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크리스마스 와인잔 캔들 만들기 클래스를 들었다. 이것 역시 무료다. 청년을 위한 영등포, 칭찬한다. 신청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닌데, 영등포 주민이면 당첨 확률이 높다.
이런 거 예전에 원데이 클래스로 방향제 만들기 간 적 있다. 보통은 데이트 코스로 갈 테지만... 코로나 시절 한창 마스크 쓰고 안전하게 원데이 클래스에 빠졌던 때가 있었다.
오기 전에 많이 걱정했다. 하면서 역시 괜히 걱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여기 주최 모임에 참여했을 때, 역시 젊은 한국인들 모이는 거 너무 싫다고 쏴악 돌아가면서 호구조사, 사적 질문 안 하면 대화를 못한다고 속으로 (그리고 영국인 오빠에게) 겁나게 욕하면서 집에 간 적이 있었다. 그랬던 게 벌써 올여름이다. 한참 지났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어떤 이벤트에 신청해야 하는지 잘 알았다. 강연처럼 각자 알아서 강연자 말 듣는 거, 그리고 오늘처럼 각자 알아서 집중해서 뭐 만드는 거. 한마디로 '모임'의 성격이 없어야 된다. 이제 나에 대해 잘 알았으니, 내년부터는 걱정 좀 덜하며 이런 외출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거 너무 좋아하는데, 불안이 너무 앞서면 얼마나 힘이 드나. 그래서 이렇게 좋은 데이터가 더더더 쌓여야 한다. 이런 이벤트도 없으면 나는 정말 외출할 데가 도서관, 서점밖에 없다.
여담으로 오늘 클래스 전원이 여자였다. 그럴만하다. 이건 2030 청년만 신청할 수 있는데, 어느 2030 남자가 이걸 혼자 오겠는가. 와도 여자친구 손 붙잡고 오겠지.
향 골라서 넣고, 색칠만 하면 끝이니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쉬운 클래스였다만, 하도 쪼꼬매서 색칠하는데 손 떨렸다. 그리곤 곰돌이 눈썹을 그리다가 '아...' 생각보다 두껍게 되어 아쉬워했다. 강사님이 라이언 같다고 하셨는데... 내가 의도한 건 얇은 눈썹이었다. 이게 붓이 아니라, 끝이 뭉뚝해서 얇게 그리기가 어려웠다.
나 저 표정 아는데.
그래서 토끼를 울렸다. 곰돌이가 토끼 울린 거다.
강사님이 '토끼는 아기자기한데 곰돌이는 거친 인생을 산 거 같다'하셔서 씨익 웃었다. 눈썹은 의도대로 안 그려졌다만, 그 뒤엔 의도했다... 누가 봐도 곰돌이가 남자라고 하던데 그럼요. 제가 선량한 토끼죠. 암요. 진짜 의도할 생각 없었는데, 저 표정 누구 닮았다. 주토피아 때부터 난 뭐 맨날 토끼에 이입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