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울퉁불퉁한 껍질 속에 숨겨진 진심

2월 2일 탄생화

by 가야

2월 2일 탄생화- 울퉁불퉁한 껍질 속에 숨겨진 진심, 모과

아직 겨울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바람이 차가운 2월 2일입니다. 오늘은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닮은, 조금은 특별한 탄생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바로 못생긴 과일의 대명사, 하지만 그 향기만큼은 과일 중의 으뜸인 ‘모과(Quince)’입니다.


첫 번째 놀라움, 투박함 뒤에 숨은 '유혹'


모과를 처음 본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놀란다고 합니다.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긴 모양새 때문이지요.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중국이 원산지인 이 나무의 학명은 Pseudocydonia \ sinensis. 껍질이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 얼룩무늬를 만드는 나무의 생김새마저도 매끈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모과의 진가는 겉모습이 아닌 '향기'에 있습니다. 방이나 차 안에 모과 하나만 두어도, 그 어떤 명품 향수보다 그윽하고 달콤한 향이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그래서일까요?


모과의 꽃말은 '평범', '유일한 사랑', 그리고 '유혹'입니다. 화려한 겉치장 없이도 내면의 깊은 향기만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그것이 바로 모과가 가진 '평범함 속의 비범한 유혹'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술이 사랑한 과일, 그리고 네 번의 반전


이 독특한 과일은 옛 선조들에게도 사랑받았습니다. 민화(民畵) 속에서 모과는 탐스러운 노란 빛깔로 '풍요'와 '다산'을 상징했고, 서양 정물화 속에서도 그 특유의 거친 질감은 화가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피사체였습니다.


사람들은 모과를 두고 '네 번 놀라는 과일'이라고 부릅니다.

못생긴 외모에 한 번 놀라고, 그 못생긴 과일에서 나는 황홀한 향기에 두 번 놀라고, 향기에 속아 한 입 베어 물었다가 떫고 시큼한 맛에 세 번 놀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쓸모없어 보이던 과일이 우리 몸을 치유하는 약이 된다는 사실에 네 번째로 놀라게 되죠.


겨울을 녹이는 따뜻한 차 한 잔의 위로


모과는 생으로 먹기엔 너무 단단하고 떫지만, 차나 술로 담그면 훌륭한 약이 됩니다. 사포닌과 비타민 C가 풍부해 겨울철 목감기와 기침을 잠재우고, 피로에 지친 근육을 풀어주며, 소화가 안 될 때 속을 편안하게 해주거든요.


하지만 이 '향기로운 나무토막'을 다루는 일은 만만치 않습니다. 돌처럼 단단한 과육 때문에 칼질하다 손을 다치기 십상이니까요. 여기서 작은 생활의 지혜 하나를 보태자면, 씻은 모과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30초에서 1분 정도 살짝 돌려보세요. 겉면이 한결 부드러워져, 썰기가 거짓말처럼 수월해집니다.


단단한 껍질을 뚫고 씨앗을 발라낸 뒤(씨앗엔 미량의 독성이 있어 꼭 빼야 한답니다), 얇게 저며 설탕과 1:1로 재워두면, 어느새 모과는 딱딱한 고집을 내려놓고 달콤한 향기를 뿜어내는 모과청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당신은 모과를 닮았습니다


물론 모과를 너무 많이 즐기면 특유의 탄닌 성분이 변비를 부를 수도 있고, 강한 산성이 치아를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작은 부작용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당함을 지킨다면, 모과만큼 겨울에 든든한 친구도 없습니다.

2월 2일, 오늘 생일을 맞은 당신은 어쩌면 모과를 닮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는, 알면 알수록 우러나오는 진국 같은 사람.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고 은은한 향기를 품는 사람 말이죠.


오늘 하루, 따뜻한 모과차 한 잔과 함께 당신만의 고유한 향기로 주위를 물들이는 행복한 생일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Tip. 맛있는 모과차를 위한 한 줄 메모


모과를 썰 때는 꼭!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 부드럽게 만든 후, 씨앗을 제거하고 설탕과 1:1 비율로 담가주세요. 2주 뒤, 당신의 식탁에 향긋한 봄이 먼저 찾아올 거예요.


기본 정보

학명 Cydonia oblonga

영문명 Quince

분류 장미과(Rosaceae) 낙엽교목

원산지 서아시아·이란·캅카스 지방

한국에는 고려·조선 초기 무렵 전래되었으며, 조선시대 민가나 사찰 마당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널리 재배되었습니다.


https://youtu.be/kIN-RIuF7fc?si=EBbNxHVLfN31W0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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