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아신스 이야기

1월 4일의 탄생화

by 가야

– 1월 4일의 탄생화


히아신스는 제가 아직도 마음속에서 겨울과 봄 사이의 문을 열어주는 꽃입니다. 차가운 공기를 뚫고 향기가 먼저 깨어나는 꽃. 그래서 1월 4일의 탄생화로 히아신스가 주어졌다는 사실이 저는 늘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이 꽃은 지중해 동부, 특히 그리스와 터키 연안이 고향이며 학명은 Hyacinthus orientalis L. 로 읽습니다.


히아신스라는 이름 자체가 그리스 신화 한 가운데에서 태어난 이름입니다. 나비처럼 가벼운 향이 아니라 첫 방에 마음 깊이 꽂히는 향기. 그래서 이 꽃은 향 뒤에 서늘한 그림자 하나가 늘 따라옵니다.

❁ 신화 속 히아킨토스의 비극

히아킨토스는 아름다움으로 이름 높던 청년이었습니다. 아폴론과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동시에 그를 사랑했지요.

그러나 히아킨토스는 아폴론의 곁을 택했고, 질투에 사무친 제피로스는 바람을 역으로 뒤틀어 아폴론과 히아킨토스의 원반 던지기를 비극으로 바꾸었습니다.

히아킨토스가 쓰러졌을 때 아폴론은 그 젊은 아름다움을 꽃으로 남기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히아신스라는 이름이 새겨졌습니다. 이 꽃에는 상실과 애도의 온도, 그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봄의 힘이 함께 남아 있습니다.

❁ 색에 따라 달라지는 꽃말

푸른색은 진실과 정직함.

보라색은 겸허함과 존엄.

붉은색은 사랑과 열정.

흰색은 순수함과 새 출발.

노란색은 질투와 애틋함. 같은 히아신스라도 색에 따라 감정의 결이 달라집니다.

❁ 히아신스의 대표 품종들

가장 대중적이고 이름이 또렷한 원예종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델프트 블루 Delft Blue


우드스톡 Woodstock

카네기 Carnegie


핑크 펄 Pink Pearl


시티 오브 하를럼 City of Haarlem
각기 색의 농도와 향의 힘이 달라, 같은 히아신스라 해도 공간에 놓였을 때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예술 속 히아신스

19세기 영국 화가 로렌스 알마 태디마는 Hyacinthus 라는 제목의 그림에서 원반 사고 직후의 정적을 붙들어 두었고,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 장 들빌은 Hyacinthe 라는 작품에서 인간이 젊음과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심리를 히아신스에 겹쳐 올렸습니다.

현대 사진에서는 로버트 메이플소프가 Flowers 시리즈에서 히아신스를 흑백으로 세워두어 향기의 층위가 빛으로 번역되게 했습니다. 신화와 상징이 예술 안에서 또 한 번 재탄생한 장면들입니다.

❁ 히아신스 잘 키우는 방법

구근을 심을 때 과습을 피하고 배수력이 좋은 흙을 선택해 흙이 완전히 말랐을 때만 물을 주면 됩니다. 실내에서는 온도 변화만 심하지 않게 관리해주면 향기는 자연스럽게 깨어납니다. 지나치게 따뜻한 자리보다 서늘하고 햇빛이 들되 과열되지 않는 자리에서 더 오래 머뭅니다.

❁ 수선화와 동일한 방식의 구근 보관

꽃이 지고 난 뒤 구근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다음 해를 결정합니다. 이 점은 수선화와 거의 같습니다.

꽃대는 바로 잘라주되 잎은 절대 바로 자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누렇게 퇴장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잎의 마지막 광합성이 구근에 다음 해의 영양을 밀어 넣는 마지막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잎이 완전히 시든 뒤에야 뽑아올려 흙을 털고 그늘에서 말린 다음,

종이봉투나 망사 주머니에 담아 서늘하고 건조한 장소에 두었다가 가을에 다시 심습니다. 비닐봉투는 절대 금물입니다.

❁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

히아신스는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을 연결하는 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꽃을 볼 때마다 지금은 아직 차갑지만 반드시 봄으로 이어지는 계절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깊은 신화의 그림자와 그 끝에서 다시 태어나는 향기. 1월 4일의 탄생화 히아신스는 그 작은 시작을 우리 앞에 다시 불러오는 꽃입니다. 지금 이 순간 내 마음 속 겨울도 그렇게 비켜서고 아주 작은 봄 하나가 조용히 시작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https://youtu.be/0LbmboQbVlo?si=TPOELspjrVF2WJJ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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