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봉사로 얻는 작은 뿌듯함

by 이가연

즉흥 여행에 이어 즉흥 봉사라니.


나도 당일 봉사 신청해서 간 건 처음이다. 나에게는 나름 자랑스러워할 만한, 남들은 잘 없는 습관이 있다. 틈나는 대로 봉사 사이트에 들어가서 봉사 뭐 할까 찾아본다. 물론 요즘 시기는 정기적으로 하는 봉사는 좀 부담스러워서, 일회성 봉사를 찾는다.


봉사 활동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내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지 여부다. 지난번에는 시각 장애 아동과 1대1로 매칭되어 라디오 부스 체험 활동을 했다. 내 목소리가 좋다고 좋아해 줬다.


오늘은 책자 검수였다. 사무보조 봉사는 2019년 이후로 처음인 듯싶다. 노트북에 있는 PDF에도 주석을 달고, 교정지에도 형광펜으로 맞춤법 및 띄어쓰기 오류를 표시했다.



맞춤법 검사기 세 개를 이용했다. 하나 검사해서 오류가 뜨면 하나 더 돌렸다. 그런데 하나는 오류로 뜨고, 하나는 오류로 안 뜰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엔 하나 더 돌려보고, 왜 그런지도 찾아봤다. 띄어쓰기가 붙여 써도 되고, 띄어 써도 되는 경우가 있다. 한국어 띄어쓰기란 참.. 싶지만 제가 띄어쓰기 없는 일본어, 중국어도 다 공부해 봤잖아요. 있는 게 감사해요.

맞춤법 검사기가 못 잡아낸 거 알아챌 때가 뿌듯했다.
'세월에 흐름을 따라' 같은 건 검사기가 모른다. '세월의 흐름을 따라'라고 내가 읽고 고쳤다.

120쪽 분량의 교정을 하며 세 번 고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설렘'이다. '설레임' 아니죠. 아이스크림이 진짜 잘못했네.

다만, 중요한 사실을 망각했다. 나는 노트북 모니터를 10분이라도 집중해서 보면 눈이 되게 따갑고 아프다. 유튜브는 아무리 오래 봐도 괜찮은데, 글씨만 보면 이런다. 그러면 바로 미묘한 두통으로 이어진다. 분명 2019년에 정기적으로 복지관 봉사할 때는 그런 문제가 없었거늘, 이건 안타깝게도 렌즈삽입술 이후로 생긴 일이다. 인공눈물을 가지고 왔어야 했다. 별로 그렇게 빡 집중해서 본 것도 아닌데도 그런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한 번 그렇게 두통이 발생하면, 아무리 중간중간 눈을 몇 초라도 감으며 해도 좀 말짱 도루묵이다.

눈만 빼면, 오래간만에 사무보조 봉사라 재밌었다. 역시 나는 나의 쓰임이 생기는 게 좋다. 선물로 이런저런 간식거리도 받았다.

근데... 아무리 한가해도 그렇지 집에 누워만 있고 싶은 겨울에 내가 내 교통비를 들여서 봉사를 다녀온다는 게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닌 거 같다.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려고 늘 기회를 찾아 나서는 저에게 산타 할아버지 선물 좀 없나요. 너는 원하는 '물건'이 없지 않냐고요?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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