 지키는 마음을 상징해.
중국의 시인 도연명은
“동쪽 울타리에서 국화를 따며 남산을 바라본다”라고 읊으며
세속을 떠난 고요한 삶을 내게 빗댔어.
조선의 선비들도 가을 뜰에서
차를 달이며 내 은은한 향을 즐겼다고 해.
국화주 속에 스며든 내 향은
늦가을의 맑은 기운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은근히 적셔 왔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나는 가을 정원의 주인공으로 사랑받고 있어.
집 마당 장독대 곁에서도,
도시의 작은 화단과 베란다 화분에서도
내 향기를 맡으면
계절의 깊이를 단숨에 느낄 수 있거든.
절화로, 분재로, 차와 약재로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나는 여전히 가을을 전하고 있어.
가을 햇살이 더욱 깊어지는 10월,
나는 붉은 꽃잎을 활짝 펼치며
이렇게 속삭이고 싶어.
“가을이 깊어도 마음의 열정은 식지 않아.
내 누이같이 생긴 꽃이여,
오늘도 내 곁에서 오래 머물러 줘.”
https://youtu.be/3j-O4IG8cic?si=__QHOUio21eRLhZ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