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탄생화
2월 5일 탄생화인 '양치'
햇살을 가득 머금은 꽃들이 저마다의 화려함을 뽐낼 때, 숲의 가장 낮은 곳에서 소리 없이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습니다.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해 '은밀하게 꽃을 피우는 식물(은화식물)'이라 불리는 양치, 우리에게는 고사리로 더 익숙한 이 초록의 생명체는 3억 년이라는 유구한 시간을 견뎌낸 지구의 산증인입니다.
2월 5일, 양치를 탄생화로 둔 이들의 삶도 어쩌면 이 식물을 닮아있을지 모릅니다. 화려한 주목을 받기보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시간이 흐를수록 깊은 향을 내는 사람들 말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양치식물을 대하는 동서양의 온도 차입니다. 서양인들에게 고사리(피들헤드)는 '봄의 전령사'입니다. 바이올린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그 낭만적인 이름처럼, 그들은 숲에서 갓 채취한 연두색 순을 버터에 볶아 그 계절의 싱그러움을 만끽합니다. 그들에게 양치는 숲이 건네는 가장 신선한 '첫 맛'입니다.
반면, 우리의 식탁 위 고사리는 '기다림의 맛'입니다. 생생한 초록의 독성을 끓는 물에 삶아내고, 볕에 바짝 말려 비틀린 시간의 흔적을 담아냅니다. 그러고도 모자라 다시 물에 불리고 우려내는 정성을 거쳐야만 비로소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리는 그 쫄깃하고 깊은 감칠맛이 완성됩니다.
어쩌면 산다는 것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우리 삶에 닥치는 쓰라린 시련과 독초 같은 고통들도, 정성껏 삶아내고 시간이라는 볕에 잘 말려내면 인생의 가장 깊은 맛을 내는 자양분이 됩니다. 제사상 한가운데 고사리 나물이 놓이는 이유는, 조상님들이 이 인고의 과정을 거쳐낸 자손들의 '깊은 인생'을 대견해하셨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월의 차가운 바람 끝에, 오늘은 고사리 나물 한 접시를 식탁에 올리고 싶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꺾이지 않는 생명력으로, 그늘에서도 스스로 푸르렀던 양치의 마음을 기억하며 말입니다.
https://youtu.be/d6POZAROjJU?si=rfYgiEspoynBLKq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