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굴(Ivy) –벽을 타고 오르는 영원한 사랑

1월 21일의 탄생화

by 가야

1월 21일의 탄생화- 담쟁이덩굴(Ivy)


영원한 사랑이 벽을 타고 오를 때 겨울의 벽은 차갑고 적막합니다. 하지만 그 적막한 벽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더듬어 오르는 존재가 하나 있습니다.


눈보라가 스치고 바람이 얼어붙는 계절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담쟁이덩굴은 마치 세상의 냉기를 무른 손으로 닦아내듯 묵묵히 벽을 감싸 오릅니다.


이른 새벽, 아직 차가운 공기를 머금은 벽면에서 담쟁이덩굴의 가는 줄기가 스스로의 길을 찾아 뻗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오래, 아주 오래 이어져온 믿음과 의지의 형상을 보는 듯합니다.


◆ 담쟁이덩굴의 이름이 말해주는 것들
담쟁이덩굴의 학명은 Parthenocissus tricuspidata입니다. 속명 Parthenocissus는 ‘처녀의 담쟁이’를 뜻한다고 하지요. 바위와 벽에 매달리며 끝없이 뻗어 오르는 그 순정한 힘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을지도 모릅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 널리 자생하며, 줄기 마디마다 돋아나는 흡착근은 희고 작은 맹세처럼 벽에 달라붙습니다. 옛 문헌에서는 담쟁이덩굴을 ‘파산호(爬山虎)’라 부르기도 했는데, 산을 기어오르는 호랑이라는 뜻입니다. 그만큼 집요하고 끈질긴 생명력은 작은 덩굴식물이 지닌 놀라운 힘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 영원한 사랑과 믿음의 상징
담쟁이덩굴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 믿음, 소망입니다. 한 번 붙잡은 대상을 좀체 놓지 않는 그 특성 때문에 오랜 세월 사람들은 이 덩굴을 변함없는 애정의 표상으로 여겨왔습니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에서 존시는 담쟁이덩굴 가지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잎을 보며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비록 그 잎은 노화가 베어만이 그려 넣은 그림이었지만, 희망을 잃어가는 소녀에게 삶을 다시 밝힌 것은 다름 아닌 담쟁이덩굴의 상징성, 흔들리지 않는 생명력의 이미지였습니다.


담쟁이는 때로는 절망의 벽을 오르는 작은 마음의 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붙들고 싶은 사람, 지켜주고 싶은 인연, 놓치고 싶지 않은 희망을 담쟁이는 끊임없이 닮아갑니다.


◆ 예술 속에서 다시 태어난 담쟁이
빈센트 반 고흐는 생레미 정신병원에 머물던 시절, 정원의 나무 아래 기어오르는 담쟁이덩굴을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나무 아래 담쟁이덩굴(Undergrowth with Ivy)’에서 그는 녹색이 지닌 리듬, 땅속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생명성, 그 영원에 가까운 움직임을 포착하고자 했습니다.


루시앙 피사로가 그린 ‘담쟁이덩굴 오두막집’에서는 벽을 감싸는 담쟁이가 건물과 자연을 잇는 다리처럼 등장합니다. 오래된 돌벽과 녹색 덩굴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시간의 결을 품은 풍경으로, 이미 낡은 것들마저 부드럽게 감싸 안는 힘을 보여줍니다.


우리 문학에서는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가 떠오릅니다. “저기 저 담쟁이덩굴을 보라, 끝내 저 벽을 넘고야 마는…”이라는 메시지는 함께 나아가는 삶의 힘과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는 존재의미를 새삼 일깨워줍니다.


◆ 서로를 감싸며 살아가는 방식
담쟁이덩굴은 단지 벽을 오르는 식물이 아닙니다. 여름에는 강한 빛을 가려 그늘을 만들어주고, 겨울에는 벽을 감싸 보온의 역할을 하며 건물을 지키기도 합니다.


사람의 인연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때로는 서로를 감싸고, 때로는 곁에서 묵묵히 서 있음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사이 따뜻함을 건네게 됩니다. 담쟁이덩굴은 그 공생의 방식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드러내며,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지혜를 조용히 일깨웁니다.


잎이 떨어진 겨울의 담쟁이 줄기는 회색 벽 위에 수묵화처럼 남아, 계절의 여백을 채우는 또 하나의 선율이 됩니다. 그것은 비워냄 속에서도 이어지는 생의 흔적이며, 다시 봄을 기다리는 조용한 약속입니다.


◆ 1월 21일에 태어나신 분들께
당신의 하루에도 담쟁이덩굴의 꽃말처럼 영원한 사랑과 믿음, 그리고 소망이 늘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붙잡은 인연을 소중히 감싸 안는 마음, 흔들리지 않는 의지, 그리고 깊은 생명성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힘이 언제나 당신 곁에서 자라나기를 기원합니다.


◆ 담쟁이덩굴 요약
학명: Parthenocissus tricuspidata
원산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분류: 포도과(Vitaceae)
영명: Japanese Ivy, Boston Ivy
꽃말: 영원한 사랑, 믿음, 소망, 공생


https://youtu.be/D-KQrm6a448?si=c3jPxkYZ46AG5qQ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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