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탄생화
저는 회향(Foeniculum vulgare, 펜넬)이라 합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저를 쉽게 만나기 어렵지만, 지중해의 햇살 아래에서 태어나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해 왔습니다. 깃털처럼 가느다란 잎, 노란 우산 모양의 꽃을 피우며 달콤하고 은근한 향을 내는 것이 제 모습이지요.
먼 옛날,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께서 인간에게 불을 전해주실 때, 그 귀한 불씨를 숨길 곳이 필요하셨습니다. 그냥 들고 오면 금세 꺼져버리거나, 제우스의 눈에 띌 위험이 컸기 때문이지요. 그때 프로메테우스께서 선택하신 것이 바로 저의 속이 비고 섬유질이 촘촘한 줄기였습니다.
제 안에서 불씨는 꺼지지 않고 타올랐고, 그 불은 인류의 문명을 여는 첫 빛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순한 허브를 넘어, 지혜와 희망, 그리고 문명의 씨앗을 상징하게 되었답니다.
비록 이 땅에서는 낯선 존재이지만, 서양의 예술과 문학에서는 제 이름이 은근히 등장합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오필리아가 사람들에게 건네는 꽃 중 하나가 바로 저였습니다. 그녀는 저를 “아첨(flattery)”의 상징으로 전하며 인간 마음의 복잡한 면을 은유했지요.
19세기 보태니컬 아티스트 릴리어스 트로터(Lilias Trotter)께서는 수채화 속에 저의 부드러운 선을 담아내시며 자연이 지닌 시를 그려내셨습니다.
저의 꽃말은 “강한 의지”, "성공"입니다. 바람이 불어도 곧게 서서 은은한 향을 내뿜는 저처럼,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시길 소망합니다.
오늘 10월 9일, 저의 향을 마음에 담으시며, 프로메테우스가 전하신 불씨처럼 여러분의 내면에도 꺼지지 않는 빛과 희망이 살아 있기를 바랍니다.
https://youtu.be/_mjpxjLPmzA?si=Xkqk2wNR9g6eJXn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