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 이야기
달력의 숫자가 1월의 마지막 칸인 31일에 닿으면, 마음은 묘한 조급함과 기대를 동시에 품게 됩니다. 여전히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 바람이 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이제 그만 겨울을 보내주고 싶은 간절함이 고개를 들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거짓말처럼 땅을 뚫고 올라와 황금빛 미소를 짓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오늘, 1월 31일의 탄생화인 '노란 샤프란'입니다.
'샤프란'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우리는 무의식중에 두 가지를 떠올립니다. 빨래 끝에 남는 포근한 비누 향, 혹은 파에야 한 접시에 담긴 값비싼 향신료의 이국적인 냄새. 하지만 정작 이른 봄 정원에서 만나는 노란 샤프란은 그 어떤 것과도 닮지 않은 자신만의 향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섬유유연제의 향이 세상을 부드럽게 감싸기 위해 정교하게 다듬어진 인공적인 위로라면, 노란 샤프란의 향기는 조금 더 본질적입니다. 햇살이 가장 뜨거운 정오, 수줍게 벌어진 꽃잎에 코를 가까이 대야만 겨우 맡을 수 있는 은은한 꿀 향기. 그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향이 아니라, 시린 땅속에서 겨울을 버텨낸 생명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달콤한 보상 같은 향입니다.
그리스 신화 속 청년 '크로커스'와 요정 '리스'의 이야기는 이 꽃에 서린 애틋함을 더해줍니다. 인간과 요정이라는 신분의 벽, 그리고 신들의 질투로 인해 각자 한 송이 꽃으로 변해버린 연인. 죽어서도 서로를 그리워하며 매년 같은 자리에 피어나는 그들의 전설은, 왜 이 꽃의 꽃말이 '청춘의 즐거움'이자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가 되었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청춘이란 어쩌면 그런 것인지 모릅니다. 세상의 냉대나 추위 같은 '겨울'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사랑하는 대상을 만나기 위해 가장 먼저 고개를 내미는 그 무모하고도 아름다운 용기 말입니다. 노란 샤프란은 그 노란 꽃잎 속에 '후회 없는 청춘'의 열기를 꾹꾹 눌러 담아 피어납니다.
샤프란은 참 독특한 식물입니다. 해가 나면 기쁘게 꽃잎을 열어젖히다가도, 구름이 끼거나 밤이 되면 소중한 것을 지키듯 꽃잎을 굳게 닫습니다. 빛을 향한 그 정직한 반응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삶도 이 꽃을 닮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어둠 속에서는 에너지를 응축하며 자신을 보호하고, 찰나의 햇살이 비칠 때 비로소 온 마음을 다해 활짝 피어나는 삶 말이죠.
만약 당신이 오늘 생일을 맞이했거나, 유난히 긴 겨울을 지나고 있다면 이 작은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비록 섬유유연제 광고처럼 온 집안을 가득 채우는 강한 향은 아닐지라도, 당신의 발치에서 가장 먼저 봄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주는 이 황금빛 소망을요.
시련을 뚫고 나온 꽃은 향기보다 먼저 그 존재 자체로 우리를 위로합니다. 노란 샤프란의 꽃말처럼, 당신의 청춘도 오늘 이 꽃처럼 찬란하고 후회 없기를 진심으로 응원해 봅니다.
https://youtu.be/ggrtjE9Ce5g?si=jblCN2h3UPZV40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